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유통 대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알리익스프레스, 쉬인(Shein), 테무(Temu)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는 가운데, 이제는 오프라인까지 손을 뻗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 중심 타깃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밀집된 시장이다. 특히, 수도권과 대학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비 문화는 테스트 마켓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이에 따라, 미니소(MINISO), 요요소(YOYO SO) 등 중국 유통 공룡들이 한국의 핵심 상권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며 본격적인 공세를 시작하였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배달 플랫폼 ‘헝그리판다(HungryPanda)’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이 흐름은 단순한 시장 테스트를 넘어, 유통·배달 업계를 포괄하는 본격적인 ‘경쟁 구도 재편’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중국 유통 대기업의 한국 시장 공략은 단순히 매장 하나를 여는 수준이 아니다. 그들은 온라인·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성비’와 ‘트렌디함’을 앞세운 오프라인 매장 전략이다.
미니소는 대학로, 홍대, 강남, 청주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6개월 만에 4개의 매장을 열며 발 빠른 확장을 보였다. 이들은 디즈니, 해리포터 등 글로벌 IP와 협업한 굿즈부터, 생활용품, 화장품, 소형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요요소 역시 전 세계 3,000여 개의 매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생활·뷰티 제품을 앞세운 유통 전략을 준비 중이다.
한편, 온라인 영역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이 이미 국내 이커머스 사용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테무는 ‘파격적인 가격 + 무료배송’이라는 이중 전략으로 국내 소비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으며, 쉬인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폭넓은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헝그리판다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기존 플랫폼이 주도하던 국내 배달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은 중화권 고객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그 전략은 빠르게 한국 전체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다. 배달료 인하 경쟁, 프로모션 확대, 또는 플랫폼 다변화 등을 촉진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내 시장의 서비스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중국 유통 대기업들의 진출은 분명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더 다양한 상품, 더 저렴한 가격, 더 빠른 배송과 간편한 결제 시스템은 소비 경험의 질을 높여준다. 특히, 10~30대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확장은 국내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에게는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자본력과 물류 네트워크, 글로벌 브랜드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국 기업들의 진입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닌, ‘플랫폼-상품-브랜드’의 종합적인 경쟁력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에 맞서 PB상품 강화,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 확대, 브랜드 정체성 강화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 시장의 일부는 빠르게 중국계 기업에게 잠식되고 있다. 정부 역시 외국계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시점이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한두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 유통 대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은 ‘가격’만이 아닌, ‘플랫폼과 경험의 전쟁’이다. 소비자는 기회를, 업계는 위기와 혁신을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즉, 우리는 지금, 유통과 소비의 거대한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