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K-12를 중심으로)
1911년 8월 조선총독부의 교육령부터 시작된 식민지 교육은 전통 교육을 단절하고 학생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하게 제한하였으며, 교사의 교육권 역시도 관리당국에서 통제했다.
이렇게 우리는 해방 이후 일제 식민 교육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건국과 전쟁을 거치는 과정에서 지금의 서열 위주의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교육체제가 고착화되었다.
650년 동안 스웨덴의 속국이었고, 척박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교육을 떨쳐내고 최고의 복지와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이룬 핀란드와 비교했을 때 그 아쉬움은 더 크다.
세계적인 교육의 변화 흐름과 함께 제6차 교육과정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분권화/자율화가 추진되었고 , 학생 중심의 7차 교육과정을 거쳐, 2007 개정 교육과정은 본격적 교육 혁신의 시발점이었다. 교육의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을 대거 당선시켰고 학교 교육의 혁신적인 변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공교육 혁신의 시작 이전에도 이미 서열 위주의 경쟁체제를 양산하는 전통적 교육체제 변화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생겨났다. 1997년 3월 한국 최초의 ‘간디 청소년 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2017년 기준 1,150여 개의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1,150여 개의 대안학교라는 숫자는 그만큼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답답함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
대안학교는 국가의 통제에서 자유로우며 공교육의 경직성, 획일성, 표준화 노선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학업 세계 입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는 대안교육 특성화 학교, 대안학교, 미인가 대안교육 시설로 구분한다.
대안학교의 가치철학과 시도들은 공교육 제도권 내에서도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혁신적 학교교육의 시도는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전인교육의 이상을 다시 한번 복원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된 혁신학교는 지식 중심의 획일적 교육보다 지성, 인성, 감성, 창의성의 고른 발달을 강조하고 세계적인 진보주의 교육의 흐름을 수용한 것이다.
2018년 현재 시도별로 특화된 1,340여 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혁신학교 운동은 2018년 제2기 진보 교육감의 대거 당선(17개 중 14개)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교육혁신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정치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부 별로 다양한 교육 혁신을 추진했는데,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목에 맞게 특성화된 교실로 학생들이 이동하여 수업을 듣고, 블록타임 형태의 수업의 다양성을 시도한 교과교실제도가 시작되었다. 교과교실제의 취지는 교과별 특성에 맞는 창의적 교실환경을 기반으로 교실수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공교육의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함이고 2010년 ~2015년까지 5개년간 운영비 7,242억 원, 시설비 3,363억 원 총 1조에 이르는 교육분야의 뉴딜정책이라고 불릴 만큼의 혁신적인 시도를 하였다.
2011년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에서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마트교육은 디지털 교과서와 스마트교실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교실 현장의 인프라, 하드웨어 재원, 교수자의 수용성을 고려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직업교육을 단순한 일자리 준비교육 차원이 아니라 산업 수요에 대응한 학교교육의 체질 변화라는 관점에서 자유학기제를 도입했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제도인데 현재 자유 학년제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혁신의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과 혁신학교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던 교사들의 주기적인 전환 배치는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혁신학교마저도 그 영속성을 잃어보고 다시 전통적 교육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러한 사례는 불안정한 시대에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것을 희구하는 학부모들의 향수가 학교를 추동했으며, 학교는 학부모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 옛 학교에서나 통용되던 문법들을 제도적으로 강화해버렸다.
반면, 그 The Chasm 즉 Death Valley를 넘어선 학교들의 성공방정식을 살펴보면 그 뒤에는 혁신교육을 지지하는 학부모가 있었고 그 학교는 지금도 당당히 혁신학교로 우뚝 서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교훈을 통해 제2기 진보교육감은 교육이 결국 학교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모든 영역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였고, 교육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은 교육의 혁신을 주도할 교원의 역량개발과 학부모의 교육과 미래 역량에 대한 이해 도임을 이해했다.
