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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 atto broony Jul 11. 2024

법철학 강의(2022) 변종필 著 4

법 규범과 법체계, 주요 학자와 국내 사법부 판단의 연계성, 형법과 헌법


*직접 구입한 후기로 작성된 글입니다. 원문의 내용은 더 풍요로우니 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책을 구입하셔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법실증주의에 대한 드워킨의 비판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권리 테제'이다. 권리 테제란 사법적 판결은 언제나 법적 권리를 쫓아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도 하나의 정답이 존재한다고 본다(정답 테제). 그는 법률가들이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에서 실상은 법규칙으로 기능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기준들을 활용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 대한 통찰에서 기인한다. 법질서는 단지 규칙들로만 구성된 체계가 아닌, 법원리들까지 포함하는 체계(규칙 - 원리 모델)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한다.

법원리는 법규칙 그리고 법정책과도 구별되는데, 특히 법정책은 달성해야 할 목적 혹은 공동체의 개선을 설정하는 그런 류의 기준을 뜻하나 원리는 어떤 다른 차원의 도덕적 요구라는 이유에서 준수되어야 하는 기준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규칙과 법정책은 원리논거와 정책논거로 작동한다. 원리논거란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를 존중하거나 보호하는 것을 보여주는 논거이고, 정책논거는 사회 전체의 집단적 목적이나 이익을 증진 또는 보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논거를 뜻한다.

드워킨은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에서도 법관은 원리논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해당하는 두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선출직인 입법기관을 대리 또는 대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권력분립 원칙) 즉, 집단적 논거들을 고려하는 것은 입법부만이 갖는 권한이므로 법관은 새로운 정치적 목적을 기획해서는 안 되며 단지 이미 존재하는 권리만을 실현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2) 소급효 금지 원칙이다. 이는 사후적인 의무창설의 위험성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은 입법자와 법관의 역할이 분명하게 구별됨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에서 법관이 유념해야 할 법적용의 한계와 합리적인 근거 제시라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의의가 있다.

법원리와 법규범의 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태도는 3가지이다. 1) 법원리와 법규범은 일치한다 (일치 테제, Ubereinstimmungsthese) 2) 이들 간의 차이는 단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보는 관점(약한 분리 테제, schwache Trennungsthese) 3)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관점 (강한 분리 테제, strenge rennungsthese)이다. 드워킨은 양자의 구분이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엄격히 범주를 달리하는(klassifikatorisch) 성격을 띤다고 한다.

양자를 구별하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나 기준이 있다. 우선 논리적 차이(logical distinction)를 들 수 있다. 규칙은 전부 - 아니면 - 전무의 방식(all - or - nothing - fashion)으로 적용된다. 즉 일정한 규칙이 규정하고 있는 요건사실이 존재하는 경우, 그 규칙은 유효하게 적용되든지 아니면 적용되지 않던지 둘 중의 하나이다. 반면, 원리는 일정한 요건들이 충족되더라도 자동으로 귀결되는 법적 결론을 설정하고 있지 않으며, 필요한 요건의 설정조차 의도하고 있지 않다. 즉, 원리는 규칙이 지니지 않은 비중(weight)이나 중요성(importance)의 차원을 지닌다. 따라서 어떤 사안을 해결할 때 원리의 상대적 비중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규칙의 비중을 고려할 수는 없다.


  알렉시는 이러한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한층 더 설득력 있는 형대로 양자의 구분을 시도한다. 그는 드워킨이 제시한 전부 - 아니면 - 전무라는 성격은 규칙과 원리를 구별하기 위한 엄밀한 기준은 되지 못한다고 본다. 따라서 보다 엄밀한 기준은, 양자의 본질적 차이가 법원리라는 최적화 명령(Optimierungsgebote)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법규칙은 확정적 명령(definitive Gebote)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원리의 비중은 동등하나 구체적 사례에서 그 사례에서 비중이 달리 규정될 수 있고, 규칙의 적용형태는 형량이 아니라 포섭이다.

그는 충돌의 문제가 크게 규칙 충돌과 원리 충돌로 나뉜다고 보았다. 충돌 문제는 원리와 규칙의 논리적 구조적 차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규칙끼리 충돌 시에 이러한 모순은 양 규범 중 일방을 무효로 선언하고 축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원리충돌의 경우 구체적 사례에서 더 큰 비중을 가지는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런 경우 물러서는 원리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다.

드워킨은 이러한 원리들의 상대적 비중까지 포함하는 법이론을 발전시킬 것을 기대했으나, 알렉시는 이러한 법이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추가적인 전제들을 덧붙이지 않는 한, 필요한 원리 간의 관계는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추가적인 전제들은 원리 간 관계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매개 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알렉시의 구상은 드워킨의 구상보다 진일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법률 모델을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규칙 모델, 2) 규칙 - 원리 모델, 3) 규칙 - 원리 - 절차 모델이 그것이다. 복잡하긴 하나 3으로 갈수록 정교한 모델임을 알 수 있다. 규칙 모델은 포섭에 의해 판단하며, 필연적으로 법의 흠결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법관의 재량에 맡기지만, 재량 행사에서 도입되는 척도는 법 외적 기준과 다르지 않다(원리가 법질서 내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법체계의 특징으로는 1) 특별한 규칙들로 구성된 법체계 2) 법이란 이러한 규칙에 의해 결정 3) 규칙에 의해 결정되지 못하면 법관의 재량 4) 포섭이 법 적용의 주된 방식으로 활용

