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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롱 Mar 06. 2024

육아휴직 말고 휴직은 없을 줄 알았다

반강제적 무급휴직 들어갑니다

2020년에도 그랬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 수련의들은 파업을 하고 병동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의대생들은 수업거부를 했다.


내가 일하는 병동은 전공의 의존 비중이 너무 크다.  전공의가 없으니 환자 입원을 시키지 않는 교수들. 병동에 환자도 없는데 간호사가 너무 많으니 나오지 말라고 하여 내 연차휴가를 써가며 1주일을 넘게 쉬었더랬다.


그런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


어제 13일 만에 출근을 했다. 전공의들이 파업 예고를 한 전날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며 이러다 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일 안 하고 쉬고 싶을 텐데 일하러 나오지 말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이상한 상황. 시쳇말로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이틀. 그러다가 일주일이 지나고 열흘이 지났다. 드디어 오프에 들어간 지 13일째 되는 날 출근을 하게 됐다. 이것도 on call off 될까 봐 어찌나 쫄깃하던지. 그러나 그 쫄깃함을 한꺼번에 없애버린 충격적인 소식이 병동 단톡방에 올라왔다.


우리 병동 폐쇄 결정되었습니다.
무급휴가 원하시는 분 말씀해 주세요.
무급휴가 시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응 뭐라고? 무급 휴가?

나는 출근을 해서 뭔가를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출근하는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병동에 도착했지만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옆 병동도 같은 과(科) 병동이어서 양쪽 병동이 꽉 채워지지 않아 둘 중 하나는 문을 닫는다는 얘기였다. (우리 병동 가동율은 30%를 밑돌고, 옆 병동은 정부시범사업 병동이라 문을 닫을 수가 없어서 우리가 폐쇄다!)


병동 폐쇄로 주어진 선택지는 [ 타 병동 헬퍼 / PA(진료보조) / 무급휴직 ] 이었다. 전공의, 수련의들의 단체 사직서 제출과 더불어 3월에 입사하기로 했던 (4년차 마치고 전문의 시험 보고 군펠로우 하기로 한) 전임의들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병동 환자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입원 환자의 수는 줄고, 환자보다 근무하는 간호사의 수가 많을 지경이다. 도대체 언제 정상화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병원의 재정적 부담을 타 직종이 감당하게 하는 형상이다.




이 사태가 언제 종료될지 모르는데 무급 휴직을 선택함으로 머릿속이 꽤 복잡해졌다. 그래도 이틀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둘째에게 신경 써 줄 수 있고, 2학년이 된 첫째는 크게 걱정이 안 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나에겐 잘 된 건지... 머릿 속이 뒤죽박죽 생각이 많아진다.




* 육아휴직 말고는 사직할 때까지 없을 것 같았던 휴직을 들어가는 간호사입니다. 전공의 샘들 잠도 못 자고 수술, 응급실, 병동 커버하느라 힘든 거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고 있어요. 전공의가 없으면 병동이 돌아가지 않는 대학병원 시스템 참 말도 안 되죠. 아예 전공의 비중이 적고 전임의 샘들이 본인 환자들 외래, 수술, 병동 커버하며 당직 서는 과 병동은 그래도 돌아가더군요(마취과 선생님들이 없어서 수술이 줄어들었을 뿐).

 뭐 하는 짓이냐고 얼른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선생님들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얼른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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