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에 나온 배우들을 보며
기대가 되는 '아수라' 개봉을 앞두고 출연배우들이 무한도전에 총출동했다. 영화도 궁금했지만 배우들이 예능을 어떻게 적응할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보게 됐다.
'무한상사' 프로젝트에서 했던 멤버들의 연기를 배우들이 다시 해보는 시간이 무척 흥미로웠다. 짧은 시간에 준비한 즉흥 연기였기 때문에 나는 속으로
전문 연기자라고
얼마나 다르겠어?
하면서 초점 잃은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배우들은 순간적으로 연기에 몰입해갔다. 몇 초가 흘렀을까? 어느 순간 내 몸의 세포들이 그쪽을 향해 반응하는 걸 느꼈다. 그 상황에 빠져들 것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 때문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화면 밖이었다. 짜릿했다. 예능 프로를 보면서 이런 기분은 또 처음이었다.
역시 좋은 배우는 상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좋은 연기를 해내는구나
배우들은 다를게 없는 대사 몇마디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감정으로 재생산해 냈다.
무도 멤버들과 뭐가 달랐던 걸까?
재능이나 노력이나 경험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 모든 것들이 이뤄내는 화학작용의 총합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마법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배우들은 다른 어떤 도전들보다 연기라는 도전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써 왔다는 것이다.
연기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눈빛에서도 차이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눈빛에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넘어서 어떤 분위기를 낼까? 어떤 느낌을 전달할까?를 고민하는 듯 했다.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오히려 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극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감정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사실 배우라면 더 예술적으로 더 감상적일 것 같았는데 의외였다. 연기를 머리 속에 설계하는 건축가였다. 연기예술이라기 보다는 연기공학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좋은 배우들의 연기가 오랜 시간과 경험의 결과물이라서 그 비결을 세세하게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내가 무도에 출연한 배우들의 눈빛에서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은 연기가 단지 감정표현이 아니라 상황의 이해이고 메세지의 분석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이 아니라 그들의 눈빛을 보고 상상한 얘기라는데 한계는 있다.
어쨋든 우리는 연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에 대해 흥미가 없다.
연기는 설명이 필요 없는 느낌이고
배우는 그런 느낌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
나를 돌아본다.
나도 그들처럼 여러가지 제약안에서도 내가 하는 일을 월등하게 잘 해 낼 수 있을까?
내가 하는 일은 철저하게 이해하고 분석하고 있는가 ? 그 결과물을 아마추어들이 보고 감히 흉내낼 엄두조차 못낼 정도로 아주 비범하고 탁월하게 만들어 내고 있는가? 그들이 너무 창피한 나머지 내 앞에서는 그 일에 대한 언급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는가?
아직 프로가 될려면 갈 길이 까마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