어디에 넣어도 맛있는

조화로움을 연출한다는 짜릿함을 주는 필링

by 담화

또다시 한주의 시작이 왔어. 원래가 방학은 엄마들에게 매우 혹독한 시기이지만 올해의 엄마에겐 유난히 더 혹독하네. 점심시간을 정확히 한 시간으로 제한하는 관리형 독서실과 실기 학원 덕에 식사 시간을 흡사 직장인만큼 딱 맞춰줘야만 하는 고3 언니는 12시에 5시에 점심과 저녁을 먹어야 하고, 하필 우리 큰언니는 알바 덕택에 점심을 열한 시 반에 먹어야만 하고. 저녁은 원래 차리던 여섯 시 반에 또 차려야 하고. 엄마는 하루에 몇 끼를 차리고 치우고 있는 걸까.

이쯤 되면 무념무상으로 해치울 법도 하지 않으냐고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지만 대답은 아니요, 전혀, 네버. 부엌에 설 때마다 새롭게 귀찮고 성가시며 도망치고 싶어 죽을 지경입니다… 물론 이깟 일로 죽지는 않지만요, 아무튼 그 정도로 싫다 이거지.


거기다 너희 입맛은 좀 다르니.

엄마가 이미 불평한 바 있지만 하나는 익힌 생선파 또 다른 하나는 날생선파. 나머지 하나는 고기라면 역시 육고기지, 파. 또 누구는 물에 빠트려 익힌 채소가 최고가 누구는 토끼도 아닌데 왜 자꾸 채소를 올리냐며 구시렁…. 아 진짜 됐고, 각자 알아서 먹고 싶은 거 해 먹든가.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여러 번 올라왔다 도로 내려가는 건, 엄마가 인격자가 됐기 때문이 아니야… 이젠 그런 말을 하는 것조차 너무나 귀찮기 때문이지. 그 귀찮음의 경지를 언제쯤 이해하려나 헛웃음을 지으며 또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또 뭘 해 먹지.


그러니까 엄마들에겐 각자 치트키가 하나 이상씩은 있게 마련인데, 엄마에게도 물론 있어.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개발한 거라면 역시 이거 아닐까 싶어.

달걀은 비린내 나서 먹기 싫다고 하는 선이조차 정신을 놓고 숟가락을 들고 덤벼들게 하는 거니까 이만하면 성공작 아닐까 싶거든. 어디에 넣어도 맛을 보장할 것 같은 필링이지. 엄마는 주로 달걀 대여섯 개와 생크림을 2-3스푼 섞어서 만든 달걀물로 부치는 오믈렛의 필링으로 넣곤 하지만, 바게트 위에 토마토소스를 바르거나 후무스, 베샤멜소스, 뭐든 바른 다음 이 필링을 잔뜩 올리고 또 치즈를 올려서 구워 먹어도 굉장히 맛있을 것 같아.


이 필링의 킥은, 너희는 잘 구워 다진(절대 미리 다져놓은 베이컨 칩을 쓰면 안 돼. 이것만큼은 명심) 베이컨 칩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여기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재료는 사실 선드라이드 토마토야. 쫄깃하게 말린 쭈글쭈글한 토마토를 올리브유에 첨벙 담가서 파는 그 병조림 말이지.

집에서 만들 수도 있는데, 이건 그냥 사 먹는 걸 추천할게. 의외로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실패 위험성이 아주 높거든. 아무튼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두 개 정도 다지고, 베이컨 대여섯 줄도 바삭하게 잘 구워서 칼로 곱게 다져. 양파와 대파도 잘게 잘 다진 다음, 모차렐라 치즈 갈아서 파는 걸 적당히 섞어두면 필링은 끝. 엄청 쉽지. 간은 따로 해둘 필요 없어.


엄마는 아까도 말했지만, 달걀을 많이 넣고 생크림을 전체 달걀물의 10~15% 정도만 넣은 다음 매끄럽고 예쁜 연노란색이 나도록 잘 섞어서 소금과 후추를 넣고 간을 맞춰둔 달걀로 오믈렛을 부쳐. 크림을 넣었기 때문에 촉촉하고, 그 때문에 보통 달걀이 익는 방식으로 완전하게 익지 않아. 덜 익은 듯한 식감이 싫다고 억지로 익히다가는 비닐 씹는 것 같은 식감을 가진 오믈렛을 만들 위험성이 있으니, 꼭 기억하기를.

그렇게 바닥면이 살짝 익었다는 확신이 들 때 필링을 중앙에 모이도록 쏟아붓고 양면을 덮어주고 슬슬 굴리며 익히면 되는 거지. 아, 쓰면서도 참 밥 아저씨처럼 말한 것 같아서 좀 미안한 기분이 들긴 하는데 어쩌겠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걸. 그래도 해보면 늘어. 진짜야.


오믈렛을 기준으로 설명해 줬지만, 빵의 토핑으로도, 파이 필링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잔뜩 만들어서 냉장고 보관해 두었다가 바쁘고 힘든데 뭘 해먹을 기운이 없을 때 살짝 토스트 해놓은 식빵에 올려서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 아무튼 잘 먹어야 한다니까. 이것도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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