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럽하우스가 엄청 뜨고 있죠. 그 중 제가 가장 흥미롭게 들었던 클럽하우스 방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클럽하우스 방은 "정신건강 톡 w/트로스트" 라는 제목으로 정신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방이었어요. 저는 이 방에서 트로스트라는 업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정말 멋진 서비스 같아서 소개해드리며, "정신건강" 이라는 주제에 대해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트로스트는 한국 온라인 멘탈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텍스트나 음성을 통해서 정신 상담을 제공해주는 회사입니다. 최근 코로나 블루 현상으로 인해 가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저는 건강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요- 신체건강에 못지 않게 정신건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는 명상이나 심리 상담 서비스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트로스트라는 업체를 클럽하우스에서 알게 되어서 반가웠고,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확장해서 더욱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제 생각을 정리해보았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트로스트를 Product의 GTM (Go-To-Market) 측면에서 분석해보았습니다. Product 개발 및 발전에 대한 부분은 제외한 분석임을 유념해주세요.
Product의 GTM 전략이라고 하면 저는 다음의 두가지 관점에서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트로스트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이에 앞선 근본적인 질문은 사람들은 트로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인 멜탈 헬스케어 (정신건강)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지도는 사실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겉으로 보여지는 신체적 건강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은 반면,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낮다고 느껴집니다. 사회적 문화적 통념상 정신 건강에 대해서 쉽게 말하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이에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우선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기도 힘들고, 인지를 하더라도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할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죠.
제가 그랬거든요. 저는 한국에서 쭉 나고 자라서 일을 하다가 미국에 석사를 하기 위해 처음 왔고, 석사 졸업 후에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생활을 하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하려니 정말 힘들더라구요. 특히나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게 되면서 더욱 힘들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친구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게 되지만, 일을 하게 되면 각자 전세계로 뿔뿔이 흩어져서 시간 맞춰서 통화하기도 힘들어지더라구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저는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제가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힘들었다는거에요.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없고 저 혼자서 생활을 하다보니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들었다는거죠. 저는 원래 굉장히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 언제부턴가 무기력하고 우울하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문제라는 인식을 처음에는 하지 못했어요. 왜냐면 한국에서는 단순히 무기력하고 우울하다고 어떤 도움을 받지는 않잖아요. 무언가 엄청나게 크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야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저는 제 상태가 누군가와 상담을 해야 할 상태인지조차도 인지하지 못했어요.
제가 심리삼담을 받게 된 것은 저희 회사의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였어요. 회사에서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각자 어떻게 코로나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는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심리상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는 우선 심리상담에 대해 회사에서 이렇게 자유롭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한국에서는 심리상담을 받는다 라고 말하면, 무언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았는데, 이곳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구나 받는게 당연하다" 라는 식이었거든요. 서로 각자 심리 상담사가 좋다면서 추천도 해주었습니다.
궁금하더라구요. 이들이 말하는 심리상담이 무엇인지. 그리고 저희 회사의 경우 회사 복지차원에서 연간 12회 무료로 심리상담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어차피 무료인데 한번 받아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심리 상담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영어로 심리 상담을 받는 부분이 엄청 편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심리상담은 모국어로 받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문 상담가와 이야기를 하며 제 정신건강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하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미국에서는 정신건강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가 조성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위한 서비스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일까요? 미국에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사람들이 더 많아서? 한국에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사람들이 더 적어서?
아니요. 상식적으로 어떤 특종 인종에게 정신적 질환이 확연하게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죠. 생리적인 정신 질환 발병률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 인식의 차이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숫자를 통해 살펴보죠. 아래의 Wikipedia 검색결과를 보시면 OECD 회원국 자살률을 비교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연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6.9% (2019년도 기준) 인데 비해 미국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11.1% (2005년도 기준)에 그치죠. 해당 자료가 동년도 비교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경우 2019년도 자료를 이용했지만 미국은 2005년도 자료를 이용했으니 정확한 비교에는 약간의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한국의 자살률이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자살의 요인으로는 정신과적 요인 뿐 아니라 사회 및 환경적 요인, 생물학 및 의학적 요인 등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찾아봤어요. 한국의 자살원인은 어떤 요인이 많은지요. 검색 결과를 보면, 한국의 자살사망자의 80%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80-90%는 우울증의 결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하네요. 즉 정신건강이 자살의 큰 요인 중 하나였다는 거에요.
이렇게 정신건강이 자살에 대부분의 요인을 차지 하는데도, 전세계적으로 자살률이 제일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에, 아직도 정신건강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 저는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나아질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쉽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거든요.
우리나라를 보면, 감기가 걸리면 그 어떤 나라 보다도 쉽게 내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진찰을 받고 약을 처방받아요. 미국에서는 감기에 걸려서 병원에 가는 경우를 저는 제 주변에서는 쉽게 본적이 없어요. 그냥 집에서 Chicken Soup을 먹고 푹쉬지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보거나 약을 처방받지는 않아요.
