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칼럼 [강은영의 뇌과학이야기]
처음 책을 출간했을 때 친족,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몇 권씩 사주는 지인들이 있었는데 친한 사이면서도 한 권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느낌으로 다 안다). 아, 이 사람 배가 아픈가 보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내 쪽에서 선 하나를 긋고 그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라면 한 권 사줄 텐데, 서운함과 더불어 내 마음도 꽈배기처럼 꼬였다.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는 달리 부러움과 내 처지를 비관하는 마음이 더 크게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애간장이 끊어지다'의 애간장과 '배알이 꼴리다'의 배알도 창자, 즉 장을 의미한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에 장이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장 항문과 전문의 남호탁의 저서 「똥꼬 이야기」에 의하면, 장은 자율신경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므로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장운동은 우리의 이성보다는 슬픔이나 기쁨 같은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그는 불안, 공포, 경쟁심, 질투 등 온갖 종류의 감정과 정서가 장 건강에 두루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진짜로 배가 아픈 것이다.
위장병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신경성 위장병은 흔한 질병이다. 불편한 식사를 하거나 불안할 때 발생하는 장 트러블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에 된통 심하게 겪어 보았다. 고3 수능 시험 날, 평소에 먹지 않던 아침밥을 엄마가 차려줘서 시험 직전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다 결국 망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가족 중 누구든 정서와 장의 상관관계를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장은 호르몬 생성과 면역의 기능을 함으로써 제2의 뇌라고 불린다. 특히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다른 신경전달물질과 달리 뇌에서 5%, 장에서 95%가 만들어진다. 힘들게 얻어내는 행복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행복함을 느끼고 싶다면 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좋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게 행복이라는 말과도 무관하지 않다. 장이 튼튼해야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장 건강을 위해서는 평소에 감정 조절을 잘하고 장에 좋은 식품을 먹는 등의 방법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아랫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식 호흡이나 단전 호흡을 수시로 하면 감정 조절, 체온 상승으로 인한 면역력 향상, 숙면의 효과도 있다. 하는 방법은 양손을 단전(배꼽 아래)에 올린 뒤, 배를 부풀리면서 코로 깊게 숨 들이마시고 배를 쏙 집어넣으면서 입으로 길게 내쉬는 호흡을 천천히 반복한다.
나는 주로 새벽 기상 후, 잠자리에 들기 전 눈을 감고 단전 호흡을 한다. 화가 나거나 불안, 초조할 때도 깊은 호흡으로 들뜨고 나다분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겁겁한 성미를 다잡는데도 즉효가 있다. 단전 호흡을 꾸준히 하면 장 건강뿐만 아니라 명상 효과도 있어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프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은영 칼럼니스트는 국제뇌교육대학원 석사를 취득한 국가공인 브레인 트레이너이다. 일류두뇌연구소 대표이자 온라인 프로그램 ‘체인지U 스쿨’을 운영 중이다. 한국뇌과학연구원에서 발행하는 뇌교육 전문 잡지 『브레인』의 칼럼도 쓰고 있다. 뇌교육과 부모교육 전문강사로 15년 동안 교육 및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글쓰기, 책쓰기, 습관코칭, 감정코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다양한 강의와 저술 활동으로 뇌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리는 중이다. 저서로는 『일류두뇌』 『당신의 뇌를 바꿔드립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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