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내 선택

변명하지 말자

by 안녕하길


엄마는 주중에는 죽도록 야근을 하고 주말에는 출근 아니면 집에서 좀비처럼 내내 잠만 자는 나를 못 견뎌했다.

한창 때는 연애도 잘하더니 서른 넘어 안 팔리는 거냐는 막말까지 시전 하며 과년한 딸을 시집보내지 못하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자주 자리에 누워 탄식했다.


소올직히, 그 당시 something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회사 내에서 건너 건너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해 접선을 시도한 자,

첫 만남에 넋 나간 얼굴로 "이 외모로 왜 혼자이시냐"하던 자,

(이건 정말 쓰고도 부끄럽다. 그냥 그 사람이 정말 넋이 나갔었다고 치자)

잠시 만나던 중 내가 먼 나라에 좀 오래 지내러 가버렸는데 본인도 곧 갈 테니 기다리라던 자,

마음에 없어도 일단 딱 다섯 번만 만나자던 자,

호기롭게 '누난 내 여자니까'를 부르며 귀신같이 찾아와 자꾸만 얼굴을 들이대던 자,

딱 한번 만났는데 본인 부모님은 해외 이민자이므로 세상 편할 거라며 먼 미래를 계획하던 자,

등등등...

하지만 딱히 동하는 마음이 없거니와 내가 굳이 무언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 급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정말 폭발했다.

엄마가 정성껏 따낸 선(혹은 소개팅)을 내가 거절했는데, 네가 뭐가 잘나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나보는 것조차도 안 하냐며 눈물까지 흘리면서 격하게 분노했다.

지금이라면 그깟 사회적 통념과 제도 때문에 자식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부모의 언행을 나 또한 견디지 못하고 이만 독립을 했을 텐데, 그 시절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정말 결혼을 해야 하는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이후 남편과의 만남에 대해 쓰다가 다 지우고 말았다.

그때를 떠올린다고 해서 현재 의미도 없거니와, 마치 연애 썰을 풀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싫다.


결론은 하나다.

결혼에 대해 생각을 하던 즈음에 만난 사람과 결혼이라는 것을 했다.

그건 내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