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지나간 후, 나는 어디에 서 있을 것인가
변화는 언젠가 온다. 준비한 자만이 기회로 바꾼다.
일상 구조조정 시대
지난 7월, 세계 최고 IT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가 9,000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관리 계층 축소와 업무 합리화를 이유로 전체 인원의 4%에 해당하는 인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놀라운 건, 이번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구조조정이라는 점이다.
2025년 1월 1,000명, 5월 6,000명에 이어 7월 9,000명까지, 단 7개월 만에 1만6천 명 이상을 감축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주로 중간 관리자였다.
4050세대 중간 관리자의 아픔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인적구조조정은 매년 반복되는 소식이다. 대표적으로는 금융권 구조조정은 경제면 단골 뉴스가 된지 오래다. 특히 올해는 SKT,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IT기업들까지 대규모 희망퇴직 소식을 전했다. KT는 50대 과장급, 유플러스는 만 50세 이상·근속 10년 이상을, SK텔레콤은 퇴직 격려금 상한선을 올려서까지 중간관리자를 내보내려 하고 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직원을 품을 수 없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인건비는 재정 건전성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다. 제조업은 인건비가 매출의 10~20%, 많게는 30%에 달한다. 사람이 재산인 IT업계는 50% 이상이 인건비 구조다. 그렇기에 경영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축소가 여러가지 옵션 중 가장 우선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다.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멀리서 보면 ‘모든 중년의 위기’ 같지만, 인원감축/구조조정과 같은 무거운 소식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외부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위기속에서도 계속 성장해서 살아남자'는, '독기어린 심정으로 살아 내자', '임원으로 가는 방법' 같은 것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모든 중년들이 직책을 가지게 되고 임원이 될 수도 없는 법이다. 대졸신입사원 100명 중 1명 꼴로 임원이 된다는 이야기는 꽤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는 나머지 99명의 인생에 대해 초첨을 맞추고 싶다.
회사와 나의 관계는 출발부터 계약관계 였다. 회사가 하루아침에 작별을 고한다면 계약은 곧 끝날 것이다. 가족같고 정을 주던 회사는 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나의 인생 역사 속 한 페이지 정도로 요약하면 그만이다. 현재나 미래가 아닌 과거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만의 커리어가 중요하다. 회사도 그 어떤 누구도 흔들지 못할 나만의 직무 전문성 말이다. 그 누구도 만들어주지 않는 커리어, 내가 만들면 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변화를 맞는다. 가구 제조사가 어느 날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조직 안에서도 우리는 조직 개편, 직무 이동, 프로젝트 배치 등 의도하든 아니든 변화를 경험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는 주니어 시절 다양한 실무를 통해 기초를 닦는다. 중간관리자가 되면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관할하며 후배의 업무를 피드백하고 기획을 총괄한다. 이후에는 좀 더 넓은 업무를 관장 하는 직책자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도 있다. 또는 타 직무로 전출될 수 도 있다.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전문가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왔더라도 조직의 특성상 직급이 높아질 수록 한정된 자리로 인해 강제로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회사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기에 매 순간의 변화하는데 회사원이라면 역시 이에 적응해야한다.
나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
나 역시 사내 감사에서 수출 실무자로 이동한 경험이 있다. 감사인은 ‘회사 사용자의 관점’에서 합법성·효율성·효과성을 점검한다. 반면, 수출 실무자 입장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영업 전선에서 사내 규정의 준수를 우선으로 고려하면 실무에서의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문서나 인터뷰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서로 다른 입장을 경험해 본 덕분에, 나는 부서 간 불만과 이기주의를 줄이고 개선 방향을 제안할 수 있었다. 다른 관점에 서 본 경험은 커리어를 확장시키는 강력한 자산이다. 회사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터득해야 밖에 나와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커리어 패스와 ‘나에 대한 공부’
최근에는 ‘커리어’보다 ‘커리어 패스’라는 표현이 더 쓰인다. 커리어 패스는 한 사람이 선택한 직업과 그에 따른 경력·경험·직무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외부적인 관점에서의 커리어 관리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관찰하는 과정이 필수다.
특히 변화를 마주한 중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다음은 이런 중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변화의 시점에 느끼는 공통적인 감정의 골자이자 변화를 맞이할 중년에게 보내는 메세지다.
직장에 집중할지, 새로운 길을 준비할지 결정
현재의 길에서 변화를 줄지, 다른 분야로 전환할지 성찰
‘나에 대한 공부’를 통해 방향성을 확립
나에 대한 공부는 결국 자기 객관화로 귀결된다. 자영업을 선택하더라도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지, 어느 지역을 고려할 것인지, 고객은 어느 층을 메인 타겟으로 할 것인지 등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이루어 내야한다. 냉면전문점으로 오픈한 식당이 돌솥밥도 시작하고, 파스타도 하고, 돈까스도 하면서 정체성을 읽어간다. 손님도 잃어가는 건 당연하다. 이직도 마찬가지다. 중년의 직장인을 받아줄 수 있는 회사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나의 이직으로 내가 얻을 점과 잃을 점을 충분히 검토해야 원활한 이직이 된다. 팀원으로 근무하던 중 팀장 자리와 더 높은 연봉을 제시 받은 한 직장인은 꼼꼼한 검토를 하기 전에 덜컥 자리부터 옮겼었다. 그 이후 높은 연봉은 야근과 주말 업무의 조건에 기인함을 알게 되었고 회사도 이제 막 설립하여 허울 좋은 스타트업이었다는 것을 옮기고 난 후 몸소 느끼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야근과 주말을 반납하더라도 더 높은 소득을 원하는지 아니면 여유있는 개인 시간을 더 원하는지, 회사 네임벨류가 더 중요한지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에게 닥치면 충분히 잘 해결해 낼것 같지만 막상 주관적인 상황에서는 결정이 쉽지 않다. 그만큼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준비 없이 맞는 변화는 잔혹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과는 나를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온다.
평생직장이라 불리는 공무원도 언젠가는 은퇴시점이 다가오고, 잘나가는 가게도 세대를 잇기 어렵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변화 앞에서 담담히 서야 한다. 중요한 건, 변화가 지나간 후 내가 어디에 서 있을지다.
중년의 고민이 쉽지 않은 이유에는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이미 경제적 독립을 이룬 경우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매달 들어가는 고정비와 미래에 대한 대비 등 상상만으로도 숨이 가빠진다.
그래서 준비도 착실하게 해야한다.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한 최선을 방법은 ‘나에 대한 공부’를 진지하게 하고 참을 때와 나아갈 때를 스스로 구분할 줄 알아야하는 점이다.
설사 그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이겨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