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최근 글로벌 식품 산업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건강세(Health Tax)’의 확산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설탕세(Sugar Tax)입니다. 이미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도입되었고,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확산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태국이 설탕세에 이어 소금세(나트륨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식품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이 정책은 단순한 건강 정책처럼 보입니다. “설탕을 줄이고 짠 음식을 덜 먹자”는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이 정책의 의미는 훨씬 더 깊습니다. 세금이 음식의 ‘성분’을 바꾸고, 그 성분이 기업 경쟁력과 가격 구조를 바꾸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죠.
오늘은 건강세 시대가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이 변화가 글로벌 식품 산업과 기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건강세 논의의 출발점은 설탕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16개국 이상이 설탕세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WHO는 각국 정부에 설탕 음료 가격의 최소 20% 수준 과세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설탕세가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비만과 만성질환 증가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질병관리청(KDC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성인 비만율은 약 34% 수준입니다. 이는 2014년 대비 크게 증가한 수치인 것이죠(출처: 질병관리청).
중국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 역시 국민의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을 현재 약 30g 수준에서 2030년까지 25g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도 설탕세 도입 카드는 검토하고 있는 것이죠.
즉, 설탕세는 단순한 식품 정책이 아니라 공중보건 정책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설탕세의 효과가 소비자보다 기업 행동 변화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입니다.
영국은 2018년 ‘청량음료 산업 부담금(Soft Drinks Industry Levy)’을 도입했고,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음료 평균 설탕 함량 약 47% 감소
시중 음료의 약 89%가 비과세 기준 충족
즉, 소비자가 음료를 덜 마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품 레시피를 바꾼 것이죠.
글로벌 음료 기업인 Coca-Cola Company와 PepsiCo 역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Zero Sugar 제품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결국 설탕세는 소비 억제 정책이라기보다 기업의 제품 설계를 바꾸는 정책에 가깝습니다.
최근 주목받는 정책은 태국의 소금세(나트륨세)입니다. 태국은 2017년 아시아 최초로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입니다. 그리고 현재는 포장 식품의 나트륨 함량에 따라 세율을 적용하는 소금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죠(출처: 한국경제 보도).
이 정책이 등장한 배경 역시 건강 문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태국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약 3,650mg으로 권고치의 거의 두 배입니다.
이로 인해 고혈압·심혈관 질환 증가와 의료비 부담 확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국 소금세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건강 정책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태국은 아세안 식품 유통의 중심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인구 약 7,000만 명 규모의 소비 시장
CP Group 등 식품·유통 대기업의 역내 네트워크
람차방 항만 중심의 메콩 경제권 물류 허브
즉, 태국에서 만들어진 성분 기준은 아세안 전체 식품 시장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건강세가 확산되면 식품 산업의 경쟁 방식도 달라집니다. 과거 식품 산업 경쟁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맛
가격
브랜드
하지만 건강세 시대에는 성분 관리 능력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근 글로벌 식품 규제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설탕세
소금세
초가공식품 규제
어린이 식품 광고 제한
즉, 식품 산업은 이제 규제가 적은 산업이 아니라 규제가 빠르게 늘어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건강세 확산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음 제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로슈거 음료
저당 식품
저염 식품
즉, 세금 정책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변화는 글로벌 기업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세율 자체보다 ‘성분 기준’입니다. 국가마다 다음과 같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죠.
당·염 함량 기준
제품 분류 방식
라벨 표시 의무
이 기준이 달라지면 기업은 다음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국가별 제품 레시피 수정
국가별 SKU 분리
라벨·성분표 재설계
시험성적서 및 인증 갱신
이 과정은 결국 시장 접근 비용을 높이는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식품 기업은 다음 전략을 준비해야 합니다.
국가별 성분 기준 모니터링
저당·저염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규제 대응 전담 조직 강화
바이어와 가격 조정 조항 설계
태국의 소금세 논의, 중국과 한국의 설탕세 논의는 단순한 정책 뉴스가 아닙니다. 이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강세 시대의 시작을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과거 식품 산업 경쟁의 핵심은 맛과 가격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음 요소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당
저염
건강 성분 관리
규제 대응 능력
즉, 글로벌 식품 산업은 이제 “얼마나 맛있는가”가 아니라 “어떤 기준을 충족하는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시작된 소금세 논의는 바로 그 변화의 전환점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