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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dge IT Feb 05. 2021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가끔 왜 그런 날이 있죠.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날. 요즘이 전 그런 날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뉴욕에 정말 눈이 많이 왔어요. 예전에는 눈이 오면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아서. 마치 내가 사는 세상에서 다른 마법 속 세계로 들어온 것만 같아서, 눈을 처음보는 강아지마냥 좋았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지 눈이 오는 모습을 봐도 마음이 신이 나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새하얀 온세상이 마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 삶이랑 비슷하게 느껴져서 괜시리 마음 한켠이 더 외롭고 쓸쓸했어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창밖이 하얀색 도화지 같았어요. 



저는 마음이 힘들 때 두가지에서 위안을 받아요. 하나는 그림. 하나는 책. 그래서 힘이 들 때, 미술관에 가거나 서점에 가요.


그림은 무언가 조용하고 차분한 위로를 줘서 좋아요.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힘들 때 옆에서 아무말 안하고 조용히 같이 앉아 있어주는 친구. 내 마음이 나아질 때까지 묵묵히 그 옆을 지켜주는 친구. 정말 힘들때는 왜 힘들었어? 라고 꼬치꼬치 묻거나, 나의 힘든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친구는 오히려 힘들죠. 정말 힘들때는 그저 힘들어하는 내 곁에서 나의 모습을 조용히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친구가 좋아요. 저한테 있어서 그림은 그런 존재에요. 뭐가 문제냐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거냐고 꼬치꼬치 물어보지 않고 그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감싸 안아주는 그런 친구. 


그런 위로가 되는 그림들을 보러 저는 종종 미술관에 가곤 해요. 그 중 제가 뉴욕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에요. 어쩜 그리 주옥과도 같은 각양각색의 작품들을 전세계에서 가져왔는지. 메트포폴리탄 뮤지엄에 있으면 지구 한바퀴를 다 도는 듯한 기분이에요.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못해서 답답한 지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가면 미니 세계여행을 할 수 있죠. 


제가 어떻게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제 마음에 위안을 얻고 오는지 제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1. 가장 좋아하는 갤러리에 먼저 가서 그림들한테 인사해요. 저는 2층에 위치한 The Annenberg Galleries 를 좋아해서 항상 여기에 가요. 이곳에는 모네, 마네, 루느아르, 세잔, 반고흐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이 주로 있어요. 


그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818, 819번 방이에요. 이곳에 제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인 모네의 작품들이 있거든요. 하염없이 그의 작품들을 마주하노라면 그림이 주는 따뜻한 위안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요.


제가 모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네는 짧은 순간의 아름다움을 잘 포착해서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에요. 모네 작품들을 보면 같은 장소인데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포착해서 여러 작품을 그린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그 찰나의 아름다운 순간을 잡아서 작품 속에 표현한 것인지. 모네의 작품을 보노라면 너무 아름다워서 종종 눈물이 나곤 해요.  삶에서 정말 아름다운 순간들은 온 맘을 기울여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운데, 그 짧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림 속에 담아서 오늘의 저에게까지 전달해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인간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인가요. 모네가 보던 그 아름다움이 작품을 통해 오늘의 저한테까지도 전달된다는 것이 감동이에요. 저도 재능만 있다면 화가가 되어서 그런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어요.


제가 모네의 작품 중 애정하는 작품은 모네의 수련 연작과 더불어서 바로 다음의 두 작품이에요. 왼쪽 작품은 The Four Trees라는 작품이고, 오른쪽 작품은 Morning on the Seine near Giverny라는 작품이에요. 메트로폴리탄에 가면 이 두 작품 바로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의자가 있는데요, 저는 그 의자에 앉아서 하염없이 이 두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힐링이에요. 두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파스텔같이 잔잔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이 저를 감싸거든요. 




최근에는 반 고흐 작품이 와닿기도 했어요. 825번 방에 가면 반고흐 작품이 굉장히 많이 있는데요, 저는 그중 이 작품이 와닿더라구요.



분명 저 해바라기 꽃은 살아있는 꽃이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이미 생명이 끝난 해바라기 꽃인데. 그 꽃속에서 느껴지는 이 엄청난 생명력의 에너지가 매력적이었어요. 한참을 바라보고 바라보았는데도 신기하더라구요.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던 저에게 저 강렬한 눈빛의 해바라기가 일어나! 라고 말하면서 힘을 전해주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작품에서 참 힘을 많이 얻어서 이 작품이 그려진 엽서를 사서 책상 앞에 두었답니다.  