반대로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즉 정신적 감기 같은 우울증에 걸리면 절대 상담을 받으려고 하지 않죠. 마치 상담은 정신적으로 미친 사람만 받는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시선이 있는것 같아요. 미국은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이고, 우울증이 있다고 본인이 생각되면 이를 본인이 인지를 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기 위해 노력해요.
즉, 한국은 신체적 건강에는 관심이 많아서 조금만 신체적으로 이상이 느껴지면 쉽게 병원에 가고 치료를 받는데,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는 이상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도 하지 못하고, 인지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는것 같아요.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대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인식 개선이 되지 않는 이상은, 트로스트와 같은 멋진 서비스가 있더라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찾아보고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로스트와 같은 정신상담 서비스가 더욱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로스트가 자사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을 잘 해야 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근원적으로 "정신건강케어"에 대한 대대적 인식 개선이 일어나며 사람들이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해당 부분에 관심이 있어야 이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사람들이 찾아보게 될테니깐요. 정신건강케어 자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찾아보지 않겠죠. 이들에게 정신건강케어 서비스에 대해 마케팅을 하더라도, 본인들이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혹은 정신건강을 케어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냥 쉽사리 지나치겠죠. 그렇게 때문에 우선 "정신건강케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신건강케어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개개인들이 노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범정부차원에서 이에 앞장서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범정부차원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 이제는 단순히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중요하다는 캠페인을 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국민들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이에 대한 서비스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시도해볼테니깐요.
다음으로 트로스트를 Product의 접근성 차원에서 생각해볼게요. 앞서 말씀드린 Product의 인지도 (Awareness)가 범정부차원에서 증진되었다고 가정할 때, 해당 Product를 소비자들이 쉽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음의 두가지라고 봅니다.
1. 찾을 수 있다.
2.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다.
첫번째로 해당 Product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 다음으로 해당 Product를 소비자들이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정신상담 서비스의 경우 비용이 저렴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매하여 이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두가지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를 통한 접근성 증진, 다른 하나는 보험사를 통한 접근성 증진입니다.
소비자가 정신상담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할 때, 트로스트와 같은 정신상담 서비스에 대해 찾아보게 될거에요. 해당 서비스를 찾는데 있어서 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회사의 복지서비스 (EAP: Employee Assitance Program) 에 포함되어 있나 살펴보게 되겠죠. 회사 복지서비스에 포함이 되어 있다면 개인 비용부담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트로스트의 경우 회사 복지서비스(EAP)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신상담을 회사의 복지 프로그램으로 제공할 경우, 기업의 업무 생산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죠. 현재 제주항공, LG화학 등의 기업들이 트로스트를 자사 복지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욱 많은 회사들에게 트로스트의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기업들의 인식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트로스트 김동현 대표님께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모든 직원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이라기 보다는, "문제가 있는 (Red Flag가 있는) 소수의 직원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 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인식은 제가 앞서 말씀드린 정신건강 자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편견 때문이겠죠.
이러한 기업 리더 및 인사담당자들의 편견이 바뀌지 않는 이상, 트로스트와 같은 정신건강 서비스는 회사의 복지에 포함되기 힘들 것이고, 이러한 케어가 필요한 소비자들은 소외되겠죠. 이들의 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1) 정신건강 서비스를 회사 복지 프로그램으로 성공적으로 제공한 기업들의 실사례들과 (2) 각종 연구단체 및 시장조사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공신력 있는 White Paper (연구자료 및 보고서)들을 발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소비자들이 트로스트와 같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와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신건강 서비스의 비용을 개인 소비자들이 전액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트로스트를 예시로 살펴보면, 50분의 상담권은 대략적으로 5만원-7만원의 가격으로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트로스트 홈페이지 이미지를 보면, 텍스트를 통한 상담은 50분에 50,000원, 전화 상담은 50분에 65,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담사에 따라 약간의 가격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감기에 걸려서 내과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보면 평균적으로 약 5,000원 내외의 진료비를 내고 3,000원 내외의 약 처방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즉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서 의사선생님을 보고 처방을 받는데 10,000원의 비용이 필요하죠.
그런데 정신적 감기에 걸려서 정신건강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약 50,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니, 신체적 감기에 걸려서 치료를 받을 때 보다 5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죠. 더군다나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인식이 그닥 좋지만은 않은 환경 속에서 소비자가 이렇게 높은 비용을 내고 치료를 진행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머뭇거리다가 소비자는 정신건강 치료를 받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개인부담금을 낮춰야 합니다. 이는 트로스트 업체 차원에서 하기는 힘들겠죠. 정부차원에서 국민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고, 정책적으로 보험사들과 협력하여서 정신건강 서비스 비용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보험의 일부로 정신건강 서비스가 지원된다면 최고 일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죠. 그전에 일부 개인 보험사들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자사 보험 상품의 일부로 추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 트로스트와 개인 보험사들의 협력을 기대해봅니다.
오늘은 제가 클럽하우스에서 재미있게 들었던 정신건강과 관련한 주제, 그리고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로스트를 통해 제 생각을 나눠봤습니다. 요즘들어 특히나 정신건강과 관련해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해당 분야에서의 인식 개선 및 서비스 확장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