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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y 31. 2021

메타버스 체험기

네이버Z 제페토를 사용해 보고서

요즘 십대들의 놀이터라고 하는 제페토(zepeto)를 체험해봤습니다. 메타버스(Meta 가상, 초월 + Univers 세계, 우주)라는 키워드를 하루에도 몇번씩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다보니 과연 그 세계가 어떤 곳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제페토앱을 다운받아 실행해봤습니다.


제페토는 네이버Z에서 만든 3d 아바타 기반의 소셜 서비스 플랫폼입니다. 현재 200여개국에서 가입자가 무려 2억 3천명이라고 합니다. 그 중 90%가 해외 이용자, 80%이상이 10대 이용자라고 하네요. 이미 십대들에겐 소셜 미디어의 가장 중요한 앱 중 하나로 성장한 모습입니다. 문자 위주의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에서, 영상 중심의 틱톡으로, 이제는 메타버스 기반의 소셜 플랫폼도 서서히 진화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제페토를 사용해 본 소감을 정리해봤습니다.


첫번째 소감은 ‘일단 너무 재미있다’ 였습니다. 이래서 십대들이 좋아하겠구나 싶고, 앞으로도 세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점점 대세가 될 것 같았구요. 세대와 분야를 막론하고 더 많이 쓰여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소 게임을 즐겨하는 사용자라면 이게 너무나 익숙한 가상 환경일 것 같은데, 저처럼 게임에 친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무척 이나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어요. 사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붙여서 그렇지 리니지같은 게임이 이미 메타버스를 구현하고 있는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참여하지 않았던 세대도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고 하면 초기 인터넷 서비스나 카카오톡 서비스처럼 금방 익숙해질거고 사용자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 공간이긴 하지만, 다양한 맵으로 어디든 이동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대로 나를 꾸밀 수 있습니다.


아바타가 맵들을 자유롭게 누비다보면, 그 안 가상세계에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느낌을 금방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얼굴표정이나 동작들도 놀랄 정도로 꽤나 정교합니다. 딥러닝을 이용한 안면인식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완전한 실사같은 현실감까지는 아니지만, 3D 그래픽 느낌에 적응하니 실제보다 오히려 더 현실같은 착각도 듭니다. 현실에는 없지만 근사한 모습의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 여행하고 데이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뭔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들어 온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제페토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까지가 메인 유저들이고 10대가 80프로 이상을 점유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자 아이들의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배경 맵들이 완전 십대 여성 취향이였습니다. 학교 앞인데 술집은 없고 미용실과 옷가게, 디저트 가게와 카페만 온통 있었던 여대앞 골목에 들어 섰던 기억이 떠올려지더군요. 한강공원, 쇼핑몰, 루트탑 카페같은 가상맵들을 월드라고 하는데, 이 곳들의 특징이 남친 여친과 손잡고 데이트하기 딱 좋은 곳들이었습니다. 실제로 각 유저들의 피드를 보면 남친이나 여친들과의 데이트 샷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두번째 소감은 아직은 십대를 넘어 광범위한 세대가 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놀이로써는 참 좋은데, 이 곳에서 내가 얻어갈 게 뭔가를 생각해보면 계속 사용할 동기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물론 나를 표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오는 정서적 만족감만을 느낀다는 측면에서는 어떤 플랫폼보다 재미있고 편리한 환경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걸 뛰어 넘을 유익한 콘텐츠는 별로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콘텐츠가 있어도 소비되는 콘텐츠이지 실제로 나에게 배움이 되고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는 생태계가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 가상공간안에서 의류나 악세사리, 헤어스타일 등의 아이템을 만들어 팔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고합니다. 구찌나 나이키 등은 이미 폭발적인 아이템 판매를 기록하기도 하고, CU 등의 기업 차원에서의 활동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잠재적인 고객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고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다만 개인들의 차원에서는 소수의 파워셀러를 빼면 아직 아이템 판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아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나 블로그의 콘텐츠로 발생하는 수익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더 좋아지겠죠. 


잠깐 사용했지만 또 다른 한계라고 느꼈던 건 속도 문제였습니다. 고사양의 그래픽을 구현하기 버거웠던 걸까요. 사용 중에 간혹 끊김이나 로딩 시간이 발생하더군요. 이런 현상은 VR로 현실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더욱 심해질거라는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이 환경을 구축하려면 어마어마한 리소스가 들어가죠. 막대한 데이터를 읽어드릴 성능의 스마트폰과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필요합니다. 지금 제페토같은 3D 환경에서도 멈추고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니 실사같은 맵을 구현하려면 더 고사양이 필요할 듯해보였습니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완성형에 가까운데, 하드웨어 환경이 안 따르는 듯해보였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다 갖춰져도 인터넷 라인 인프라가 안깔리면 소용이 없겠죠. 메타버스 환경을 잘 구현될만한 5G의 안정적 인프라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주식거래도 금융업무도 모두 모바일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해결하는 게 일상이됐습니다. 인간관계마저도 이제는 SNS라는 가상 세계에서 더 활발하죠. 코로나가 과속화한 가상공간 만남때문에 친구나 지인들도 일년에 한번 보기 어려울 정도이지만, 페이스북, 인스타, 카카오톡, 줌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제페토를 하면서 이제는 우리의 일상 생활도 업무도 이 가상공간 안에서 이뤄진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대면으로 처리해야할 것들이 생기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일들을 무리없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아바타를 통해 더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일 가능성은 10억분에 1″이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마치 영화 매트릭스처럼 우리 머리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라는 주장이죠.


생각해보면 '가상'은 이미 우리의 '일상'됐습니다. 온라인 상의 실체없는 가상의 현실들 금융, 쇼핑, SNS의 경험을 하다보면 가상과 실상의 경계가 모호해집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를 사용해보고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메타버스 관련된 시장이 더욱 커지고, 그에따른 환경이 성숙기에 접어든다면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가속화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매거진브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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