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 Jun 30. 2024

향취의 취향

초여름 장마철의 장소선정 방법



각자의 공간이나 장소에는 향기가 존재한다. 나는 어딘가로 향할 때 몸에 향수를 뿌리곤 한다. 그 향기가 나에게서 나기를 바라기에 그렇다. 그래서 어딘가로 향하는 곳 또한 내가 원하는 향기가 있기에 그곳으로 향하는 것일 것이다.


머무를 장소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적인 욕망과 그곳이 지닌 향기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




또다시 장마철이 돌아왔다. 분명히 저번 여름의 마지막엔 더 이상 뜨거워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한동안의 기간은 어느새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또다시 비가 내리고 뜨거운 물을 넣은 가습기 앞에서 숨을 쉬는 듯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가 다시 찾아왔다. 아마 작년보다 더 뜨거운 물을 넣은 게 아닌가 싶다.


머리맡에 뚫려 있는 창문으로 새벽에 비가 내려 빗소리에 눈을 뜨고 나서 처음으로 생각한 것은 회상이었다. 작년 이맘때 즈음과 지금 현재의 차이는 꽤나 격차가 있는 듯하다. 사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주로 다니는 곳들은 동일했다. 쉬는 날엔 궁 근처를 방문하거나 자주 가던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혹은 가끔 누군가를 만나 시간을 보내는 나의 활동반경은 그렇게 변하진 않았지만 바뀌었다고 느껴지는 점들은 주위 사람들의 변화인 걸지도 모르겠다.


영감을 주는 이들을 만나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뮤즈 라기보다는 그들이 풍기는 향기들이 이 전의 거무튀튀하고 단조로운 향이 나는 집단과는 다르게 서로가 사유할 수 있고 사유하는 관계가 생긴 것에 그렇다. 그래서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나무가 무성히 보이는 곳에서 그곳을 잔잔하게 쳐다보곤 한다. 분명히 저곳은 축축하고 벌레가 꼬여있는 흔히 말해 옷이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 불편한 곳일 텐데 가고 싶다는 듯이 시선을 두는 걸 보면 저곳의 향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듯하다. 실제로 비 오는 날엔 나무향이 짙은 향수를 뿌리는 것을 선호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곳이 장마철에 가장 좋아하는 향수가게인 듯하다.


그래서 각자가 원하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 그곳을 떠나지 않는 누군가의 취향이 담긴 장소를 공유받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 마침 그곳이 나의 취향과 같다면 더욱이 그렇다.


요즘은 장마철이다. 비가 무언가를 부딪히고 튀어 그것이 담고 있는 것들을 분산시키는 그런 계절이 된 것 같다. 그것이 비안개에 퍼진 오렌지맛 솜사탕 같은 가로등의 불빛인지 갓 구운 빵을 내놓은 빵집의 향기인지 모르지만, 이번 년의 장마철은 바짓단이 젖는다고 해서 마냥 싫지는 않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스트레스성 구내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