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우리는 종종 "그래도 한국 경제는 괜찮다"는 말을 들어왔다. 무역 규모는 세계 10위권, 글로벌 기업도 여럿 있으며, 위기 때마다 민첩하게 대응해 온 경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괜찮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2025년 OECD는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하였다. 이는 사상 처음으로 2% 선이 무너진 수치다.
잠재성장률이란 말 그대로 '최대한 잘 굴러가는 경제의 엔진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의미한다. 즉, 과열 없이 경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한계치다. 이 수치가 내려갔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더 많은 투자나 소비를 유도한다고 해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 5%에 육박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3%, 2020년대 초반 2% 중반으로 줄더니, 2025년 들어서는 마침내 1%대로 떨어졌다. 이 추세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한 경기 부진이 아니다. 경제의 구조적 쇠퇴, 즉 엔진 자체의 노후화다.
잠재성장률 하락의 가장 뚜렷한 원인 중 하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고령 인구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노동력을 늘려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술 혁신은 정체되어 있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플랫폼·AI·바이오 등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 속도가 더딘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특히, 일본식 ‘저성장 함정(Growth Trap)’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역시 감소 추세다. 규제, 고비용 구조, 글로벌 불확실성 등 복합적 요인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 창업률도 OECD 최하위권이며, 벤처 투자도 2024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이 모든 지표는 민간 부문의 역동성 상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졌다는 건, 과거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선언과도 같다. 단순한 경기 부양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돈을 풀어 소비를 늘리는 방식은 물가 상승과 자산 버블이라는 부작용을 남기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이제 구조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요소생산성 향상: 혁신기업의 성장과 기술개발 촉진, 디지털 전환 지원
고령층 노동 활용: 단순 복지 수혜자가 아닌, 경제 활동 주체로의 전환
이민과 외국인력 유입 전략의 재정비: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 설계
기업 환경 개선: 규제 완화와 창업 지원, 투자 유인을 통한 민간 활성화
한국은행과 IMF 모두 실질 GDP가 앞으로도 몇 년간 잠재 성장률을 하회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우리는 이미 ‘체력이 약해진 경제’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 필요하다. 즉,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성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임을 의미한다.
더 이상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정체에서 반등으로의 전환점에 서 있다.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질서로의 진입 기회로 삼는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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