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의 시선
여행자들과의 상담은 항상 같은 질문으로 시작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 말이 끝나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굉장히 밝은 목소리 톤으로 대답을 시작한다. 마치 물어봐주길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가장 많이 들어본 답변은, 본인이 유럽여행을 가고 싶어서. 그리고 영화나 티브이에서 본 스위스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서. 특히 60대 이상의 손님들은 그들이 기대하는 스위스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거 있잖아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 그곳 같은 멋진 곳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요. 물론... 거기 어디더라? 융프라 거기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이 말을 들을 때면 사실 마음 한편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저기 그 영화의 배경은 스위스가 아니라 옆 나라 오스트리아예요"라고. 물론 나는 이 말을 가슴깊이 아껴둔다. 그럼 언제 하냐고?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많이 피고, 만년설과 푸른 하늘이 가득 찬 곳에서 시작한다. "여기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것처럼요. 그런데... 그 영화는 사실 스위스가 아니라..."
그나저나 왜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그 영화의 배경을 스위스로 알고 있을까?
내가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건, 영화의 배경이 알프스이고, 사람들이 알프스 산맥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게 스위스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까지 연결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슴 깊이 아껴두고 싶은 말이 하나 더 있다.
내가 스위스 가이드라서 이렇게 말하는 거니 읽어주는 독자분들은 너그럽게 이해해 줬으면 한다. 알프스 산맥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나라는 오스트리아(약 29%)가 1위이다. 그럼 스위스가 왜 알프스 이미가 강하냐? 그것은 전 국토의 약 65% 정도가 알프스 산맥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추가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 자체는, 오스트리아 서쪽에 있는 모차르트의 출생지 혹은 모차르트 초콜릿으로 더 유명한 잘츠부르크(Salzburg)이다. 도레미 노래를 부르던, 미라벨 정원 그리고 아이들이 춤추던 장소를 포함해, 곳곳의 영화 촬영지를 보는 투어가 꽤 유명하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은 모든 국가에서 인기가 많다. 단 그 배경나라인 오스트리아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건 오스트리아 10년 차 가이드가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