규칙 - 원리 모델은 드워킨의 주장과 같이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에서도 법관은 재량을 갖는 것이 아니라 법원리에 기초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정답 테제). 이러한 모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법체계에는 법원리도 포함된다. 2) 판결하기 어려운 사안에서도 법원리에 구속된다. 3) 원리에 기초해서도 성립한다. 4) 형량이 법적용의 방법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법원리들이 충돌할 때에는 상대적 비중과 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규칙들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규칙 - 원리 - 절차 모델은 알렉시가 제안하는 법체계 모델이다. 그는 법규칙과 법원리 외에 절차의 차원을 추가한다. 규칙이나 원리는 스스로 자신의 적용을 규율할 수 없다는 인식에 정초하고 있다. 즉, 완전한 법 모델은 규칙이나 원리를 적용하는 절차와 관련된 또 다른 차원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입법절차와 법 적용 절차를 포함하는데, 법적용 절차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바가 무엇인지 & 그에 대한 근거 제시 & 제도화되지 않은 논증 절차를 포함하는 제도화된 사법절차를 말한다.








  형법은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법에 비해 인권 보장적 기능을 가지는 다양한 원칙이 요청되며, 헌법과 깊은 관계를 가진다. 특히 세종은 일찍이 "철저히 법에 근거하여 형을 부과하라.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 형을 시행함에 조심하라. 관리들은 유념하라"라고 말했다. 현대의 죄형법주의의 요청 일찍이 파악하고, 관념적으로 법을 집행함에 반영하도록 당시 관리들에게 요청했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인간과 사회, 법과 국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녔는지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 연관된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1) 죄형법주의. 반드시 규정된 처벌 조항에 따라 죄를 판결하여야 하며,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죄형법주의 원칙은 다시 명확성의 원칙, 형벌불소급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 성문법률주의로 나뉜다. 1-1) 명확성의 원칙. 법률에 적힌 글은 일반적 언어의 해석 방법에 따라 명확한 용어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 1-2) 형벌불소급의 원칙. 형법에 소급효가 존재한다면 적법한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소급입법을 통해 불법행위로 만들어 처벌할 수 있으므로 이를 금지 1-3)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 민법과 행정법 등에서는 유사 규정을 들어 유추해석 등을 하고 있으나 형법에서는 유사 법률을 들어 유추해석 하는 것을 금지 1-4) 비례의 원칙. 행위의 결과에 비하여 과도한 형벌을 하는 것을 금지. 이는 헌법과도 관련이 있어, 만일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는 형법상 법규가 있을 경우 헌법재판소 판결을 거쳐 위헌으로 해당 조항 삭제. 가령 눈을 다치게 한 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것은 비례의 원칙 위반 1-5) 성문법률주의. 글로 적힌 법률 없이는 형벌 없다. '이미'적혀있는 형벌상 법규를 들어 처벌 가능 2) 무죄추정의 원칙. 형사피고인은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4항) 3) 적법절차의 원칙. 형사절차는 국회에서 정한 법률로 규정되어 있으며, 이러한 적법절차에 따라야 하지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결해서는 아니 된다(헌법 제12조 1항, 3항) 4) 진술거부권. 피의자나 피고인이 수사 및 형사 재판 절차에서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5)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피의자나 피고인이 국가와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결론적으로 형사법규에 있는 구체적 법규가 헌법상 위법이라면 해당 조문은 헌재 판결을 거쳐 개정 혹은 삭제. 판결은 관련 판례로는 82 헌가 8 판결이 존재한다. (과거 형사소송법 331조 단서. 적법절차와 과잉금지의 원칙 = 비례의 원칙에 위배됨을 이유로 위헌 판결)








  국내 사법부는 1) 법실증주의, 2) 법 해석 유연성, 3)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 중시 4) 사법부의 독립성 5) 판례에 의한 법리 발전(기판력과 기속력)을 특징으로 한다. 1) 법실증주의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하트와 켈젠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2) 법 해석 유연성에 있어서는 드워킨과 알렉시의 법원리 관련 이론이 반영되어 있다. 드워킨은 도덕원칙(이원론이나 도덕과의 관계 인정)과 일관성, 법의 목적과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는 유연한 법해석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알렉시는 이러한 법적 논증 구조를 구체화하고 절차를 포함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법적 판단에 대한 논의였다. 특히 국내 판결 시에는 입법 목적과 입법 취지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여 판결한다. 그중에서도 입법 취지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3)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을 중시하는 것은 라드부르흐 이론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전술한 라드부르흐 공식 '정의의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부당한 법은 정의에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는 이러한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롤즈의 사회적 정의와 평등,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에 관한 논의도 이에 반영되어 있다.


이로써 알렉시와 드워킨의 이론, 국내 사법부의 입장과 구상과 관련된 학자, 형법의 원칙들과 헌법 간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변종필. (2022). 법철학강의. 박영사















*고료를 받지 않고 작성된 글이며, 주관적인 생각을 밝힌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특정 단체, 특정 인물과는 무관하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하할 의도는 없음을 밝힙니다. 이미지 및 원문의 저작권 관련해서는 개별적으로 문의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보 전달 글은 단어 선택, 뉘앙스, 정확성에 유의하여 작성하고 있으나 오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관심으로 받아들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옳은 지적이라면 바로바로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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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법철학 강의>


출처 자료:

법철학강의(2022), 변종필

Dworkin, R. (1977). Taking Rights Seriously. Harvard University Press.

Dworkin, R. (1986). Law's Empire. Harva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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