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화장대

by 우현수

주말에 본가에 갔다가

아버지 로션을 빌려 쓰려는데

여행용 샘플 밖에 보이질 않았다.


은퇴 전에는 브랜드 화장품들로 가득한 화장대였다.

넘칠 때는 가져다 쓰는 일도 많았는데

지금은 축제가 끝난 벌판처럼 황량하기만 하다.


손자들 선물은 아끼지 않고 쓰시면서

당신 얼굴 가꾸시는 것에는 인색해지셨을 것이다.


마음이 짠하다.


어머니의 화장대가 아니라

아버지의 화장대라서 오히려 더 그렇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