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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Jan 28. 2022

창업자들의 번역가에서 조력자로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은 충실한 번역가라고 생각  때가 있었습니다.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의 비전과 가치를  이해하고, 그걸 고객들이 최대한  이해할  있게 디자인이라는 언어로 풀어주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제대로된 비전과 가치를 갖고 시작하기 어렵더군요. 설령 갖고 있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할 대상이 아예 없으니 번역자인 디자이너는 참 막막하죠.


대부분의 소규모 창업자들이 이런 상황이다보니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투자자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브랜드’로써 존재하지 못하고, 정체성이 모호하고 개성과 매력이 없는 '제품'이라는 덩어리로 남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걸 제 아무리 멋진 디자인으로 감싼다고 한들 뭐가 나아질까요? 브랜드의 근본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다보니 창업자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급선무인 건 디자인보다는 자신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사업의 아이디어를 구조화하는 일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말로하면 브랜드 아이디어가 담긴 구조화되고 시각화된 사업기획서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스토리북 정도가 되겠네요.


저는 이러한 브랜드 콘텐츠 컨테이너가 앞으로 사업을 해나가는데 훨씬 큰 도움이 되고 가치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럴싸하고 만들어 놓은 브랜드 로고보다는 수십배는 더요.


물론 이걸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보통은 상당한 금액과 긴 시간을 들인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죠습니다. 사업을 정확하고 잘 이해해야하고, 사업이 가진 핵심 아이디어를 구조화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내용들을 보기 좋고 알아먹기 쉽게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일은 저희 회사가 지난 4년동안 100여개의 작은 브랜드들의 컨설팅과 디자인을 해왔던 일들입니다. 위 조건과 과정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디자인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짜릿합니다.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제가 잘 표현해내는 영역에서는 제법 인정받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즐기고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보다는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하는 것, 나만할 수 있는 것, 시장과 창업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걸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브랜드 아이디어들을 구조화하고 시각화해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그 일은 아마도 근사하게 만들어진 답을 하나 던져주는 일이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의 과정을 함께 고민하고 기회와 미래의 모습을 누구나 알 수 있게 꺼내 놓은 일이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일일 것입니다.


작년 말부터 진행해 온 전기바이크 스타트업을 시작으로 아마도 올해가 그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BRIK이라는 회사를 만들었을 때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고, ‘아이디어 컴퍼니'라고 붙였던 이유도 디자인을 넘어 선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4년이 지난 이제야 그 생각이 더욱 선명해졌고, 더 구체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네요.


앞 서 설명드린 브랜드 디자인의 전단계에서의 미니멀한 브랜드 컨설팅과 스토리 세팅을 통해 디자인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생각하는 브랜딩 서비스를 실제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1인 기업이다보니 브랜드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들보다는 훨씬 작은 예산과 짧은 일정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구체화된 계획이 세워지면 앞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브랜딩브릭] www.bri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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