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음악 '보컬 튠'의 역사 1

by 방송 노동자


이 글을 통해 한국 대중음악 '튠'의 과도기에서 더 나은 변화를 바라는 '방송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본다.






1. 백만 가수의 나라 대한민국


몇 해 전 한 중견가수가 요즘 젊은 가수들의 노래 실력을 감탄하며 물은 적이 있다. 이제는 대중음악_음악방송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보컬 튠'이지만 몇 해 전까지도 중견가수들에게는 생소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릴 테이프에 녹음했던 선배들에게는 한번 틀린 곡은 처음부터 다시 녹음해야 하는, 그래서 한곡 녹음에 수시간씩 걸렸던 편집 불가능의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겠다.(물론 지금도 오래 걸리는 사람은 오래 걸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심각하게 왜곡된 목소리, 완벽한 포샵 + 할리우드 CG까지 가미된 노래를 모든 방송에서 듣고 있다.



2. 우리 오빠 잘 불렀는데 왜 떨어졌나요?


경연 프로그램 댓글에서 많이 보는 내용이다. 정말이지 해당 영상의 무대는 놀랍도록 완벽하다. 패널들의 리액션도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이긴 가수의 무대보다 누가 봐도 훌륭하다. 왜 그랬을까? 패널들이 막귀일까?


음악 방송에서 음이탈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가수보다 더 많은 비 가수가 경연에 나오지만 음이탈은커녕 음정 한번 흔들리지 않고 '천상의 목소리'로 무대를 빛낸다. 어쩌면 모든 가수가 가왕급의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단점을 지적할 수 없기에 패널들의 고충은 상상 이상이다. 앞에 선 가수의 키가 130 일지언정 방송 후에는 180 멋쟁이로 나오기에 키가 작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재 보이는 것, 들리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방금 생생하게 들었던 음이탈, 과한 떨림, 불안한 감정표현, 작은 실수까지 방송 후에는 모조리 사라져 버릴 것이기에 장점 내지는 특징만을 곰곰이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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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기까지


선의의 거짓말 정도로 해두자. 하지만 튠하지 않은 '날것'은 이제 누가 들어도 불편하다. 여러 오디션 프로에서 마지막 생방 결승 때마다 가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많은 시청자들을 실망케 했다. 마지막 무대라 많이 긴장했겠지만 여태껏 완벽한 무대를 펼쳤기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종편이 개국하며 많은 대국민 오디션 프로가 열리고 음악 방송에서 본격적으로 튠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음반에서 했듯 모든 참가자의 보컬을 가왕급으로 '튜닝'했다. 이 선의의 거짓말은 이제는 드러나서는 안 되는 (임금님 귀는)당나귀 귀가 된 셈이다.



4. 돌아올 수 없는 강




이 영상을 처음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튠 없이 이런 무대가 대한민국에서 가능할까?

튠의 역사가 얼추 10년이 됐으니, 되돌리려면 그 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고,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고 싶지 않을 대한민국 방송 튠의 역사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