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써도 그저 좋은 여행객
로마는 세계적인 관광지이고 그 로마에서도 나보나 광장의 테라스 있는 음식점들의 음식들은 당연히 비쌀 것이라 감안해도 조금 비싸다.
그래도 나보나 광장 야외석에 앉아서 와인도 한잔 하며 느긋하게 식사하기로 했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피에로들이 어슬렁 거리기도 했다.
서기 몇백 년 전 그리스 로마 신화시대 유적이라는 판테온은 이천 년 훌쩍 넘는 세월이 무색하게 당당하게 시내 한복판에 서있다.
와 이천 년 전에 제대로 된 타워 크레인도 없이 저 건축물들을 건설하려면 오직 인력으로 승부했을 건데, 오페라 아리아 히브리 노예들의 노래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구나. 타지에서 끌려온 노예들이 얼마나 노역했을까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트레비 분수는 아름웠지만 사람들이 버글버글 거렸다. 트레비 분수 뒷골목에서 둘째의 요청으로 AS로마의 홈경기 유니폼을 파는 가게를 들어가서 이게 라이선스 있는 거 맞느냐를 계속 물어봤지만 묵묵부답하길래, 영어가 안 통하는구나 싶었는데 남편이 왜 이런 데서 라이선스를 따지냐는 핀잔을 듣고 아하! 그렇구나 싶을 만큼 로마 주요 관광지를 혼란의 도가니였다.
하우스 와인을 마셨는데 산 지오 배제 품종의 키안티 클라시코였다. 하우스 와인이라도 어딜 가도 맛있었다. 음식값이 좀 비싸고 나중에 10% 택스가 붙은 계산서를 받긴 했지만 바가지를 썼다고 기분이 안 나쁠 만큼 와인은 맛있었고 음식들도 나쁘지 않았으며 사람이 많은 주요 관광지 야외 테라스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 곳곳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 중인 것 같았다. 여행을 하며 기점 대도시 두 곳, 소도시 네 곳을 다녔는데 소도시 다닐 때가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유명한 관광지의 건축물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미 어떤 매체에서든지 간접 경험을 했었는데 걸어서 세계 여행 같은 프로 PD들이 제대로 각도 잡아서 열심히 찍어 보여주던 것들을 여기 와서 멀리서 내 쌩눈으로 확인한다. 정도의 느낌이랄까?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서 계속 와인을 마셔야 했고 초콜릿도 먹어줘야 했다. 하필 여행 와서 큰애가 아파서 마음도 엄청 힘들었었다. 그래도 여행은 다리 떨릴 때 아니라 가슴 떨릴 때 다녀야 한다. 와서 사람 구경 하더라도 떠나 와야 한다.
더 다리 떨리기 전에 또 떠나자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일상을 열심히 살아나갈 이유가 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