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내 미래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어 불안에 휩싸여 있을 때 결심했던 대학원 진학에 성공한 후,
다행히 입학과 함께 나는 내가 원하는 마케팅 부서로 이동할 수 있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고배를 마셨던 대학원 입학에도 성공하고 원하던 부서로도 이동하고.
너무나 기뻤지만 새로운 부서에 적응하면서, 대학원 생활도 해 내야 하는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재학하는 2부 대학원생은,
편의를 봐주서 1부 대학원생들이 4학기 만에 졸업해야 한다면, 5학기를 다닐 수 있게 되어있다.
수업이 저녁 시간에 열리지만, 졸업 요건은 1부 대학원생과 동일하다.
우리 연구실은 모두 동일하게 SAS 자격증을 따고, 매주 토요일 세미나에 참석해야 했으며
(내 차례에는 발표를 해야 했다), 수료가 아닌 졸업을 위해서는 졸업 논문 역시 예외 없이 써야 했다.
매주 3일은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세미나를 듣는 동시에,
마케팅 부서에 새로 발령 받았으니 중간 중간 이곳 저곳 지방 출장도 다녀야 했으며,
내가 있는 부서는 1년에 4-5번은 1박 2일 심포지움을 진행하고, 참석해야 하는 학회도 많아
쉬는 날이 정말 손 꼽을 정도였다.
살인적인 스케줄보다 나를 더 괴롭힌 것은, 나의 '무식함'이었다.
나는 '보건통계학'을 전공했는데, 수리 통계의 기본은 미분과 적분이었다.
그런데 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미분과 적분을 배우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 전에 방송통신대학에서 미분 적분 수업을 수강하긴했으나 (입학 전 지도 교수님께, 내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사실 정말 날로 먹는 수업이었고 머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알아 들을 수 없는 용어와 증명식들이 칠판에 날아다녔다.
가뜩이나 회사 일을 마치고 저녁에 가서 듣는 수업인데, 외계어가 난무하니
제 정신으로 수업을 듣기가 어려웠다.
나는, 결단을 내렸다.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내가 만약 정말 '학업'에 정진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나와 같은 선택과 집중은 해결책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학원에 들어와서, big data를 활용한 보건학적 분석 tool을 습득하고, 내가 직접 할 줄 아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과감히 기본 수리 통계 강의 내용에 나오는 복잡한 증명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내려놓고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습득에 집중했다.
직장 생활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만약 내가 부서 이동을 하지 않았다면 솔직한 심정으로는 대학원 수업에 더 많은 집중을 했을 것 같다.
회사 일이 손에 더 익었을테고, 영업부는 오히려 내가 일정을 control 할 수 있으며 실적이 된다면,
사실 누가 특별히 터치하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조금 더 자유롭게 학업에 정진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인생사 내 계획대로 되겠는가?
회사 업무도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면, 대학원을 통해 얻고 싶은게 무엇인지,
1, 2개의 milestone만 딱 세우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원에서 달성하고 싶은 milestone이 나는, 졸업 & 의료 big data를 활용한 논문 게재였다.
좋은 성적 받기였다면 접근 방법이 달랐겠지만,
'졸업' 이었기 때문에 나는 졸업을 위한 필수 요건 이외 다른 수업들은 내가 듣고 싶은, 관심 있는 주제들을 들었고, 어려운 수리통계는 최소한 input을 들였다.
다만, '졸업' 요건에 '졸업시험' 통과가 있었고,
그 안에는 수리통계학이 있었기 때문에 수업은 최소한 input을 들였지만 졸업시험을 위해서는
인강을 결제해서 듣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휴학은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기왕 시작한거 끝까지 가야지, 중간에 쉬면 같이 입학했던 동기들에게 도움 받기도 어렵고 학교를 다시 가야 한다는 마음을 다잡는 것 역시 힘들다.
내가 어떻게 꾸역 꾸역 졸업을 하고, SCI 급 journal에 논문을 개제하게 되었는지 집념의 끝을 보여주는 다른 이야기로 좀 더 풀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