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앱을 한번 써볼까?라고 생각했던 건 2년 전쯤입니다. 버스 가장 뒷자리에서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앞에 앉아 있는 분께서 통화를 끝내고 다급히 토스앱으로 이체 하는 광경을 의도치 않게 목격했습니다. 그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내가 사용하는 은행앱 속도보다 두배는 빠른데?'라는 것과 '이런 상황이 내 눈에 들어 올 정도면 요즘 토스 쓰는 사람이 정말 많은가 보구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카카오뱅크를 종종 써왔기 때문에 은행앱보다는 토스가 사용성이 훨씬 나을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산을 책임지는 메인 은행앱으로 쓰기에는 왠지 불안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먹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토스라는 이름은 보란듯이 내 활동 반경의 더 많은 곳에서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거리 지나다가도 소셜미디어를 볼 때도 토스를 더 자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일상에서 다가오는 체감을 통해 어떤 브랜드의 인기도를 판단하는 편입니다. 물론 편견과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기 하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면 이러한 감에 기반한 지표들은 대부분 정확하더군요. 토스가 내 반경 안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신호들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다는 건 분명 이 브랜드가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고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렇다면 토스의 어떤 면이 수년간 써 온 주거래 은행앱까지 버리게 만들었는지 그 매력을 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 이유들로 2년 전쯤 토스앱을 깔았습니다. 분명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는 앱 사용 환경과 편의성은 말도 못하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메인으로 쓰기에는 여전히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간혹 사용하다가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된 건 작년 2021년 봄부터입니다. 토스 증권이 생긴 시점이죠. 사실 그 전 리뉴얼을 통해서도 저는 이미 토스의 팬이 됐습니다. 전반적인 리브랜딩의 수준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압도적인 유저 사용 환경이 압도적이었어요.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한번 쓰면 안 쓸 수가 없더군요. 그때 주거래 은행을 바꿀까라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건 사업자의 문제로 바꾸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장 많은 금융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체와 금액 확인을 대부분 토스 앱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명목상 주거래은행은 따로 있지만 실제 금융활동들은 거의 토스로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그야말로 제 재무의 실세는 토스인거죠.
무엇보다 토스가 편리한 건 은행 일과 주식 거래를 하나의 앱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원앱 전략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 같다고 짐작은 했는데요.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토스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427만명이라고 합니다. (2022년 6월 기준) 매월 35만명씩 증가한다고 하니 엄청난 성장 속도입니다. 이 수치는 페이스북이나 넷플릿스보다 많고 인스타그램이나 배달의 민족에는 조금 못 미칩니다. 사실 금융앱의 MAU가 이렇게나 높다는 게 언뜻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폰의 사용양 중 토스가 어느 순간 메신저, SNS 앱과 함께 상위권에 올라와 있는 걸보고 바로 수긍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 이체할 때나 들여다보던 은행 앱을 토스로 넘어오면서 적어도 아침저녁으로는 확인하고 있으니까요. 같은 인터넷 은행이지만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가지지 못한 유입률과 체류율의 포인트가 아마도 토스의 원앱전략의 승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앞으로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이 이 하나의 앱으로 묶어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토스만의 금융 세계를 이룰 것이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세계 안에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토스의 리브랜딩은 2019년 대대적인 리브랜딩 이후 불과 3년 만입니다. 사실 일반 기업의 브랜드의 변화 속도를 생각하면 3년은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많은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적어도 5년 이상 길게는 10년을 훨씬 넘어 리뉴얼을 한다는 걸 생각하면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 시장의 변화 속도와 토스의 성장세를 감안해보면 일반기업의 10년이 토스에겐 3년에 버금간다고 생각 합니다.
더 자유롭게, 유연하게, 대담하게는 이번 리브랜딩을 위한 기준입니다. '쉽고 간편하게 토스(toss)하는 금융'에서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2년 전 리뉴얼 때는 서비스 확장에 따른 통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사용자 경험 제공한다는 것과 누구나 공 던지듯 쉽고 간편한 금융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걸 목표로 한 것에 비하면 훨씬 높은 차원에서의 변화입니다.
리브랜딩을 통해 그려내는 그림이 제게는 마치 토스라는 새로운 금융 행성처럼 보였습니다. 앞으로 토스가 펼쳐갈 열정적인 사업의 비전과 실행 의지를 말하는 듯했습니다. 물론 토스라는 행성이 되어 다가올 주제는 금융이 메인이겠지만 앞으로는 통신일수도 콘텐츠일수도 커뮤니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행성에 어떤 새로운 걸 경험을 실어 우리에게 다가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하나의 고정된 별이 아니라 행성으로 심벌을 표현한 건 토스가 앞으로 취할 모션의 색깔을 확실하게 말해주는 듯합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봐와 같이 이번 토스의 변화는 그 당위성과 이유에 있어 논쟁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토스가 앞으로 추구해갈 이미지를 적절하게 잘 선택한 걸로 보입니다. 더 넓은 차원의 서비스 지향점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비전 또한 디자인 콘셉트에 잘 담겨 있습니다. 특히 새로운 로고를 활용한 'The Journey'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토스가 상상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미래의 이야기들이 뛰어난 연출력으로 잘 보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브랜딩 과정을 살펴보면서 내가 만약 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상상해봤습니다. 외부 디자이너의 관찰자 시점에서 보는 거라 한계는 있겠지만, 눈에 보이는 이면에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디자이너들의 고심을 함께 느껴봤습니다. 다만 취향과 주관이 섞인 지극히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고 해석한 이야기라는 걸 감안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리뉴얼 전의 심벌 형태는 좌측 하단의 한쪽만 돌출된 형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리뉴얼되면서 비스듬히 상하로 두 곳의 돌출 형태가 생겼습니다. 기존의 심벌이 좌측 하단에서 힘을 모아 우측 상단으로 튀어 오르는 형태라고 한다면, 이번 리뉴얼된 심벌의 형태는 트위스트의 동작이 멈추면 상하로 팽팽하게 힘의 긴장이 만들어지는 형태입니다.