6.13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를 통해 배출된 제2기 진보교육감은 전문 학습 공동체 강화를 통해 교원의 역량개발을 촉진하고, 마을의 교육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마을 교육공동체라는 개념을 수립했다. 마을 교육 공동체는 현재 혁신학교와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혁신교육 지구라는 진일보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교육 혁신의 전환(Innovative Transformation of Education)이라는 사명을 가진 문재인 정부는 혁신교육의 필승을 위해 공격적이지만 필히 성취해야 할 공약을 대통령 선거에서 발표했다.
대입제도 개선, 고교학점제도 도입,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
이미 예상했던 저항들로 인해 비록 현재 주춤거리고 있지만, 총체적인 사회 안전체제 보장 강화와 근본적인 교육 체제에 대한 개선이 실천되지 않으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창의/인성 인재 육성이라는 혁신과제는 고무줄처럼 다시 과거로 복원될 가능성이 크다.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IT기술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현실화시켰고, 인간의 단순 반복적 일은 로봇으로 대체되었다.
창의적 인재 육성만이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우리 사회를 존속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25년도에는 지금 현존하는 일자리의 몇 퍼센트가 없어지고 몇 퍼센트가 생겨납니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고 노동시장의 파괴는 진행 중입니다.”
노동시장의 파괴!!! 믿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도 콜센터 직원을 포함해 많은 영역에서 자동화와 로봇에 의한 일자리 대체가 시작되었다.
과거 1차, 2차 산업혁명을 통해 국가의 번영 경험이 있는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국가들은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과감하고 다양한 교수학습 혁신 실험을 오래전부터 시도하고 있고, 작지만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의 국가들 역시 미래 역량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리더십을 기반으로 숨 가쁘게 교육 혁신의 성공사례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1987년 설립된 교육자치 실천 사례 영국 샌즈 스쿨, IT 기술 기반의 몬테소리 교육 형식을 도입한 네덜란드 스티브 잡스 스쿨, 칸 아카데미 플랫폼 기반하에 실험학교인 칸 랩스쿨, 기업가 정신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몬드라곤 대학, 토론 중심의 온라인 학습과 글로벌 7개국을 기반으로 실세계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미네르바 대학 등 혁신교육의 다양한 사례들은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물론 실험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실패 사례들도 생겨났다.
비평가들이 거론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알트 스쿨(Alt School)인데 2013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학교로 구글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맥스 벤틸라(Max Ventilla)가 설립한 학교다. 구글 수석 엔지니어가 설립한 학교답게 각종 IT기기, 학습 패턴 분석을 위한 영상 녹화 등 혁신적인 시도가 있었고 4년 만에 뉴욕에 6개의 학교를 열었다. 특히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들이 참여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학생수 감소로 인해 폐원을 하게 되었는데, 이 알트 스쿨의 사례는 기술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평가들에게 기술의 과도한 활용에 대한 경고의 사례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반면에 Ecole 42는 알트 스쿨 이상으로 기술이 교육에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기술의 과한 사용이 문제인가?
기술에 너무 빠지거나 의존하고 기술이 승리했다고 생각될 때, 교사는 자기만족으로 안주하려 할 때가 바로 교육실패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순간이다. 알트 스쿨의 실패도, 에콜 42의 성공도 기술이 교육이라는 본질을 이해해나가는 과정임과 동시에 최적의 환경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기술은 공존한다.
기존 교육에서 기술은 하나의 교수 학습 수월성을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에 그쳤다면 현재의 기술은 교사의 수용태도 – 수용적인가? 비판적인가? – 에 따라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꿀 수 있으며 교수학습의 본질까지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교육과 기술의 역사는 ‘보편적이고 시간이 필요한 교육’과 ‘빠른 변화와 파괴적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반대의 속성을 가진 산업분야가 융합의 최적점을 찾아내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므로 Common Sense Media, HundrED와 같이 다양한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학교 밖에서도 학교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젝트 학습 사례를 모으고 학교의 혁신을 지원하는 BIE, 사회정서 학습 기반의 학교혁신을 지원하는 CASEL, Kickboard, 거꾸로 학습 모형을 확산하는 Flglobal 등의 비영리 조직들이 운영되고 있다.
2017년 핀란드에서 시작한 HundrED 프로젝트는 매년 100개의 혁신 교육 사례를 공유하는 프로젝트인데, 벌써 혁신 교육의 지식 공유를 위한 공유 플랫폼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어 교육 관련 종사자들은 관심 있게 볼만하다.
