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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리크매거진 Oct 14. 2020

오늘은 문구점, 내일은 맥주집

③ 오프라인 마케팅 실험을 위한 팝업스토어  '프로젝트 렌트'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필라멘트앤코 



대형 유통 플랫폼을 주축으로 전자상거래가 급격히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 그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비대면’ 바람이 이를 가속화하는 상황. 그런데 이 변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아모레 성수’는 그 대표적 예다. 이곳에선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오로지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체험하고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느끼며 브랜드의 진수를 경험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자동차정비소를 개조한 건물과 생태 정원 특유의 미감까지 더해져 2030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방문 명소가 된 지 오래.


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지난 4월부터 서울 성수동과 압구정동, 경기도 이천 등지에 선보인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팝업스토어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술 더 떠 주력 제품인 침대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문구류와 공구, 패션 아이템 등 신선한 감각이 돋보이는 ‘굿즈goods’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저마다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온라인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발길을 불러 모은다. 물건을 직접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며 브랜드의 감성과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집중하는 시도가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안하며, 온라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방법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 잡은 프로젝트 렌트 1호점(왼쪽 매장) ©BRIQUE Magazine


일찌감치 이러한 흐름을 감지해 다양한 브랜드와 소비자 경험을 이어 온 공간도 있다. 알파벳 ‘R’자 하나만으로 이루어진 간소한 간판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매장은 브랜드 컨설팅 기업 필라멘트앤코FILAMENT&CO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렌트Project Rent’다. 이곳에선 짧게는 2주, 길게는 석 달에 한 번 작은 상점부터 대기업까지 크고 작은 새로운 브랜드에 공간을 임대해, 오롯이 한 브랜드의 이야기만을 온전히 경험해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연다.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는 프로젝트 렌트를 ‘잡지’에 비유하며 신제품과 서비스 출시에 앞서 고객에 선을 보이거나, 브랜드를 알리고 보여주기 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자 일종의 ‘오프라인 마케팅 실험소’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대체 어떤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최원석 필라멘트앤코 대표 ⓒBRIQUE Magazine


프로젝트 렌트는 게릴라성 매장으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강남에는 왜 매력적인 가게가 없을까’ 하는 불만 섞인 작은 의문이 계기였어요. 이전 사무실이 강남에 있었는데,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만 즐비했거든요. 높은 임대료가 가장 큰 이유였겠죠. 문득 빈 점포를 보고, 여기에 강남에서 못 보던 작지만 매력적인 브랜드가 들어와 일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를 만들면 어떨까 싶더군요.

시험 삼아 가로수길에 공사를 앞둔 건물 1층에 22일 동안 아러바우트 카페, 오키로미터북스와 함께 ‘22Days’라는 이름으로 팝업 매장을 열었어요. 1만 5000여 명이나 방문했으니,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죠. (웃음)

그렇게 노매드처럼 도심 안의 빈 공간을 찾아 옮겨 다닐 생각이었지만 임대 부동산은 급작스레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 여의치 않더군요. 그러다 성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건물 1층에 매장을 빌려 ‘프로젝트 렌트’ 1호점을 만들었어요.


22days 팝업스토어 ©Project Rent


최근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을 예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시도라는 평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프랜차이즈 시대가 저물고, 상업 부동산이 비기 시작한 지가 꽤 오래됐어요. 유통이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전통적으로 많은 면적을 차지했던 판매 중심의 오프라인 공간이 도태되고 공간이 그 용도를 바꿔야 하는 때를 맞았죠. 그렇다고 더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봐요. 미국 온라인 유통 플랫폼 회사인 아마존 역시 계산대가 없는 무인 매장을 여는 등 온라인과 연계한 새로운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죠.

다른 예를 들자면,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에서 시스템을 디지털화했는데도 오히려 종이 출력물의 양이 2배 이상 늘었대요. 아이러니하게도 중요한 결재 내용은 종이에 출력해 다시 검토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무언가를 실제로 경험하는 감각은 가상의 온라인이 아니라 현실 세계인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진다는 게 자명한 사실이에요. 브랜드가 아무리 온라인에 많은 자본을 투입해 웹사이트 등을 만든다 해도 브랜드에 대한 존중을 얻기는 쉽지 않아요. 그건 분명 온라인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가치의 한계예요. 


브랜드를 소개하지만, 브랜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면서요?

