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di Apr 22. 2023

하기 싫다

비록 하고 있지만.


불과 2~3주 전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것 투성이었다.


자의적으로 많은 일을 벌였고 잘게 쪼개진 시간 속에서 즐거움도 얻고 있었다.

    1. 글쓰기가 취미와 습관으로 정착하며 브런치도 시작했다.

    2. 다양한 술을 마시며 평소 좋아하던 게임을 하며 머리를 비운다.

    3. 5월 13일 (토) 앞둔 밴드 공연을 위해 격주로 합주 연습을 한다.

    4. 친한 사람, 낯선 사람들을 만나며 배움과 즐거움을 얻는다.

    5. 디제이를 다시 기본부터 배우며 다양한 장르의 믹셋을 짠다. 

    6. 흥미로운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팀 리더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새 하기 싫다는 생각이 나를 잠식하고 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술이 이전만큼 맛있지 않다.
게임에서 느끼는 감동과 재미가 덜하다.
밴드 연습 다니기 지치고 힘들다.
사람 만나는 것도 번거롭고 부질없다.
곡을 찾고 믹셋 짜는 것도 꽤 버겁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 여력이 없다.

등등



반면에 하기 싫다는 생각을 잔뜩 쓰고 나니 "사실은 엄청 하고 싶다."가 떠오른다.


나도 잘 알고 있다. 어떤 형태의 일이든 과정이 힘들지라도 목표에 도달하고 나면 성취감을 얻을 것이란 것을.



그럼에도 내 안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하기 싫다"는 생각을 지우긴 힘들다.






이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내 모습에 모순을 발견했다.

    1. 비록 "하기 싫다"가 주제이지만 글은 썼다.

    2. 새로 출시한 'Kelly' 맥주를 맛보면서 말이다.

    3. 2주 뒤 합주실 예약을 했고 공연 영상을 다시 시청했다.

    4. 2주 만에 믹셋을 3개나 만들었고 내일은 클래스에 나간다.

    5. 내일은 사이드 프로젝트 멤버들과 첫 오프라인 모임을 나간다.



그렇게 하기 싫다, 하기 싫다 하면서 다 하고 있다.





하기 싫은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시간이나 체력 영향이거나 초기보다 흥미가 떨어진 것일 수 있다. 단순히 끈기가 부족한 성향이 원인일 수도 있다. 물론 주 5일제 직장인이기도 하니 평일주말, 밤낮없이 바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종종 "아무것도 안 하기를 하자"라는 말을 사용해 왔는데 최근엔 그 아무것도 안 하기를 하지 못했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흘려보내는 의미가 아닌 충분한 휴식을 하겠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하루 정도 연차를 내거나 휴가를 떠나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해야겠다.






"하기 싫다"라고 찡찡거리는 글을 쓰고 나니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생각이 든다.


적어도 '하고 싶다'는 상황보다 '하기 싫다'는 상황이 나은 것 아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앞서 나열한 수많은 일들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엔 "무언가 해야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나를 잠식했다. 본업 및 일상에 집중하거나 만족하지 못했고 괜스레 초조함도 갖고 있었다.


나는 글을 쓰게 되면서 생각을 형상화하기 시작했고 본래의 내 모습을 다시금 되찾았다.



지금 내가 "하기 싫다"라고 느끼는 것들은 내가 "하고 싶다"라고 원했던 것들이다.


위 문장을 쓰고 나니 맥주가 더 달고, 지금 듣고 있는 내가 짠 믹셋이 더 뿌듯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하기 싫은 무언가가 있는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엉성하게 있을 바에 

"하기 싫다"라고 소리를 쳐보든 글을 써보든

가만히 있지 말고 "하기 싫으니까 안 하기"를 해보는 것을 제안해본다.




제 글이 유익했다면 채널을 구독해 주세요. 더 즐겁고 유익한 글을 선물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