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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현수 Mar 13. 2022

블루보틀의 블루 사용법

[ 브랜드 관찰기 ]

이름에 이미 블루로 물들어 있는 '블루보틀' 매장에서는 좀처럼 블루를 찾기 어렵습니다. 매장의 넓은 한쪽 벽면에 조그맣게 붙어있거나 매장 입구의 스탠딩 사인에 아주 작은 비율로 적용되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제한적인 블루의 사용은 오히려 블루라는 색상이 가진 매력과 심벌의 개성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제가 방문했던 세곳의 블루보틀 매장에서 쓰인 블루는 전체 면적을 100이라고 하면 블루가 차지하는 비율이 1정도 밖에는 안됐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사용된 면적에 비해 주목도는 오히려 훨씬 올라갔습니다.  그 이유는 블루 주변을 감싸고 있는 주변의 환경이 블루와 싸우지 않고 블루를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블루 색상 자체가 예뻐서라기 보다는 주변 환경의 색상과 표현이 너무 밋밋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블루 색상이 더 화사하고 멋져 보이는거죠. 매장 인테리어 마감재 대부분이 화이트와 밝은 브라운 계열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살짝 형광빛이 감도는 블루보틀의 심벌은 단연 눈에 띄게 됩니다. 못생긴 표정을 지어 사진의 주인공이 더 예쁘고 잘나 보이게 하는 사진 밀어주기 효과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블루를 조금 적극적으로 쓰는 곳도 있는데요. 의류나 유니폼 등의 섬유소재들입니다. 많이 톤 다운된 저채도의 그레이 빛 블루가 쓰여 블루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색상 팔레트가 느껴지게 합니다. 색상은 같지만 채도와 명도를 달리해 지루함을 덜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블루보틀의 색상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 건 뭔가 휑하고 비어 있는 매장의 공간 디자인의 컨셉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휑한 대지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파란 선인장 같기도 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소금 사막 가운데 한 방울 떨어진 블루빛 물방울 같기도한 블루보틀의 색상 활용법은 사막한 가운데의 새파란 오아시스처럼 반갑고 귀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비움의 미학이 주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화룡정점같은 블루 포인트 때문에 지루하지 않습니다. 만약 공간을 구석 구석을 쪼개고 꽉 채웠냈다면 절대 느낄 수 없는 감각들입니다.


이제 비해 같은 커피 전문점이지만 이디야의 색상 전략은 완전히 다릅니다. 동네 곳곳에 번화가를 약간 벗어난 곳 어디에나 있는 이디야 매장은 온통 블루로 뒤덮인 외관일 때가 많습니다. 멀리서도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띕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가지고 있는 커피 전문점이기도 하지만 고유한 블루의 색감의 차별성으로 인해 매장 수가 더 많아 보이는 효과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블루보틀가는 완전히 정반대의 색상 전략이지만, 이디야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합리성과 대중성에는 딱 맞는 활용입니다.



업역이 달라 약간 멀리 간 느낌도 있지만 최근 삼성 디지털 프라자의 블루 사용법도 흥미롭습니다. 예전과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삼성 디지털프라자의 외관은 온통 파란색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멀리서 봐도 차를 타고 지나가도 눈에 확 띄는 곳이었죠. 이는 경쟁사인 LG나 롯데 하이마트와의 외관 이미지와 확연한 차이를 줬습니다.


그런데 삼성 디지털프라자는 외관에서 점점 블루가 줄어들더니 이제는 블루가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고급화 전략입니다. 삼성의 진한 청색계열의 블루는 최근 비오스크같은 맞춤형 고급 브랜드에서의 다양한 색상들과의 충돌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많은 가전제품개별 브랜드와 새로운 고급 브랜드 라인들을 모두 보듬어 내기에는 제한 사항이 많고 쓰기 어려운 색상입니다. 진하고 푸른 청색은 단일 제품 브랜드나 기업 브랜드로써는 강력할지 모르지만 굉장히 많은 하위 브랜드를 거닐고 있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브랜드로써는 한계점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입니다.




블루 보틀에서 쓰는 제한적인 사용마저 극단적으로 줄여 버린 새로운 삼성 디지털프라자의 색상 전략은 브랜드의 통합성과 포괄성을 높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형성했습니다. 또한 블루라는 색상에 쏠렸던 시선을 삼성전자에서 만든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등의 주인공으로 시선을 이동하게 만들었습니다. 블루라는 강한 색상의 방해 없이 조금 더 편안하게 제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블루보틀, 이디야, 삼성프라자의 블루 사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색상을 쓰면서도 브랜드에 따라 쓰는 방식과 활용 방법이 모두 달랐습니다.


브랜드가 어떤 색깔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하는 정체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기 가진 색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브랜드의 정체성이 재정의 될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색상 사용법에 따라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가 달라지고 브랜드의 운명까지 결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브랜드는 자기가 이미 가진 색을 지키고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색을 어떻게 활용하고 전달하느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습니다. 같은 색이라도 어느 장소에 놓이느냐에 따라, 얼마의 양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색의 매력과 가치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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