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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Sep 03. 2021

수양하는 마음으로

혼자 일 잘하는 습관

군대에서 ‘수양록이라는  있었다. 하루 있었던 일이나 생각한 것들을 적어보면서 몸과 마음을 닦으라는 의미의 군용 일기장이었다. 얼마나 힘들면 수양하면서 버티라고 이름을 수양록이라 지었을까.  생각을 하니 마음 한켠이 짠하다. 몇일   넷플릭스 ‘DP‘라는 드라마를 보고선    곳의 잔상들이 떠올라 더욱  아찔하다.


오늘은 또 아무 일없이 잘 넘어갈 수 있을까를 항상 염려하며 걱정과 불안과 속에서 보내는 일상이 어디 행복한 생활이었을까. 전국에서 모인 온갖 다양하고 희한한 군상들을 다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나마 그 중에는 고맙고 좋은 분들도 있어 참 다행이었다.


그렇게나 자유를 목말라했던 군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지금은 어떤 규칙도 규율도 강제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바로 혼자서 수양록을 쓰듯 일하는 1인 기업이된 것이다. 이 곳은 내가 곧 법이요, 규율이고, 방식이다. 누구의 명령도 없고, 누구의 의견도 없으며, 나를 위한 무한정의 시간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무한한 자유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막상 한꺼번에 몰려오는 자유를 컨트롤하자니 군대에서 수백장의 수건을 한번에 빠는 일보다 어려웠다. 빨래야 몸으로 떼우면 될일이지만. 시간의 자유를 나누고 계획하는 일은 굉장한 심리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이다. 업무 일정부터 출퇴근, 심지어 점심 시간까지 스스로 짜야하고, 휴가도 알아서 챙겨야하는 일은 참 머리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군대있을 때보다 더 철저하게 수양록에 일정을 꼼꼼히 적어내려가듯 일일 스케쥴 표를 만들고 쓰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누구도 옆에서 체크하고 점검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정 캘린터가 마치 메모장 수준으로 복잡해질 때가 많다.


그것 뿐이겠는가. 간혹 무리한 요구와 무례한 처사때문에 상처 받는 마음을 달랠 사람은 결국 나다. 함께 욕해줄 동료도 없어 좀 섭섭하긴하다. 무조건으로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무한했던 시간이 한정없는 업무 시간으로 탈바꿈할 때도 있다. 매번 긴장하고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혼자 일한다는 건 ‘수양’하는 일같다. ‘도’를 닦고 찾아 가는 일같다. 도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닦지 않고 깊은 산 속이나 조용한 선사에서 오롯이 혼자서 닦는다. 기도라는 행위도 따지고 보면 혼자해야한다.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에서 절대자를 만나는 일이니까. 그 믿음까지 가는 위한 길은 결국 혼자서 걸어가야만 당도할 수 있다.


물론 혼자 일하는 사람이 수양한다고 선사나 산속에 들어 갈 필요는 없다. 누구가 보든 보지않던 자신만의 규칙을 수행해 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도 수양이 아닐까. 그런 과정이 거쳐야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의 크기가 커진다. 돌파할 힘이 생긴다.


혼자 일한다는 건 나를 성장시키고, 돌아보고, 나의 가능성을 살피는 게 한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배우고 회사에서 익혔다면, 혼자서 일하면서는 가르치고 도우는 입장이 되어 본다면, 여럿이 함께 일할 때와는 또 다른 성장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고 익히는 건 참 쉬운 일이다. 전문가가 써 놓은 콘텐츠와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양식을 써먹는 건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혼자서 일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진정한 독립을 생각한다면 스스로 법칙을 만들고 실행하고 설득하는 습관을 들여야한다. 수동적 수요자에서 능동적 생산자로 변신해야한다. 든든한 공급처에서 받아 온 상품을 팔기만 했다면, 이제는 내 상품을 만들어 좌판을 깔고 팔 준비를 해야한다. 이 차이와 강도를 깨닫는 순간. 그리고 그걸 뛰어 넘을 노력을 해 보는 순간 이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점에서 보면 혼자 일하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기 위해 ‘수양해가는 수행자들이어야한다. 가다보면 반드시  나은 길이 보일거라는 믿음을 갖는 이상주의자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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