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인공호흡 "자살하지 마라"

2020년 1월 4일 토요일 대리운전 근무일지

by 카탈리스트

오늘은 토요일이다.

작업할 일도 많고 해서 오후 2시쯤 서초동에 있는 투썸플레이스에 노트북을 챙겨서 갔다.

이곳에서 해야할 일을 하다가 저녁때쯤 밤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서초역 근처 투썸플레이스

이곳은 내가 창업하기 전 자주 왔었던 커피숍이다.

다른 커피숍에 비해 조용한 편이고 내가 즐겨 찼던 좌석이 왠지 모르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집중해서 작업을 해야할 일이 있으면 가끔 이곳에 온다.


< 나의 지정좌석 / 2018년 4월 창업준비하며 커피숍을 사무실로 쓸때 자주 앉았던 곳 >

열심히 작업을 하고 6시부터 콜 대기모드로 진입했다.

작업하다가 의미있는(?) 콜이 뜨면 바로 이동을 하면 된다.

밖에 날씨가 춥다. 특히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체감온도가 더욱 춥다.


이른시각이라서 그런지 특별히 콜은 없다.

7시쯤 배가 고픈 것 같아서 강남역으로 넘어갔다.

오늘 저녁은 Subway 샌드위치!

강남역 근처 Subway - 전국에서 장사가 제일 잘되는 지점이란다

풍성하게 말아준 샌드위치로 저녁배를 채우고 콜 대기를 위해 바나프레소로 이동했다.

(날씨가 추워 밖에서 떨지 않고 대기하기 위해 커피값이 저렴한 바나프레소에 자주 가는 편이다)

시각이 7시 반인데 첫콜이 울려 후닥 잡았다.

제규어에 젠틀한 60대 부부셨다.

아파트는 화려하지 안핬지만 여유가 있어 보이는 부부.

GT타워에서 와인에 저녁먹고 오셨다네

저렇게 늙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할까! 이디야 커피숍이라도 들어갈까?

아니면 이동할까...

주변에 동종업계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고객이 약간 있을 것도 같고 해서 일단 프로단독권을 하나 쓰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성수역 뒷골목 - 여기에도 교대 이층집이 있네

콜이 빨리 뜨지 않는다. 이럴 땐 이동하는것이 상책

일단 지하철을 타고 강남방향으로 가다가 선릉역에서 내렸다.

앵두가 너무 많으면 수요도 많지만 그만큼경쟁도 치열하다

선릉에서 바로 콜을 잡았다.


사귀는 단계의 사이같은데 여자를 잠실에 데려다주고 부암동에 처음으로 왔다

고마운 손님. 부암동 위쪽까지 가면 내려오기 힘들다며 초입에서 내려주었다.

여기 팔각정이 있다.

동네가 깜깜하지만 집들이 좋다.

부암동 팔각정 근처
부암동의 멋진 집들

콜은 당연 없을 것 같아 버스타고 경복궁역으로 내려왔다

경복궁역에 내려와서 영등포가는 콜을 잡았다.

어떤 손님은 사전에 통화하면 지하층 어디에 있다고 이야기해주는데 여자 손님들은 대체적으로 두세번 통화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보통 건물앞에 도착해서 전화하면 지하 X층으로 오라고 한다. 지하로 내려가면 기둥번호를 찾느라 또 전화를 하게 된다. 비상 깜빡이라도 켜주시는 고객은 고맙다.


영등포로 이동해서 영등포 나이트가는 콜을 잡았다.

시골서 올라온 아줌마들 오늘 하루 진탕 놀려고 하는가보다. OOOO 호텔에 차를 세워주었다. 12000원이긴 하지만 현금이다.


동네가 워낙 번화해서 이동하지 않고 콜을 잡기로 했다.

오호라. 몽촌토성 가는 콜을 잡았다. 오늘은 콜이 대기시간 별로 없이 잡히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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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인가보다. 결혼 후 여기저기 인사다니느라 정신이 없나보다.

인사성이 매우 좋은 부부였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인사를 했더니 어떻게 아셨어요? 하더라... 좋은 대화는 좋은 기분을 만든다.

내려다주고 2분만에 바로 콜을 잡았다. 광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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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콜이라 생각하고 집사람을 오라하고 출발했다.

(하루 밤일의 마지막 콜은 가급적 집에서 30분 이내 거리로 잡고, 차가 끊기는 경우가 많아서 집사람이 데리러 온다. 함께 고생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집사람과 접촉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도착하니 12시 40분. 집사람도 바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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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네 이시각에는 앵두가 한분도 없네.


오늘은 콜이 잘 받아주어서 144000원(6건)을 했다. 토요일 성적치고는 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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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카오대리 운전하면서 약간의 스트레스가 생기곤 했다.

비합리적 고객을 만났을때, 기다림이 길어질때, 머피의 법칙처럼 이동하려고 차만타면 콜이 뜰때 등등...


운행일지를 기록하니 스트레스도 덜 받고 여행하는 기분이다.


카카오대리를 하면서 생긴 이점이 몇가지 있다.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물질적, 정신적으로 좌절하는 순간에 희망이 되었다.
적어도 밤에 운전하는 순간에는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객을 접견하기 위해 1km정도씩 항상 걸어다니니 뱃살이 조금 들어가는 것 같다.(그런데 소변이 자주 마려워서 여러 아파트 단지마다 비료를 참 많이 주었다)
매일 마지막 타임때마다 집사람이 데리러 와서 집사람과 마주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열심히 사는 느낌이 들고, 가족들 눈에도 열심히 살고 있음이 비춰진다.
매일 일한 대금을 매일 받을 수 있으니 집사람이 좋아한다.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이 있는 분도 고민이 많고 돈이 없는 분도 고민이 많다.
거의 모든 차종을 몰아볼 기회가 생긴다. 이보다 더 좋은 시승이 어디 있단 말인가
서울, 경기 지역의 지리를 많이 알게 되고, 번화한 곳이 어디인지 점차 알게 된다.
나의 개인적인 만남에도 컨트롤이 생긴다. 반주먹는 일은 완전 없어졌고 만남도 9시에는 가급적 끝낸다.
아주 가끔은 일과 관련있는 분을 만나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난 이것이 인생을 역전시킬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있다)


20200104_이동기록_1.png 2020년 1월 4일 나의 하루 이동기록과 걸음 수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감하였다.

왠지 모르게 보람찼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