매장 하나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보통 예산의 90%를 인테리어에 지출해요. 반면 많은 돈을 들여 꾸민 공간에 들어갈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죠. 프로젝트 렌트는 인테리어 같은 하드웨어를 무시하고 콘텐츠만으로 사람들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오프라인 마케팅 실험을 위한 일종의 공간 플랫폼이에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접점을 확장하기 위한 실험인 셈이죠. 새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소위 말해 ‘이게 먹힐까?’를 실험해볼 수 있으니까요.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 사업 방향을 가늠하거나, 수정 혹은 확장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고요. 이 시대에 그런 과정 없이 무턱대고 매장을 크게 내긴 너무 무섭잖아요. (웃음) 이를테면 CM(commercial song) 송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요. 제품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노래를 만든 것처럼요. 아는 사람은 알고 오고, 모르는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요즘은 아무리 찾기 어려운 구석에 있어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귀신같이 찾아와요. 토요일 아침부터 줄을 서 있을 정도죠. 그야말로 오프라인이 개벽했달까요. (웃음) 그렇게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 재미를 느끼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그 궁금증은 다시 온라인으로 연결되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가 그 파급 속도를 올리는데 한몫했고요. 개인이 퍼 나르는 정보가 압도적으로 빠르고 강력해졌고, 기존 매체가 정보를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더불어 중요하게 여겨졌던 입지와 가격, 마케팅 등 모든 기준이 바뀌고 있죠.


지난 7월 프로젝트 렌트 3호점에서 한 독립서점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BRIQUE Magazine


프로젝트 렌트를 ‘잡지’ 같은 공간이라고 표현한 점이 흥미로워요.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 구독 서비스가 많이 나오는데, 같은 맥락으로 일종의 ‘구독형 매장’을 생각했어요. 잡지를 보면 너무 멋진 제품과 브랜드,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주 멋진 편집으로 잘 담겨 있잖아요. ‘나중에 가 봐야지’, 혹은 ‘이걸 사야지’ 하면서 갈무리한 경험 한두 번쯤은 다 있으실 거예요. 그런 역할을 하는 잡지 같은 매장을 떠올렸죠.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다 보니 브랜드와 상품은 너무 좋은데, 적극적으로 그걸 알릴 수 있는 채널이 없는 회사가 꽤 많더군요. 프로젝트 렌트는 그런 매력적인 브랜드를 발굴하고 선별해 그들이 가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공간에서 보여주고, 소비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로서 역할을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요.


브랜드를 선별한다는 점에서는 ‘콘텐츠 편집숍’ 같기도 한데요.

어떤 의미에선 편집숍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편집숍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능이 약해요. 다만 나열된 상품을 한눈에 보고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죠. 물리적인 가치는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선택지가 많고 편리하지만 결국 상품을 선택하는 거지, 브랜드를 선택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곳에선 작더라도 한 번에 하나의 브랜드만 다루는 게 원칙이에요.


지난 7월 프로젝트 렌트 1호점에서 한 패션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BRIQUE Magazine
프로젝트 렌트 2호점. 7, 8월 동안 맥주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BRIQUE Magazine


어떤 브랜드가 프로젝트 렌트를 찾나요? 입점하기 위한 기준이 있나요?브랜드가 공간을 꾸리는 데 개입하는 범위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일차적으로 제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라야 해요. 저조차 좋아할 이유가 없는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긴 어렵잖아요. ‘준비된 브랜드가 뻗어 나갈 수 있는 분기점’을 만들어주는 게 프로젝트 렌트의 궁극적인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을 잘 갖춘 잠재력이 있는 브랜드여야 하죠. 판매 자체에 비중을 둔 매장보다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브랜드로 가볍게 선별 과정을 거치기는 해요.

공간을 꾸리는 데 개입하는 범위는 브랜드마다 달라요. 입점하는 브랜드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그에 근거한 제안을 하기 위해 고객 데이터를 열심히 모으고 분석하죠. 장비를 설치해서 매일 고객 트래킹을 살피는 건 기본이고요. 콘텐츠가 바뀌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트래픽과 매출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도 해요. 사정상 취소되었지만, 한 침대 매트리스 브랜드의 경우, 2호점 안쪽 공간에 호텔 콘셉트의 방을 하나 만들어 예약을 받아 1시간 동안 온전히 매트리스 제품을 체험하고 쉬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어요. 단순히 매트리스의 기능성이 아니라 브랜드가 제안하는 최상의 수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죠. 작은 브랜드일수록 내부에서 모든 일을 다 하는 게 어렵거든요. 이들에게 효과적인 홍보와 마케팅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도록 저희 역시 더 고민해야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이곳에서 브랜드 스토리텔링과 마케팅 포인트를 잘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 많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보통은 브랜드의 모든 것을 빽빽하게 넣으려고들 하죠. 그러면 한 가지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거든요. 인간의 집중력은 관심이 생기기 전까지는 극도로 얕아요. 메시지가 너무 많으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죠.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 한두 가지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요. 또 한 가지, 손끝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 거리가 있어야 재미와 즐거움이 생긴다는 점이에요.

