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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롱 Dec 18. 2023

나와 반평생을 함께한 동반자

이명

나와 반평생을 함께 하고 있는 존재. 이명이다. 


이명
이명증이란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귀안에서 또는 머릿속에서 나는 것 같은 소리를 느끼는 것으로 마치 팔, 다리의 통증이나 두통과 같은 증상이며 질환이 아니다(대한이비인후과학회 https://www.korl.or.kr/info/sub01_15.php)


 이명은 사람마다 다른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쉭쉭 바람소리가 나기도 하고 고주파 소리가 난다고도 한다. 나의 이명은 삐---. 지금은 24시간 방송채널이 즐비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아빠 몰래 밤늦게 까지 TV를 보거나 학교 다녀와 뭐 볼 거 없나? 하고 TV를 틀었을 때 나던 소리, 화면조정 이미지와 함께 나오는 소리가 나의 이명이다. 

 어느 날은 양쪽 귀에서, 어느 날은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느낀다. 양쪽에서 이명이 있으나 한쪽이 더 크게 들리는 날도 있다. 물론 이명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도 있다. 무언가에 집중해 있으면 못 느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명을 인식하게 되면 계속 삐--- 소리가 들리는 거다. 


 이명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건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아닐뿐더러 내 몸이 아프지 않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괜히 부모님 걱정시키기 싫었다. 사춘기 시절조차도 부모님을 걱정하며 내면으로 혼자 많은 싸움을 하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 버스를  타거나 걸어 다닐 때, 혼자 있을 때면 좋아하던 가수의 음악을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로 크게 듣는 것으로 주변과 나를 차단했고 내 나름의 사춘기 시절을 이겨냈다. 하지만 머지않아 후회하게 되었다. 

 그래, 청력에 관련한 가족력이 있다. 




 환자가 병동으로 입원하게 되면 '간호정보조사지'를 작성한다. 주증상, 병식일, 먹는 약, 과거력, 수술력, 약물이나 음식 부작용, 가족관계, 기타 등등, 그리고 가족력. 그렇게 정보조사를 하다 보면 종종 가족력에 대한 무서움을 느낀다. 나의 청력적 문제는 외가에서 기인했다. 외할아버지 양쪽 보청기, 우리 엄마 양쪽 보청기, 큰외삼촌도 청력 저하, 사촌 동생의 수능 며칠 전에 발생한 SSHL(Sudden Sensorineural Hearing Loss, 돌발성 난청)(이때 사촌동생에게 보청기를 들려 보내야 하나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었다.) 그리고 나도 청력 저하를 느낀다. 이명으로 인한 청력저하를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증상을 항상 달고 살다 보니 누가 무엇을 물어보면 무의식 적으로 "네?" 하고 반문을 하게 되고 순간 반박자 늦게 질문이 머릿속에 입력된다. 일을 하면서 어지간히 많이 혼나기도 했다.  

 

*pixabay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매우 기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있다. 바로 아이의 울음소리와 앰뷸런스의 소리다. 남편은 내가 하도 잘 못 들어서 큰 아이를 낳았을 때 자다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면 자기가 다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현실은 남편은 코 골며 자고 나는 자동 센서가 달린 듯 벌떡 일어났었다. 아직도 신기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운전할 때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다니는데 구급차의 애앵 소리는 음악 소리에 절대 묻히지 않는다. 사이드 미러에 구급차가 보이지 않아도 소리로 먼저 알아채고 두리번 거린다. 맞은편 길인지, 내 길인지 상관없이 말이다. 


 이명과 함께 하는 삶은 힘들다고 한다. 이명이 삶의 질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명 때문에 진료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나는 이미 20년 이상 되어 그냥저냥 살아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사는 중이랄까. 대신 청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를 좀 더 하고 있다.


이어폰은 되도록 끼지 않는다.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30분 정도 듣고 난 후에는 빼고 귀도 좀 쉬어준다. 

잠은 충분히 잔다.

스트레스 관리를 한다. 

 

 즐거운 것만 생각하고 보고, 맛있는 것만 먹고살아도 인생은 짧다! 대신 귀를 좀 더 종끗 세우고 다른 것도 잘 들어야지.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보청기 사업이 엄청 잘될 것 같다고 말이죠. 저의 사춘기 시절 시끄러운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옆 사람에게 까지 들리게 크게 듣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이었거든요. 그러면 분명히 청력저하가 올 테고 청력은 회복되기 어려우니까 보청기가 많은 사람에게 필요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청력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똑똑한) 스마트 폰이 청력 악화에 영향 줄 만큼 음량을 크게 해서 듣고 있는지 경고도 해 주더라고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귀에 이어폰이 끼워져 있다면 잠시 빼셔서 귀를 쉬게 해 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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