돌출된 곳이 두 곳인 만큼 돌출 정도에 따라 전체적인 심벌의 동세와 개성이 달라집니다. 리뉴얼된 형태보다 더 뾰족했다면 조금 매서워 보였을 것이고, 돌출의 정도가 덜하다면 조금 뭉툭하고 둔한 느낌을 줬을 것입니다. 지금의 형태는 전체 타원의 중심에서 적정하게 튀어나와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균형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의 심벌마크가 분리되면 마치 작은따옴표가 두 개가 됩니다. 각각의 모양도 완결성이 있는데 이 둘이 합쳐지니 더욱 완벽하게 결합된 상태로 안정감을 유지하는 형태가 됐습니다.
심벌마크를 회전시켜서 돌출된 회전축이 어떤 각도가 됐을 때가 더 토스스러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테스트 A처럼 기울기를 눕히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동세가 더 강해집니다. 언뜻 'S'자의 형상을 띄기도 합니다. 'ss'라는 로고타입의 조합으로 그러한 동세가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테스트 B의 경우 X축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듯합니다. 테스트 C의 경우 심벌의 전, 후 공간감이 어느 형태보다 깊습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뾰족한 곳과 뒤로 물러나 지면에 착지하고 있는 둥근 면과의 거리감이 상당합니다.
이처럼 심벌의 개성을 결정짓는 포인트는 두 개의 돌기의 위치와 돌출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수많은 테스트가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 설정된 느낌은 완전한 스탠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많이 기울어진 것도 아닌 약간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개성이 되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완전하게 서 있는 것도, 완전하게 기울어진 것도 아닌 상태죠. 좋게 생각하면 둘다의 이미지를 가진 상태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기울기를 재보다 보니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자전축이 기울기는 23.5도입니다. 그런데 토스 심벌의 회전축 기울기는 자전축의 거의 절반인 12도였습니다. 거의 딱 절반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약 저라면 23도 정도로 기울기가 더 느껴지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S'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아마도 이런 형태적 인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선택하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 어쨌든 리뉴얼된 심벌마크의 기울기는 보면 볼수록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이번 리뉴얼에 있어서 기존의 이미지를 그래도 유지하려고 애썼던 건 컬러와 로고타입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심벌마크와 스토리라인에 큰 변화를 주는 대신 로고타입의 이미지는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사용자들의 혼선도 적어지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요소들에서 심벌마크만 교체하면 되는 상황이니 리뉴얼로 인한 리스크가 훨씬 덜합니다.
이런 상황을 덮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해 본다면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영문 로고타입의 대소문자 표기입니다. 기존처럼 소문자로만 할 수도 있고, 대소문자 또는 대문자로만 이루어진 로고타입도 가능합니다. 물론 로고타입 자체만 볼 게 아니라 심벌마크와 결합했을 때 어떤 게 좋을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소문자나 대소문자로 이루어진 로고타입이 심벌마크와 결합했을 경우에는 곡선이 많은 소문자의 특성으로 자유롭고 부드러운 인상을 줍니다. 외곽의 형태는 조금 복잡합니다. 반면에 대문자로만 이루어진 로고타입과 심벌마크가 결합하면 간결하면서도 안정돼 보입니다. 외곽 형태도 단순하고 깔끔합니다.
리브랜딩의 기준인 '자유롭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소문자 로고타입이 맞아 보입니다. 다만 로고타입을 대문자로 하고 심벌마크를 뒷부분에 놓고 결합하는 대안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전히 UI룩의 대세가 되고 있는 플랫한 디자인은 앱과 사이트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합니다. 특히 많은 양의 트래픽을 감당해야 하는 곳에서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토스의 리브랜딩은 그러한 한계를 과감히 버렸습니다. 한때 경쟁적으로 생산해내던 스큐어포픽(실존하는 형태 그대로를 디자인에 담는 방식)으로의 회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 스마트폰 금융 폴더에 있는 앱 아이콘들을 보고 오히려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열개 중 아홉은 플랫한 표현의 앱을 쓰는 타 금융앱들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별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정립한 브랜드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이러한 3D 표현 방식의 결은 잘 맞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이번 토스(toss) 리브랜딩을 유심히 들여다본 후 저의 관점을 담아 설명드렸습니다. 몇 년이 아니라 불과 몇 개월 만에 변화하고 성장해가는 토스의 모습에 매번 좋은 영감을 받습니다. 압도적인 사용 경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토스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상승하더군요.
과연 내년 이맘때쯤, 한 5년 후 이맘때쯤에 토스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질까요? 어떤 이야기를 던져줄까요?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요? 그때 다시 토스가 리브랜딩을 한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요? 궁금합니다. 물론 저는 그때도 여전히 토스라는 브랜드가 어떤 변화를 선택했고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며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토스가 매번 우리에게 던져왔던(toss) 새로운 화두를 생각해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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