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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Nov 30. 2021

출퇴근은 짧게, 점심은 길게

코로나로 인해 요즘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일상이됐습니다. 예전보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구요. 일주일에 3일을 재택 근무한다는 지인의 얘기에 의하면 코로나 이전보다 생활의 질이 더 올라갔다고 합니다. 한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에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업무 시작 전에 헬스클럽에서 한시간씩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라고 해요. 출퇴근으로 하루 두시간 이상을 앉아서 운전을 할 시간에 운동을 하니 살도 빠지고 건강도 좋아질 수 밖에 없겠죠. 지인과 함께 일하는 외주사 부부는 코로나의 위험을 피해 한적하고 인적이 뜸한 여행지로 이주해 업무를 시작했다고도 하네요.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코로나만 끝나면 발리같은 휴양지에서 업무를 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예전 같으면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이제는 못할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기업에서 재택 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출퇴근 시간을 아껴 여가활동을 하거나 개인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활동도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많이 자리 잡힌 분위기인데요.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코로나 초기 처음으로 거의 반강제로 재택근무를 하게됐을 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 시간때문에 혼란스러웠을 겁니다. 어떻게 뭘 해야할지 몰라하기도 난감하게도 했겠죠. 특히 몇 십년동안 고정된 출퇴근 해왔던 분들, 업무를 사무실이 아니면 해 본적이 없던 분들은 낯선 환경에서 더 많은 적응 시간이 필요했을 거구요.


출근은 

같은 시간에


저 역시 처음 혼자서 일을 시작했을 때 마찬가지였습니다. 십년 동안 고정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했던 습관이 몸에 베어있다 보니 갑자기 자율적인 시간이 주어지자 이 시간들을 어떻게 컨트롤해야하나 고민됐어요. 회사에서 지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언제 어떻게 출퇴근하고 언제 집중해서 업무를 해야할지 정하는게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세운 시간계획을 잘 지켜갈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에는 독립 후에도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해야하는 상황이라 할 수 없이 회사 다닐 때처럼 출근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서야했습니다. 9시 전 집에서 나와 아이들을 보내고 회사에 가면 9반 정도였어요. 이 전에 직장에서 출근했던 시간과 다를 게 하나 없었습니다. 출퇴근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무공간도 일부러 집에서 20분 내외의 장소를 골랐기 때문에 더 많은 내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근무지를 내 중심으로 짤 수가 있는 건 일인 기업만의 특권이죠. 만약 직원이 한명이라도 있거나 회사로 찾아 오는 분들이 많았다면 이런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출근하면 노트를 펼칩니다. 30분 정도 그날의 일정을 적어보고 일의 분량을 분배하며 그날의 일정표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한동안은 데스크탑 메모스티커에 적었는데, 흰 노트에 적는 걸로 바꿨습니다. 종이 한장 한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적는 게 시간의 흐름을 더 쉽게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적거나 그린 걸 보면서 한번 더 각인되는 효과가 있어 기억하기도 좋았습니다. 집중력이 높을 때는 그 30분이 하루일의 절반의 미션을 완수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노트 한페이지 분량으로 그날 내 놓아야할 아이디어들이 거미줄처럼 튀어 나오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나에게 맞는 

업무 시간 찾기


이렇게 오전 9시 30분에서 12시 반까지 3시간이 제가 하루 중 가장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인데요. 이 시간에 집중력이 좋다는 걸 혼자 일하면서 비로소 알게됐습니다. 디자인 직군의 특성상 야근을 일상으로 하던 습관과 미대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실기를 준비했던 습관까지. 오랜 시간의 습관이 베어있다보니 저녁 시간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고 

당연히 내가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니 !


그런 뜻밖의 사실을 십년 넘게 몰랐다니, 그걸 알아볼 생각조차 안했다는 게 좀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잠이 많기로 유명했던 제가 내가 오전형 인간이었어!라는 얘길 가족들이 듣는다면 아마 믿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벌써 4년이 넘는 시간동안 몇 번이나 테스트해 본 결과 오전의 집중력이 낮시간보다는 훨씬 높았습니다. 그걸 알고나서는 밤을 꼬박 새서 할 일도 그냥 푹자고 일어나서 오전에 하고 있습니다.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잡고 있어봐야 진도가 안나갈게 뻔하니까요. 괜한 마우스질만 수백번 하다가 꾸벅꾸벅 졸기도 하구요. 그럴 바에야 푹자고 일어나 오전에 초집중해서 하는 게 나에게 맞는 선택이라는 걸 알게됐습니다.


아마 혼자 일하면서 저처럼 자신에게 맞는 일하기 좋은 생체리듬을 찾는 분들도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하루 종일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일을 해야할 날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는 평온한 날에는 각자의 집중력 좋은 시간을 찾아 보는 것도 업무 효율을 올리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집중력을 올릴 시간을 찾아 그 시간만큼은 다른 것들의 방해를 받지 않게 확보하는 일은 중요한 이유는 일인 기업이 혼자서 많은 일을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럴러면 시간을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쓸수 있어야 합니다. 그 방법 중 가장 중요한 일이 집중력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라도 365일 정신없이 일만하는 삶을 기대하며 독립을 꿈꾸지는 않았을겁니다. 내 시간의 자율을 누리고,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삶을 위해 울타리를 벗어나 과감히 도전을 한거잖아요. 그러니 오래 길게 일하는 전략이 아니라, 최대한 적은 시간을 투자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그렇게 아낀 시간들을 나의 성장을 위해 나의 삶을 위해 써야합니다.


점심은 

길게


아침 출근 시간은 직장 다닐때와 별 다를  게 없었지만, 출퇴근 시간을 아낀 한시간 정도를 점심 시간으로 가져갔습니다. 그야말로 직장생활을 하면 꿈도 못 꿀 시간이죠.


한시간 정도는 공유하는 오피스의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하며 서로의 사업 얘기와 일상의 담소를 나누고, 또 한시간은 주변의 공원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소화도 잘 되고 운동 효과도 있고 오후에 졸음이 달아 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책을 하면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영감이나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많이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때 깨달은 게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걸으면서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두배로 늘어난 점심시간과 짧아진 출퇴근 시간이 직장 생활을 할 때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들 아닐까 합니다.


퇴근 전 30분 

글쓰기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 30분부터는 하루했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메모장에 오늘 있었던 일에서 느낀 점들 떠올랐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어봅니다. 이 생각의 대부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동시에 올려 나누기도 합니다. 글을 적으면서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고, 내 생각에 대한 반응을 볼 수 있는 시간이라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보니 이 시간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그날의 일을 마무리하려고 업무 속도도 올라가죠. 퇴근이라는 데드라인을 그어 놓고 생각을 글로 옮김니다. 이렇게 쌓인 생각의 씨앗들은 나를 알리는 채널들 여기저기에 남아 나를 대신해 내 생각을 알립니다. 어찌보면 저에게 글은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최고의 생산성 도구인거죠.


여럿이 일할 때와 혼자서 일할 때의 시간의 양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활용방법도 당영히 달라져야합니다.


개개인에게 맞는 더욱 개인화된 활용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제 경험했던 시간활용들을 참고해 시간의 자율성을 맘껏 누리면서도 일의 효율성은 올리는 방법을 연구해 간다면, 더 나은 자신만의 시간 활용법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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