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작품을 향한 같은 말, 다른 말

에노모토 마사키,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by 담화

최근… 은 아니고, 한 6개월 정도 사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과 그의 세계관을 다룬 비평서 두 권을 읽었다.


신카이 마코토가 <별의 목소리>를 들고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름 감수성이 상당히 말랑말랑하던 시절에 그 작품을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던지. 어떻게 이걸 한 사람이 다 해? 미친 건가(positive). 이건 그냥 난 놈인 거 아닌가. 그맘때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두고 흥행 성적표에 관계없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는 그를 보며 처음 느꼈던 마음은 경악에서 동경으로, 존경으로 뒤바뀌었다. 모든 걸 제쳐두고서라도, 꾸준함은 정말이지 달성하기 어려운 경지이므로.


처음 읽었던 책은 후지타 나오야의 「신카이 마코토를 말하다」이고, 바로 며칠 전 다 읽은 책은 에노모토 마사키의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다. 신카이 작품의 구조, 장르 내에서의 포지션 등의 거시적인 분석이 궁금하다면 「신카이 마코토를 말하다」가, 작품을 결결이 살펴보는 섬세한 비평이 궁금하다면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쪽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가 더 취향에 맞았다. 전자는 분석, 후자는 해설의 느낌이 강하다.


각각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와 감수성, 상징 등을 세밀하게 뜯어보는 글들은 신카이 마코토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향한 애정에 흠뻑 물들어 있어서 그의 팬이라면 퍽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작품을 깊이 있게 해설해 주는 글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그의 데뷔작 이전 작품과 성장기까지 다루는 데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에 발을 들이기 이전의 족적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겠다.


무엇보다 두 권을 병렬적으로 읽을 때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면 분석의 차이와 같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미묘한 결어긋남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이런 지점에서.


<별의 목소리>라는 작품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 새로운 감정의 드라마로서 작품 전체를 구성했다는 점이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이어지고 어떠한 공동체를 만들어 살아가야 할까’라는, 나중에 신카이 마코토가 주제로 삼게 되는 그 편린이 분명히 존재했다. 신카이가 선구적으로 그려낸 이 경험은 이 시점에는 아직 소수파의 경험일 뿐이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대다수가 당연히 이해하는 것이 되었다. -「신카이 마코토를 말하다」, 37쪽
상대가 송신한 메시지는 거의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보낸 메시지가 수신되지 않는 상황은 상대가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류 또는 거부한다는 환상을 가지기 쉽고 송신 상대에 느끼는 시간적, 물리적 거리감이 정신적 거리감으로 파고든다. 신카이는 메시지라는 미디어가 심상에 미치는 영향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별의 목소리>에서는 메시지와 심리를 둘러싼 미디어 이론이 전개된다.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 73쪽


두 권 모두 8개 작품을 충분히 공들여 다루고 있으므로 위의 인용과 같이 대조하며 읽을 때마다 사소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더 취향이라고 밝힌 「신카이 마코토의 세계」에서는 장면과 대사의 디테일을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대목이다.

미카코는 “있잖아?”라는 말도 자주 쓴다. 미카코만이 아니다. 신카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있잖아?”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사용한다.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일단 보류하는 쿠션 같은 역할로 이 단어가 선택되었다. -74쪽


텍스트로 볼 때 확연히 드러나는 구두점이 말버릇으로, 인물의 습관으로 체화되어 나타나도록 하는 것 또한 그의 역량이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요즘의 내러티브 설계자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미리 생각하고 곳곳에 배치해두어야 하는지. 이건 다 독자들이, 관람객들이 너무도 섬세해지고 미감이 고급스러워진 덕분이다. 이런 비평서를 보면서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정말 형편없는 이야기다,라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 형편없는 이야기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맺어내는 것 또한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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