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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Feb 08. 2022

나와 회사를 과장하고 싶은 유혹

[일인기업 생존일기]

작은 회사들은 더 크게 보이려고 노력하고, 거대 공룡 기업들은 체구가 작고 발빠른 스타트업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 나같은 1인 기업 역시 비록 혼자 일해도 여러명이 함께 일하는 규모있는 회사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는 있다. 사실 많은 1인 기업들이 굳이 1인 회사, 프리랜서등의 명칭을 두고, 유독 1인 기업이라는 표현을 즐겨쓰는 이유도 그런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물론 1인 기업이라는 말은 정부 육성 정책에도, 1인창조기업법같은 법령에도 쓰이는 아주 공식적인 말이다. 괜히 폼잡으려고 쓰는 말은 아닌 거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1인 기업이란 말이 무척이나 거북했다. 1인 ‘회사’ 정도면되지 굳이 '기업'을 붙이는 것도 규모를 과장하기 위한 언어적 장치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1인 기업이든, 1인 회사든, 프리랜서든 혼자서 일한다는 본질은 다 같다. 이름이 주는 뉘앙스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혼자 일합니다'


나같은 1인 기업이 고객사와 처음 미팅을 하고 혼자 일한다고 하면 보통 반응이 크게 두가지다. 하나의 반응은 꽤 놀라거나 의아해하는 경우다.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건 여러 사람이 같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내가 워낙 SNS활동이나 콘텐츠 발행을 꽤나 활발히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시는듯하다. 하지만 그런 분들의 경우 1인 기업이라는 것에 별로 개의치는 않으시는 편이다.


또 다른 반응은 1인 기업이라서 약간 실망한 눈빛이 역력한 경우다. 우리 회사가 상대편에서 기대했던 규모와 조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든든한 조직이 갖춰진 회사와 일하는 게 덜 불안하고 안정된 작업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시는 걸로 짐작한다. 물론 실력이나 여러가지 요건에서 우리 회사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보통 조직과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는 다인 기업들 사이에서 1인 기업이 수주 경쟁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게 예정된 계약이 아니라 경쟁 상황이라면 말이다.


이렇게 일반적인 다인 회사라면 겪지 않을 두가지 상황을 동시에 겪다보니 마음 속에서는 매번 우리 회사를 과장하고 싶고 더 크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때론 들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라리 그런 고민을 하지말고 1인 기업이 가진 장점을 어필하고 우리에게 맞는 고객을 찾는데 더 초첨을 맞춰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감추거나 과장해봤자 금방 들통날 규모와 말들을 해봤자 뭐가 좋을까?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신뢰의 시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솔직함이 신뢰를 만든다'


그 생각을 가지고 원칙을 세웠다. 비록 내 상황이 불리하더라도 절대 회사나 나를 부풀리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만 제대로 말하고,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솔직히 말하자. 혹여 중간에 일이 잘못돼더라도 그 상황의 이유와 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원칙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불안했던 마음이 가시니 고객사들을 만날 때도 자신감이 더 생겼다. 서로 맞으면 좋겠지만, 혹시 맞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1인 회사를 운영한지 3년차가 되는 시점에 중요한 일이 하나 생겼다. 함께 일하던 파트너사와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고객사의 프로젝트가 드롭될 뻔한 상황이 온 것이다. 한달을 계획하고 했던 일이 두달이 넘어가도 진도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른 일은 진행도 못하고 그 일하나에 올인해야했다. 함께 하자고 끌어들였던 파트너사에게도 믿음을 주고 일을 맡긴 고객사에게도 정말 미안했다. 중간에서 입장이 너무나 난처한 나머지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어떻게 하면 내 잘못을 줄이고 다른 쪽으로 잘못의 화살을 돌릴까라는 나쁜 생각도 잠깐 해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사업을 할 때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대처한다면 내 사업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업은 신뢰의 문제이고 시간의 문제인데 이 걸 그 순간만 벗어나기 위해 피한다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규모 위에 신뢰가 있다'


결국 이 모든 상황과 앞으로의 예상 결과 등을 고객사 담당자에게 상세하고 보고하고 어떻게 해나아가야할지 머리를 맞대로 며칠을 고민했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마무리였으니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된다면 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일로 고객사와의 관계가 끊어지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프로젝트가 꼬인 중간에는 상상도 못할 순간이었다. 그 일로 인해 담당자와의 관계를 더욱 친밀해지고 신뢰가 쌓였다. 그리고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일부러 다른 분께 소개까지해주시기도 하는 가장 든든하고 오랜 고객이 됐다. 만약 내가 중간에 꼼수를 부려 위기의 상황를 넘길려는 마음을 먹었다면 아마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뿐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지 않았을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솔직해지자. 과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자'라는 생각은 어쩌면 혼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용기있는 결정이다. 매번 더 꾸미고 과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이 좋은 덕목을 잘 지켜간다면 회사의 규모보다 더 큰 기회가 찾아 온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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