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지금까지 중 최고 기록일지도
매해 독서기록을 정산하곤 하는데 아마도 2023년이 기록적인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어제 정산을 마친 저도 잠시 말잇못했거든요. 그런데 이 기록이 가능했던 건 역시 오디오북 덕분일 것 같아요. 제가 매일같이 운동삼아 거의 1시간을 걷는데, 걸을 때마다 대부분 귀에 오디오북을 걸고 있거든요. 재생속도는 거의 2배 가까이. 그러니까 이 기록은 다종다양한 책들을 오디오북으로 발간해 주고 있는 모 플랫폼들에게 빚진 바가 많을 겁니다.
말일까지 열심히 달린(!) 결과 총 244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수치 경쟁 같은 것에 목맬 나이는 지났습니다만 그래도 조금 으쓱한 기분이 없지는 않네요.
그 많은 책들 가운데에서 정말 이 책을 올해(이미 작년인가) 읽게 돼서 다행이었다, 행운이었다, 기뻤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책을 세 권 골라봅니다.
1. 이유리_브로콜리 펀치
소설을 읽는 이유로 재미를 들었을 때 가장 첫 손에 꼽을 만한 책이었습니다. 이 단편집의 가장 놀라운 점은 데뷔작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을 부르는 말로 천재말고는 아는 게 없습니다. 초보에게서 보이는 조심스러움과 눈치를 살피는 듯한 기색 따윈 일절 없이, 그야말로 능청스럽고 통쾌한 펀치를 날리는 작가죠. 놀라운 상상력과 그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멋진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감탄스러운 작품집이었습니다.
2. 조지 손더스_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제목은 굉장히 중의적입니다. 1. 무릇 이야기를 쓴다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혹은 2. 작가인 나(=조지 손더스)는 고전을 어떻게 읽는가, 의 두 가지 의미로 읽힙니다. 실상은 두 제목 모두 다 맞습니다. 표면적으로는 2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결국 1의 내용을 설파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대가의 능력이로구나 하는 것을 절로 배우게 되죠. 적어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3. 델리아 오언스_가재가 노래하는 곳
괜히 3권만 뽑는다고 썼나. 열 권 할걸. 가열차게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만(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 책들이 좀 있었...) 그래도 희소해야 가치가 있는 리스트... ㅎㅎ 아니겠습니까.
영상물이 나오면서 표지가 바뀌어서 나왔습니다만 저는 이 표지를 좋아합니다. 어린 카야의 고독과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소녀를 유일하게 받아주었던 습지가 카야에게 어떤 곳이었는지를 너무나 잘 표현한 이미지가 아닌가 싶어서요.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짤막하게나마 리뷰를 썼던지라 그냥 올해의 책 세 권 중에 하나에 올리고 싶다는 말만으로 맺고 싶네요.
올해는 또 어떤 책들을 만나서 즐겁고 행복한 (가끔 슬픈) 365일을 보내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