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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타는브랜더 May 05. 2022

지금이 우리의 황금시대이길...

<시네마> 미드나잇 인 파리

누군가 영화를 한 편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미드나잇 인 파리>가 떠오른다. 그만큼 나의 인생 영화 중 한편이며, 본 횟수로는 적을지 몰라도 항상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쯤이면 다시 찾게 되는 영화다.

아마 지금 영화를 쓴다는 건 지금도 힘들다는 거겠지.


처음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본 계기는 프랑스에서 돌아오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그때 느꼈던 프랑스의 정취, 밤의 공기, 자유로움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였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프랑스 파리에 대한 향수로 보게 된 영화가 삶의 큰 가르쳐준 영화가 되었다.

'미드나잇 인 파리'. 너무너무 감명 깊었던 이 아름다운 영화의 여운을,





"과거에 대한 향수는 '부정'이야. 고통스러운 현재의 부정."

...

"다른 시대가 현재보다 나을 거라는 착각은 현실에 적응 못하고 로맨틱한 상상이나 하는 사람들의 허점이지"

주인공 길 팬더는 '황금의 시대'라 불리는 1920년대 파리를 무척이나 갈망하는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작가다. 현실에 적응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주인공이 길을 헤매다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푸조가 등장한다.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길에게 함께 파티에 가자며 그를 태우고 어딘가에 도착한다. 피츠 제럴드 부부가 말을 걸고, 헤밍웨이가 눈앞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곳은 평소에 길이 그토록 꿈꾸던 술과 예술과 낭만의 시대인 '1920년대 파리'였다. 우연히 꿈에 그리던 시대에서 피츠 제럴드, 피카소, 커트 루트 스타인, 헤밍웨이를 만난다. 길은 1920년대를 살고 있는 '아드리아나'라는 매혹적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아드리아나는 길이 꿈꾸던 1920년대가 아닌 이전 시대인 벨 에포크 시대를 그리워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1880년대 후반으로 가고 거기서 고갱을 만난다.



"이 세대는 공호하고 상상력이 없다. 르네상스야 말로 황금의 시대다"


즉, 2010년대에 사는 길은 1920년대를 꿈꾸고, 1920년대에 사는 아드리아나는 1880년대를 꿈꾸고, 1880년대를 사는 고갱은 그 이전 시대를 그리워한다. 르네상스 시대로 가면 다를까? 아마 르네상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오랜 전의 과거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정말 웃긴 일이다. 누군가에게 상상 속의 황금의 시대가 그 시대를 사는 사람에게는 가장 지루하고 한심한 시대라는 것이다.

나도 아마 마찬가지다.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달까지 그때가 정말 행복했지,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하니까 말이다. 그 당시의 나는 정말 좋았나, 행복했나 다시금 생각해보면 그건 또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살아보지도 않았던 시대, 혹은 살아보지도 않았던 나라를 꿈꾸고 동경하는 나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누가 너의 황금시대/ 리즈 시절은 언제야라고 물어본다면 '지금'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 같다. 과거는 늘 미화되어 보이고, 현재는 너무나도 지루하기 때문이다.


"If you stay here, it becomes your present.  

Then pretty soon you will start imaging another time was really your golden time.

That's what the present is. It's a little unsatisfying because life is so a little unsatisfying."

여기에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되는 거예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를.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은 원래 그런 거니까."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볼 때는 항상 같은 이유다. 현재가 불만스러울 때.

그렇다고 막상 돌아간다고 불만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대가 바뀐다고 삶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현재는 보잘것없고, 답답해 보이는 이 순간도 훗날 돌아보면 아마 나의 황금시대, 후손들에게 황금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황금시대를 동경하는 생각은 잠시 미뤄두고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현재가 황금의 시대니까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또 봐야 하는 이유는

빗 속의 파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특히 비 오는 밤의 파리.

다시 한번 비 오는 밤의 파리를 두 눈으로 확인할 그날까지.




한번 보기 아까운 영화

두 번 봐도 재밌는 영화

세 번 보면 인생을 배우는 영화

파리를 느끼고 싶을 때 보면 좋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https://www.instagram.com/p/CdLBUo9v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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