지금까지 이러닝 산업은 학습 콘텐츠와 학습관리시스템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전통적인 학습 관리시스템은 빅데이터, IoT,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형 학습관리시스템으로 진화 발전하고 있으며,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을 가능하게 한 기술들은 콘텐츠와 융합하거나, 교육과정에 보다 밀접하게 결합된 혁신적인 교육영역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이러한 에듀테크 서비스는 지금까지 인지 영역의 서비스에 집중해 왔다.
인지 역량이란. 지식을 수집하고, 저장하고 해석하는 역량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수리력을 강화하기 위한 KnowRe, 이누마, 언어 역량을 높이기 위한 산타 토익, 코딩 교육 플랫폼과 같은 서비스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2018년 글로벌 에듀테크 산업은 전통적인 교수학습법과 혁신적 교수학습법 사이에서 기술은 혁신적 교수학습법을 지원하기 위한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선결과제로 교수자의 업무 경감을 지원하기 위한 영역의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 에듀테크 시티 런던에서 개최된 에듀테크 박람회 Bett Show에서는 구글 클래스룸, 마이크로스프트 클래스룸과 같은 IT 자이언트들의 교육 서비스의 번들링 화도 대단히 위협적이었지만, 교사의 업무경감, 교수학습 지원을 위한 교육기술로의 접근이 강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2016년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표한 “New Vision for Education : Fostering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Through Technology”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에듀테크 영역 투자한 총액 중 사회정서 학습 영역은 5%라고 한다.
에듀테크가 수리력, 문해력과 같은 인지영역에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회복력, 성장 마인드셋, 열정, 도전정신과 같은 비 인지영역에서 혁신적 역할까지는 기대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보스턴 컨설팅이 수행한 자료에 의하면 이미 미국 내 93% 교사들이 사회정서 역량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87%가 중요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학교의 CASEL의 사회정서 역량 교육 프로그램 도입률이 700% 증가했다.
이렇게 2018년부터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지역량 개발과 더불어 비인지 역량 교육 분야에 기술 접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글로벌 behavioral/mental 헬스케어 시스템/서비스 시장은 년 평균 11.8%라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Kickboard, Empatica, Kinful 등과 같은 사회정서 역량 즉 비인지 역량을 강화를 위한 학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실수업을 지원하기 위한 지능형 토론 플랫폼 Smile, e-토론 서비스 ARGUNAUT와 같은 Teaching Orchestration 서비스들이 교수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긍정 행동 간섭 시스템(Positive Behavior Intervention System)으로 대표되는 클래스도조는 미국 학교의 80% 점유율을 확보했고, 올해부터 명상 프로그램, 가정용 클래스 도조 등 유료화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정서 역량에 기술 접목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데이터 캡처를 하는 센싱 기술, 네트워킹 기술, 인터페이스 기술과 같은 IoT 기술의 발전의 발달이 함께 한다. 음성인식 기술은 기계의 음성 인식률 95%으로 사람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항저우시의 스마트 시티에 도입된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 스마트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교실에 도입되어 학습자의 감정 상태를 읽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기술이 가치 있는 학습목표와 조화를 이뤄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혁신적 교수학습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교사는 기술과 수업을 대척점에 두고 어느 한쪽만을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다.
기술에 배타적 태도를 가질 것인가? 수용적 태도를 가질 것인가?
물론 2018년 국내 에듀테크 산업 현황은 여전히 맑은 날씨는 아니다.
에듀테크 시티를 표방하는 런던의 경우 학교에서 에듀테크 솔루션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을 £900 million을 책정하여 시장을 조성했으며, 에듀테크 창업자들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면서 전반적으로 산업적인 생태계를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하여 영국 교육의 혁신을 지원하며, 글로벌 수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는 아쉽게도 여전히 국가 주도적인 산업 구조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논쟁은 있겠지만 결국 산업과 교육이 동반 성장하지 못하면 혁신성과 다양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2019년 대한민국 교육은 정부, 산업계, 학계가 함께 참여해 머리를 맞대고 성장과 혁신을 일굴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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