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합의
함부로 꺼내면 안 되는 금기의 단어처럼 느껴지던 '이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남편은 흥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럴 만큼의 문제가 전혀 없고, 평소 종종 하는 말처럼 본인이 다 포기하고 나와 "살아준다"라고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억울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그동안 생각의 파도들을 넘고 넘어 마치 다 내려놓은 듯 평온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으니 기가 찰 수밖에.
이혼에 협의할 수 없고, 정말 원한다면 소송으로 따박따박 따져보자는 남편의 격앙된 반응에 적지 않게 놀라기도 했고,
절대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을 남편과 정말 긴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인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처음 이혼에 대해 언급하며 남편에게 이야기한 것이,
물어뜯고 할퀴며 극단에 이르고, 서로에게 평생의 상처가 되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일정의 거리에서 각자 아이의 부모로서 서로 나누고 돕는 조력자 같은 관계가 되자고.
요즘 성인들이야 헤어지고 완전한 남이 되는 것 정도 감당 못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변화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를 위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소송으로 진행이 된다면... 이제 어느 정도는 눈치껏 파악이 가능한 연령이 된 아이에게 가는 타격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꽤 오래 아이의 교육 환경과 관련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며, 최근 먼 곳으로 이동을 결정했다.
현재 사는 곳과는 너무 멀고 남편은 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재택근무가 가능한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 교육과 돌봄을 전담하게 된다.
남편은 "가족은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믿는 사람인지라,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몹시 못마땅했지만, 아이에게 꽤 이상적인 방향임에는 틀림이 없어 인정하고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마침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지내게 된 상황이었으니, 당장 이혼을 결정하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깊이 생각해 보자는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노력하고 애쓰기보다는 순리에 맡기기로.
공식적으로 합의된 별거가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결론에 이르게 될지는 모르겠다.
먼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간의 삶과 서로에 대해 돌아보며 이해와 배려의 깊이가 생길지.
아니면 그 거리와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될지.
다만 그야말로 순리대로. 그 길을 걸어볼까 한다.
일기같이 끄적이며 정리하는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홀로 서야 한다면, 오롯이]의 연재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다음 작품은 아이와 단둘이 살아가는 타 지역 살이 일상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려고 해요.
또 다른 작품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