최근 종료한 기획 프로젝트 역시 체험을 극대화했는데, 스탬프를 찍거나 종이를 뽑아 텍스트를 읽는 등 계속해서 적극적인 행위를 유발하는 기획이 들어갔죠. 단순 전시보다 체험에 대한 반응과 피드백이 훨씬 좋았어요.


현재 서울에 있는 세 개 매장이 전부 성수동에 모여 있어요. 성수동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저희가 가진 임대료 조건에 맞는 매장이었다는 점, 그리고 지역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이에요. 사무실이 있었던 강남에서 시작해볼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강남은 명확한 목적지가 있고 거기에 찾아가는 문화지, 성수동처럼 골목골목 걸어 다니면서 뭔가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녜요. 무엇보다도 성수동은 서울에서 최근 생겨난 핫 스폿 중에서도 유일하게 동네 사람들이 섞여서 어울리는 문화가 있는 동네예요. 그야말로 ‘로컬’스럽달까.

처음 문을 연 2018년에는 그런 분위기가 훨씬 강했어요. 동네 사람들끼리 툭하면 카페 앞에서 어울리고, 외부인이 와도 친근하게 서로 소개하고, 커뮤니티가 제대로 작동하는 동네였죠. 지금은 동네가 붐비기 시작하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그런 분위기는 약해졌지만, 또 다른 에너지가 생기고 있음을 느껴요.


 

서울 성수동은 특유의 로컬 문화가 존재하는 동네다. ©BRIQUE Magazine


매장마다 공간 콘셉트가 판이해요. 자세히 소개해주시겠어요?

1호점은 6평 작은 공간에 어떤 브랜드가 들어와도 잘 어울리도록 화이트로 깔끔하게 꾸몄어요. 2호점은 1호점에 비해 고급스러운 블랙 톤으로 구성했고, 커피나 간단한 음료를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매장을 둘러보는 건 1~2분이면 끝나지만, F&B가 있어 체류 시간이 더 길고요. 전면 창을 매장 안쪽으로 밀어 넣고 입구에 테라스를 두어, 외부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바닥 자재도 한 가지로 통일했죠. 바닥에 자갈을 깔아 둔 건 걸으면서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헤이그라운드HEYGROUND’라는 공유 오피스에도 특별 분점이 있는데,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기업을 위한 전시 공간이에요. 대부분의 소셜 벤처가 비즈니스를 위해 기업을 세일즈하거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 그걸 전시 형태로 보여줄 수 있는 B2B(기업 간 거래) 성격의 공간이죠.


각 지점별 공간 다이어그램 (왼쪽부터 1호점~4호점) ©Project Rent


주 단위로 공간 임대가 가능한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요?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요?

우선 월세 개념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만 최소 임대 기간은 2주예요. 2주 미만이면 사람들이 알기도, 재방문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최대 임대 기간은 1호점은 3개월, 2호점은 2개월로, 그 이상 지속하면 계속해서 변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 공간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에요. 대여료는 1호점은 주당 40만 원, 2호점은 주당 120만 원으로 팝업스토어치고 꽤 저렴한 편인데, 최소한의 유지관리비용 정도만 받기 때문이에요. 수익보단 브랜드 성장을 위한 토대로, 연결을 위한 플랫폼이자 엑설러레이터accelerators로서 역할 하겠다는 의지가 크기 때문이죠.


인상적이었던 브랜드를 꼽아주신다면? 참여한 브랜드들의 피드백도 궁금합니다.

‘프렐류드Prelude’는 문구 브랜드인데 두 번이나 팝업을 열었어요. 문구류만으로 하루 매출이 2~300만 원이 나올 정도로 방문자가 많았고, 팝업 이후 5개월 만에 팔로워가 200%나 늘었죠. 온라인 지식 플랫폼 서비스 브랜드 ‘폴인fol:in’도 기억에 남아요.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지만 오프라인에서 고객에게 서비스 경험을 유도해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였는데, 고객 인지도가 크게 늘었대요. 매일 저녁 20명 남짓 사람들이 모이는 워크숍과 강연이 열리기도 했죠. ‘엡손Epson’은 라벨 프린터 제품을 새로 출시하면서, 체험을 위한 클래스로 꾸며졌어요. 당시 예약이 꽉 차 있어 사흘밖에 가능한 일정이 없어 저희가 말렸는데도 꼭 하고 싶다며 진행을 하셨죠. (웃음) ‘이원 코리아’는 자사 시계 브랜드의 정식 매장 개점을 고민하며 테스트 매장을 내본 사례였고요. 신인 가수 ‘서리’가 앨범을 내면서 홍보를 위해 팝업을 열기도 했어요. 새로운 오프라인 마케팅 채널로서 가능성을 보여줬죠.


