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기구독하는 잡지를 꺼내들었다. 서점에서 한국 창간호 표지에 한눈에 반해서 산, <womankind>
그녀들의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이 나를 매료시켰고, 그 안에 담긴 '언니'들의 이야기는 정말 멋졌다. 두 달에 한 번 도착하는 이 세련된 책은 매번 컬러와 디자인, 그 자체만으로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
사실 이 잡지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 밤에 이삿짐이 아직 정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지러진 물건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마련해낸 나의 소중한! 새식탁 위의 공간에 앉아서 이제야 뭔가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는 사실이다.
womankind 최신호
그녀의 우아하고 강하게 기품이 들인 얼굴은 꽤 두꺼운 내지의 질감과도 잘 어우러져서 나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당당하고 매끈한 감촉(그러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툭,과 탁,의 어느 중간쯤 둥그렇게 꺽이며 넘어가는 두툼한 종이의 손맛! )을 느끼며 매번 희한한 에너지와 위로를 얻었었다.
정리되어가는(한달 째) 이삿짐과, 일년치 적금을 털고 일년치 엄청난 인터넷 서핑 그리고 현장 방문 끝에 하나씩 구입하고 있는 나의 가구들과, 넓어져서 아직은 어색 한 새집의 소리 울림과, 공간에 대한 나의 사랑, 그리고 어떤 공간으로도 채울 수 없는 아픈 이별들까지.
무엇을 하겠다고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워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나의 지난 일년. 일년, 오년, 십년, 오십년...언젠가 나도 저런 얼굴을 가질 수 있을까. 자기 자신으로 살겠다는 조급한 결과보다, 자기자신이기 위한 과정으로 작게 이뤄내고 크게 버티는 멋진 사람들.
지난 일년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경우는 또 없을 거라고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아직, 살고 있다. 그리고 또 신기한 건 개점 휴업 상태인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는 사람이 무려 수백명이라는 거다. 그들이 이런 이야기를 원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남겨보려고 한다. 부디, 모쪼록 무사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