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 하는 습관

동경하는 물결과 스펀지

by Brown


어제는 오늘과 같았고 아마 내일도 그럴 것이다. 나는 무르익어 부드러운 흙바닥에 자연히 낙과해 갈라진 홍시의 달콤함을 모른다. 그렇기에 이러한 습관은 그만두려 한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2월 언저리 그 하얗던 하루였다. 하늘에서는 눈이 유독 천천히 내려와 겨울에 떠다니는 흰 잠자리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눈발이 아름드리 춤을 추고 있었고, 눈자락의 옅은 살랑임에도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텅 빈 통조림캔처럼 무언가를 담기에 좋은 상태였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더 말하자면 어떤 것이든 담겨 나조차도 없던 상태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래서 마음이 조금 더 하얗게 질려 아침 일찍 집 밖을 나설 때 겨울이 콧잔등에 스치는 것이 느껴진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하얗게 질려버린 겨울이 나에게 찾아왔을 때 나는 붙잡을 것 하나 없이 그저 약간의 달콤함과 따뜻함 만이 필요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없었기에 가끔 집 앞 공터옆에 자리를 펴둔 군고구마 리어카에 들려 널따란 품을 다 남겨둔 채 자그마한 따뜻함과 달콤함을 품에 머금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봄이 그립다. 봄에는 작은 연두색 필통에 담긴 12색 크레파스처럼 이리저리 색이 얼룩져 어릴 적 기억하는 그 풀밭의 꽃들이 기를 바란다.


사실 그때까지 빈 통조림이기는 싫다. 학교 앞 문방구의 포도슬러시나 심야영화관의 아이스크림처럼 그저 누군가로 채워지기를 아니 정확히는 차가워도 달콤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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