프렐류드 팝업 스토어 현장 사진 ©Project Rent
폴인은 팝업스토어에서 강연을 열기도 했다. ⓒProject Rent


체 기획한 프로젝트도 있다면서요.

일 년에 한두 번은 자체 기획 프로젝트를 하는데, 처음엔 입점 브랜드에 이 공간의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어요. 롤모델이 거의 없어 설명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여기에선 이렇게 노는 거야’를 보여주자고 했죠. (웃음) 기획 프로젝트의 핵심은 ‘관점’이에요. 마케팅보다는 사람들에게 생각해볼 여지를 주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커요. 사실 클라이언트가 없는 프로젝트는 언제나 즐거워요. 적자를 감수하면 더 즐거워지고요. (웃음)

‘평양슈퍼마케트’가 첫 기획 프로젝트인데, 우리가 실제 북한 생활에 대해 무지하고 생소하잖아요. 북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친근한 접근을 시도하려 했죠. 얼마 전 열었던 ‘성수당’은 무속 신앙을 재조명해 부정적 인식을 전환해보고자 한 프로젝트예요. 저는 무당을 만나는 행위의 정점은 ‘카운슬링’이라고 생각해요. 미래나 운수를 점치기보단 ‘위로’를 콘셉트로 콘텐츠를 구성했죠.


부산에서도 프로젝트 렌트 특별 분점을 만날 수 있죠.

자갈치 시장 안 건어물 공판장을 고쳐 만든 ‘B4291’이라는 복합문화공간 안에 부산에 관한 이야기를 상설 전시하고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로컬 콘텐츠 중심의 편집숍을 냈어요. 재작년 우연히 부산에 방문했는데, 맛있는 음식이 정말 가득하더라고요. 그야말로 부산의 재발견이었죠. 부산하면 주로 해산물을 떠올리지만,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최고의 만두가 부산에 있어요. (웃음) 관심을 가지고 살펴봤더니, 매력적인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좋은 콘텐츠와 이야기가 무척 많더군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해수욕과 노래방, 목욕탕의 시작이 부산인 거 아세요? 이태리타월도 부산에서 처음 만들어졌고요. 부산 지점은 이런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알리기 위해 만든 곳이에요.


B4291 안에 위치한 프로젝트 렌트 부산점 ©Project Rent


콘텐츠가 필요한 다른 지역에도 그런 시도가 적용될 수 있겠어요. 혹시 소문을 듣고 다른 지방 도시에서 연락이 오진 않았나요?

도시마다 지역 이야기와 상품을 엮어 소개하는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역의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 콘텐츠를 통해 소비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확장하는 상업적 감각이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여요. 그동안 캠페인에 가까운 시도들이 많았으니까요. 지역민이 직접 나서는 것도 의미 있겠죠. 곧 이대 앞에 서대문구청과 협업해 4호점을 오픈할 계획이에요. 죽은 상권에 콘텐츠를 넣어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취지로 진행 중인데, 2호점처럼 F&B도 들어가고 기존 매장보다 규모가 훨씬 커요. 변수는 코로나19로 대학생 유동 인구가 줄었다는 건데, 성수동에서 시작할 때도 상업적으로는 불모지였거든요. 아직 지켜보는 중이고, 절대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공간도,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온라인 감각, 즉 디지털 역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험은 오프라인에서 완성되지만, 편의성은 역시 온라인이죠. 프로젝트 렌트에서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과정과는 달라요. 브랜드를 경험하고 거기에 몰입하는 상황이 되면 가격에 대한 비교 감각은 무너지기 시작해요. 단순히 재화의 가격이나 가성비로 제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일례로 명품은 가성비 따지면서 사지 않잖아요. 즉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만의 가치와 경쟁력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저희도 이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해시태그와 링크, 공유는 필수죠. (웃음) 결국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균형을 맞추는 다른 채널로서 용도가 바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서로 연결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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