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정은 Sep 25. 2020

어떤 성격을 판다는 거죠?

메르베 엠레, <성격을 팝니다> 서평


"X세대 구직자들은 면접 때 반드시 지적인 사람처럼 차려입고 
MBTI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p. 774)




책은 말한다. 성격을 연구하는 시점부터 심리학의 역사를.


강한 어조는 아니지만, 오랜 성격유형검사는 우리를 분류하고 그 안에서 놀아나게 한다고도. 지금과 비교를 할 것도 없이 이것은 MBTI 검사 탄생 이전과 이후, 그것의 본질과 유통을 보여준다. 더불어 그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 말하는데, 심리학을 전공하는 두 주변인에게 물어봤을 때, "MBTI는 하나의 설문일 뿐이지, 그것으로 사람을 척도 할 수는 없어. 사람은 때마다의 감정과 기분, 컨디션이 바뀌는데, 그럴 때마다 MBTI는 변하지. 그것은 현대인에게 재미를 줄 수 있지만 거기서 그쳐야 할 뿐, 그 결과로 한 개인을 성격유형의 목록 안에 집어넣어서는 안 돼."라는 말을 받기 일 수라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이 책의 부류를 자기 개발서로 놓는 서점이 있다면 몰래 책을 들고 가 인문&심리 쪽으로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인터넷서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심리'분야로 놓여있다. 코로나 19의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MBTI가 다시금 많은 사람들의 콜을 받고 세상에 퍼지기 시작했다. 상담을 위해, 혹은 연구를 위해 시행되었던 MBTI가 자발적 형태로 퍼져나간 것에는 큰 의의가 있다. 그것의 목적이 재미를 위한 것일지라도 말이다.(재미만큼 세상에서 큰 가치가 없지만!)





"성격 유형이 중요한 척도로 부상한 후로 살아 있는 인간에게 특정한 성격 유형으로 꼬리표를 붙이게 되었고 이는 개성을 말살하는 수단이 되었다."

                            (p.29)



이런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사람을 성격으로 나눈다는 게, "이 사람 성격은 이런데,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할 것이다."라고 일반화해버린 경우. 인간은 그렇게 멘털이 강하고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생명이 아니기에 더욱 이런 실험들은 위험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만약 mbti(혹은 관상, 혈액형 등)로 성격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정석적인 행동이 있다고 했을 때 분명 자기 소신이나 계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의 시선과 mbti 지표가 적어도 삶에 아주 작은 선택이라도 흔들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내가 아니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 단연코 말하자면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에게. 그건 어떻게 장담하는가?



"성격 혹은 개성이란 무엇인가? 개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어째서 우리는 성격을 분류하려고 하는가?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당연히 '나는 누구인가'이다."

                            (p.31)



인간은 '개성'이라는 것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성격과 개성의 자유, 그것이 진정한 자유다. 개성을 표출한 것이 자유의 한 대목이자 가장 큰 행위이다. 생명이라면 더불어 인간이기까지 하다면 자신의 개성은 당연히 수호되어야 한다. 절대 단체와 묶여 묵음처리되거나 사라져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은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에게 개성은, 이 세상에 개성은 매우 중요한 본질이다.




"'흥분하라, 함께하라, 이탈하라!'라고 촉구했던 그때. 리어리는 세상에서 '고유한 개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동하고, 선택하고, 변화하는' 자유를 지켜 내야 한다고 외쳤다."

                          (p.575)



성격평가연구소의 유망한 대학원생이었던 이가 숱한 성격에 대한 연구와 논문을 던지고 히피들에게 '고유한 개성'을 드높은 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분명 성격유형검사라는 것이 사람들을 옥죄는 갈고리라는 것을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공포로 느낄 만큼 강하게 인지(認知) 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토록 성격에 대한 획일화와 단순화는 공포와 조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5-60년대를 거쳐 연구의 질문도 획일화를 벗어나 개성을 쫓으려는 쪽으로 나아간다.



"죽은 뒤에야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빛을 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평생의 수고를 인정받지 못하고 세월과 함께 잊히는 사람들도 있다."

                          (p.764)



MBTI 탄생 이전은 그러니까, 수많은 사람의 성격을 획일화하는 것에 안달이난 시기였다. 사람을 분류하는 것만큼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없는데, 하필 그 시기는 사람들에게 무력적이고도 사상적 공격을 남발하는 시대였다. 때문에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은 그것에 놀아났고 아무 이유 없이 서로를 배척했다. 이것으로 하여금 사람을 사귀는 것마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폭력을 저지르고 만다. MBTI 탄생 이후, 혹은 그 과정에서는? 오늘 우리가 MBTI라는 심리검사명이, 어떤 이의 숭고한 노력과 시장의 경제적 원리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작가의 이전글 빼앗기는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