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세계는 지금 다시금 진영을 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되고, 디커플링(decoupling)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었다. 이 대결의 선명한 구도 속에서 눈에 띄는 한 축이 있다. 바로 유럽이다. 유럽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 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손잡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단순한 외교적 예의나 경제적 이익을 넘는 움직임이다.
특히,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의 유럽 순방은 그 의미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지금 유럽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대국 사이에서 묘한 균형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중국은 지금 경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한 숨통을 찾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이제 갈등이 아닌 구조다. 반도체, 통신 장비,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압박 속에서, 중국은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단지 중국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가 아니다. 그들은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의 주요 수출처이자, 첨단 기술 협력의 상대국이기도 하다.
2024년 5월, 시진핑 주석은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를 방문하였다. 특히, 헝가리와는 ‘전천후 전략 동반자’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관계를 격상시켰다. 이 순방은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이는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유럽이라는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며,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에 응답할 여지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지금 유럽과의 연대를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오랜 꿈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자국의 정치·경제적 결정을 독립적으로 내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군사적 안보는 NATO와 미국에 의존하되, 경제와 기술은 다르게 간다는 것이 유럽의 기본 방정식이다.
이 때문에 유럽은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을 선택한 것 같다. 중국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협력은 유지하겠다는 접근이다. EU는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그린산업 협력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각국은 중국의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인프라 프로젝트나 투자 유치는 계속 진행 중이다.
결국 유럽은 이중의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필요로 한다. 믿지는 않지만, 놓칠 수는 없다. 이러한 복잡한 외교는 단순히 반중 혹은 친중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유럽은 경제와 정치, 기술과 안보를 철저히 분리하며 실리를 추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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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오늘날 국제 질서의 복잡한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는 긴장과 협력, 의심과 필요가 동시에 존재한다. 유럽은 이 관계에서 자율성과 실리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반면, 중국은 더 절박하게 손을 내밀고 있으며, 미국은 이 상황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외교 지형 속에 있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대한민국은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내수는 탄탄하지 않다. 전략적 자율성을 외칠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지도력의 공백까지 겹치며, 줄다리기를 시작할 준비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더 정교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계산된 실리 외교를 펼쳐야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자율성을 확보하고, 기술과 산업을 방어하면서도 시장은 놓치지 않는 전략이 절실하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조용하지만 단단한 독립, 그것이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가야 할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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