2. 새로운 갤러리들을 하나 정해서 가봐요. 이집트, 중동, 동남아 등 지역을 하나를 정해서 해당 지역의 작품들이 있는 갤러리를 보는거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너무 크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서 보지 않으면 작품들을 제대로 보고 충분히 이해하기 힘들거든요. 저는 여러 작품들을 대충 보는 것보다 하나의 작품을 보더라도 제대로 이해를 하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많은 작품을 보아도 내 마음 속에 남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소수의 작품을 보더라도 제대로 보고, 그를 통해 새롭게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정말 좋은 점은 다양한 지역,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통해서 다양한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죠. 이렇게 다양한 지역과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삶에 있어서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삶을 살다보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지금 "이곳" 에 대해서만 편협하게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시야를 넓혀서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시대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생각을 다각도로 유연하게 발전시킬 수 있답니다. 





이런 작품들을 보면서도 비슷한 부처상인데도 캄보디아에서는 어떻게 저런 모양의 부처상을 만든 것인지 참 신기해요.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표현을 보면서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생각이 다각도로 확장되요.

 




3. 특별 전시를 꼭 봐요. 메트로폴리탄에서는 정말 좋은 특별전시들을 많이 하는데요, 이런 특별전시들을 보면 더욱 다각도로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어요. 최근에는 About Time이라는 패션의 영속성에 대한 특별전시를 해서 다녀왔어요. 이 특별전시 티켓이 너무 구하기가 힘들어서 저는 4번째 시도만에 겨우 다녀왔어요.



이 전시의 주제는 패션의 영속성인데요- 즉, 과거의 패션이 현재의 패션에 어떻게 모티프가 되어서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주는 거에요. 예를 들어서 아래의 사진에서 보시면, 앞쪽에 있는 패션이 과거의 디자인이고, 해당 디자인이 오른쪽에 있는 현재의 디자인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에요. 참 신기하게도 수십년이 지난 이후의 디자인인데도 과거의 디자인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죠? 모양과 재질이 조금씩은 바뀌더라도 결국 그 골자가 되는 기본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아래 패션 디자인들을 봐도 그 기본 중심 디자인은 비슷하다는 것을 볼 수 있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그 기본 중심. 바로 그 기본 중심이 무엇인지를 급변하는 지금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고, 비즈니스 환경과 우리의 삶이 시시각각 예상치 못하게 바뀌어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장 기본 중심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과연 그 기본 중심은 무엇일까요? 저는 바로 사람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외부의 환경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사람이라는 것이거든요. 사람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들과 생각들은 시간과 상황이 변한다고 해도 그 기본 중심은 변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 기본중심이 되는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4. 제가 그날 본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뮤지엄 기프트샵에 가서 엽서로 사서 저한테 편지를 써요. 뮤지엄에 갈 때마다 제 마음속에 콕 박히는 작품들이 다르거든요. 그때마다 처한 저의 상황과 감정이 다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작품들도 달라지는 거겠죠. 그런 저의 상황과 감정,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저는 엽서를 사요.


마치 모네가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림에 담았듯이, 저는 제가 뮤지엄에 갈 때 저의 생각과 느낌을 그 때 저에게 가장 와닿는 엽서에 담는거죠. 참 신기한 것은 갈 때마다 저한테 와닿는 작품들이 다르다는 거에요. 이렇게 저의 순간들을 모으다 보면 어느새 그런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어느 순간은 행복하고 어느 순간은 지독하게도 우울한데.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서 나를 만든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순간은 아무리 행복하든 슬프든지간에 결국에 지나가고, 나는 또 다시 새로운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뮤지엄에 가서 위안을 얻고, 다시 힘을 낼 용기를 얻어 와요. 여러분도 힘이 들 때 뮤지엄에서 저처럼 위안과 용기를 얻기를 간절히 바래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이 하얗던 눈오던 추운 날들도 지나고 나면 반드시 밝은 햇살이 비추는 따스한 날이 올테니깐요. 언젠가는 이렇게 따스한 날이 올테니깐, 그때까지만 잠시 그림 속에서 위안을 얻어봐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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