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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색머리 Oct 22. 2017

조건이 필요한 사랑이 진짜 사랑일 수 있을까.

네가 변해야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말이 되는가

그런 것 있지 않은가.

Deal breaker. 내가 절대 양보할 수 도, 타협할 수 도 없는 문제. 너와 내 관계에 있어서 내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너의 선택.


이성관계, 도박, 도벽, 술, 마약, 아니면 사상의 차이라던가, 신념의 차이라던가, 종교적인 차이. 그래, 그런 것들은 단지 너와 내가 믿고 생각하는 것들의 차이일 뿐이다. 옳고 그른 게 어디 있을까. 우리는 성인이고, 우리가 믿는 것에 따라 살아가고, 또한 내가 매일 하는 선택과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며 살아갈 뿐이다. 네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네가 잘못된 것이 아닌데, 내가 너에게 어떻게 감히 나의 생각이나 취향을 강요할 수 있을까. 나는 다리를 여덟 개쯤 걸친 바람둥이 친구도 있고, 몸을 파는 친구도 있고, 마약을 하는 친구도, 술을 절제하지 못하는 친구도, 나와 사상과 신념과 종교가 모두 다른 친구도 있다. 그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시간을 같이 보내고 대화를 나누고 우정을 쌓는 데에 우리의 모든 차이들도 관계를 파괴하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그냥 또 다른 한 명의 친구가 아닌, 남자이기 때문에.


내가 너를 이성으로 좋아하고, 함께 더 깊은 관계를 쌓아보고 싶기 때문에.


나의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나와 그들간에 관계를 해치지 않는 그 모든 차이점들이, 너와의 관계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도록 나를 결박하고, 선을 긋고, 한계를 만든다.



이건 단지 나의 선호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네가 틀린 게 아니고, 우리가 다른 것일 뿐이기 때문에, 너에게 그 어떤 변화도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네가 변하면 너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 말이 되기나 하는가. 너를 바꿔서 내 불편한 마음이 사라져야 너와 관계를 더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그렇게 조건이 들어간 관계가 자랄 수 있을 것인가. 시작도 하기 전에 조건을 먼저 내거는 사람을 너는 믿고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할 자격이나 있는 것인가. 이건 전적으로 내 문제일 뿐인데, 그걸 너에게 떠넘겨도 되는 것일까.


그래서 망설였다. 너만 바뀌면 됀다는 내 끔찍이도 이기적인 마음을 너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갈등 속에서도 네가 가진, 나에게 문제가 되는 너의 선택은, 아무리 곱씹고 되새기고 마음을 열어보려고 해도, 양보할 수도 타협할 수도 없었다. 너를 나의 선호도 때문에 억지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너 때문에 내 신념과 믿음을 바꿀 수 없었다. 지금 당장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아무런 책임감 없이 너와의 관계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내가 양보할 수 없는 너의 선택이 시작도 하지 않은 관계의 끝을 바라보게 만드는데, 내가 과연 마음 편히 너를 사랑할 수 있을 수 있는가. 무턱대고 관계를 시작한대도, 나는 늘 끝을 염두에 두며 한 발을 빼고, 끝이 나는 날 받을 상처를 조금이라도 덜 준비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쌓은 관계가 얼마나 건강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고민을 한 아름 안고 있다가, 그에게 털어놓았다. 우리는 긴 대화를 나눴다. 내가 가진 문제가 그의 잘못이 아닌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화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나는 그에게 큰 상처를 입혔고, 그는 크게 상처받았다. 이 관계가 발전된다고 해도 내가 도대체 어떻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멀쩡히 잘 사는 제비의 다리를 뿌려 뜨리고 나서 치료해준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저지르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건 내 잘못이다. 내 실수고 내 책임이다. 내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은 그에게 내가 어떻게 속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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