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작은 집을 짓는 건축가들

Editor's Letter #2

by 브리크매거진

도시의 작은 집, 틈새 집들을 열심히 짓는 건축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집으로서 필수 기능을 갖추는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설계한 집에서 살아갈 이들을 위해 보물같은 기능들을 숨겨 놓습니다.


이를테면, 이웃의 일조권 때문에 의무적으로 만들어야하는 경사지붕을 멋스럽게 활용해 천창 못지 않은 측창을 뚫습니다. 평소는 닫아뒀다가 가끔 열면 시간에 따라 집을 밝히는 햇빛과 함께 흘러가는 구름도 감상할 수 있죠.


좁은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한 스킵 플로어skip floor 때문에 생긴 계단참도 허투루 두지 않습니다. 2~3층 사이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거나 장난감 놀이를 할 공간을 만들고, 3~4층 사이에는 엄마들이 차 한잔 마시면서 잠시 휴식도 취하는 카페 기능을 넣어 두죠. 집의 생로병사와, 사는 이가 집을 통해 느낄 희노애락을 미리 생각하는 건축가들이 주는 선물present이자 뜻밖의 기쁨serendipity이죠.


그러나 정작 작은 집을 짓는 건축가와 시공자는 아주 고생스럽습니다. 집이 작다고 건축 과정까지 간단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서너명이 동시에 서 있기도 어려운 좁은 땅에 지하를 파고, 앞뒤 높이 차가 많은 기울어진 땅의 기반 공사를 합니다. 레미콘 차를 동원하면 민원을 넣겠다고 반대하는 이웃들을 달래가며 콘크리트 타설해 한층 한층 올리죠. 작은 집을 짓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익도 크지 않지만 도시에서 함께 살아갈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역량을 집중하는, 진정 전문가죠.


서두가 길어졌네요. 남모르는 노력으로 더 살기 좋은 도시, 행복한 집을 만들어 주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내며, <브리크brique>는 더 잘 기록하고 널리 알려 우리나라의 주거문화와 건축생태계가 발전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정지연 편집장 드림


제이엠와이 아키텍츠의 대청동 협소주택 ⓒYoon, Joonhwan(좌), 오에이랩의 작은 공원 ⓒYousub Song
아르케이브의 중화동 로프트 ⓒKyungsub Shin(좌), 수상건축의 양재천 소슬집 ⓒEDDY.R.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