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홀로 서야 한다면

여전히 기쁨과 애정이 필요한, 나의 변

by 안녕하길


괴로움에 허우적허우적...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

워낙 다 털어내며 사는 성격도 아닌지라 사실 말하지 못하는 게 어렵다기보다는 공감을 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망설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홀로 서기 위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진 마음들을 모아 본다.



남편에게는 통상적인 유책 사유가 없다.

본인의 지식과 테크닉을 이용해 일하는 사람이라 경제적인 문제도 없고,

급여는 모두 와이프에게 따박따박 상납(?)하며 용돈 생활을 한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차례로 이용하며 빨래를 해결하고,

저녁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한 집안의 모든 쓰레기도 군말 없이 처리한다.

'돕는다'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할 일'로서 하는 훌륭한 마인드다.

애석하게도 요리에는 약간의 재주도 닿지 못해, 와이프가 해주는 음식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먹는다.

본인 가족을 위한 나의 수고를 고마워하고, 처가의 일에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여기까지 보면 나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남편을 두고, 배가 부르고 복에 겨워서 투정하는 갱년기 미친 X이다.

하지만 십 년, 그 긴 시간을 지내온 부부의 날들을 누가 다 알 수 있을까.

하루종일 단 한마디 말없이 적막 속에서도 살 수 있고 또 그게 안정적인 내향형 여자와, 늘 과장된 말과 행동,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넘치는 외향형 남자의 일상을.

누가 다 알 수 있을까.


부부의 성격 차이는 있어야만 하고, 그래야 서로 보완하며 더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성격 차이'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것.


인정한다.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롯이 홀로 서는 과정에 발을 들여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