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건 아니어도 잔잔한 기쁨과 은은한 슬픔이 밀려오는 날.
드라마나 연애 프로그램을 보며 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상상하면서도, 그들이 우는 이유를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일.
내 마음을 다 주어버리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 천천히 다가간다는, 그 선택 자체도 두렵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 어느 시절의 나도, 연애라는 단어가 내 모든 걸 줄 것처럼 느꼈으니 말이지.
가끔 위스키를 마신 날이나, 와인 두 병쯤을 털어 넣었을 때 느끼던 외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우울했다. 그럼에도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겉돌고 있는 것도 웃긴 일이고 말이지.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나, 애인이 있다는 말에도 말을 건네오는 것들. 내가 원치 않았음에도 다가온 감정이기에 내버려 두어 보길 선택했지만 사람이 떠나는 건 늘 쉽지 않아, 괜스레 기다린 것 같다.
늘 통보를 했지만, 선전 포고를 했다는 말에, 너와 연락하지 않겠다 마음먹었지만 뭐 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지내는 나처럼. 혹은 굴을 먹고 겨울이 와서 네 생각이 났다고 연락하는 그런 심리들.
그래,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