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결국 판타지

인정과 타협의 실패

by 안녕하길



나는 혼자놀기에 굉장히 특화된 사람이다.

혼자가 편하다.

인간은 원래 혼자다.



외로움 따위 잘 타지 않는다며 큰 소리치던 나다.

그런데 십 년의 결혼 생활과 또 최근 일련의 경험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면, 나는 누구보다 외로웠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려왔던 건,

아주 소소한 관심과 애정과 기쁨, 그리고 그것들의 표현.

힘들 때 가만히 기댈 수 있는 나무같은 존재.

다정한 공감이었는데.


내 필요와 기대는 내가 만든 판타지였다.

그걸 인정하고 늦기 전에 슬기롭게 타협했어야 했는데...

너무 멀리 왔다.

내가 오글거리는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고, 남들의 SNS 속 꾸며진 모습에 속아 환상을 키웠다는 남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병원 검사로는 나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기대를 버리며 나는 남은 감정이 모두 고갈되었다.

인간정인 감정의 끈이 '툭'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귓가에 울렸을 때,

나는 더는 나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어찌할 수 없는 일에 얽매이지 말고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최선이다.

설령 더 더 외로워진대도,

그래서 더 춥고 쓸쓸해진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