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021년, "오징어 게임"이라는 다소 유치해 보이기까지 한 제목의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었고, 전 세계를 강타하였다. 이 콘텐츠는 디스토피아적 게임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아내며, 단숨에 글로벌 시청률 1위를 차지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단순한 흥행작이 아니었다. ‘한류 콘텐츠’라는 단어의 무게를 산업적으로 증명해낸 기점이었고, 관광, 소비재, IT, 심지어 외교와 국가 브랜드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다.
그리고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은 ‘오징어 게임 이전’과 ‘오징어 게임 이후’로 나뉠 만큼, 괄목할만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오징어게임 시즌 1의 제작비는 약 250억 원. 넷플릭스 기준으로는 소규모 프로젝트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약 9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의 가치를 창출하며, 40배 이상의 ROI(투자 수익률)를 기록하였다. 이 드라마 하나로 넷플릭스는 신규 가입자 유입, 주가 상승, 플랫폼 충성도 유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더 나아가,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달고나 같은 장면은 ‘밈(meme)’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적으로 패션과 소비재 시장을 흔들었고, 남양주와 인천의 촬영지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부상하였다. 그해 콘텐츠 수출액은 사상 처음 19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이 문화 수출 강국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하였다.
오징어게임 시즌 2는 제작비 1,000억 원 규모로 대형화되었고, 93개국 시청률 1위, 487.6만 시청 시간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예상 경제효과는 약 1조 5,000억 원. ROI만 보면 시즌 1보다는 낮지만, 콘텐츠 산업의 다층적 확장을 이끈 중심축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여전히 높다.
특히, 시즌 2는 콘텐츠 단독 수익뿐 아니라 게임, 메타버스, 브랜드 협업 등 파생시장으로 확장되었고, 뷰티·식품 산업 등 연관 소비재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 외 글로벌 OTT들도 한국 콘텐츠 투자를 확대하게 된 계기 역시 이 시기의 파급력 덕분이다.
2025년 6월 27일,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던 시즌 3가 공개되었다. 제작비는 시즌 2와 비슷한 수준으로 약 1,000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글로벌 팬들의 기대도 상당했다. 그러나 공개 직후 시청자 평점은 기대보다 낮은 52%(로튼토마토 기준)로 나타났고, 이는 콘텐츠가 단순히 ‘흥행’만으로는 플랫폼 효과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3는 ‘마지막 시리즈’라는 특수성과 충성도 높은 팬층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최소 1조 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콘텐츠 단일 시리즈로서는 경이적인 수치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콘텐츠가 국가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계기로 한국 콘텐츠에 25억 달러(한화 약 3조 6,000억 원) 추가 투자를 발표하였고, 한국 드라마는 단순한 ‘지역 콘텐츠’에서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도약하였다.
그러나 과제도 분명하다. 첫째, IP 소유권 문제이다. 국내 제작사가 콘텐츠의 장기적 수익구조에서 배제되는 현상은 산업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둘째, 대형화된 제작비는 국내 OTT 생태계와 중소 제작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셋째, 시리즈 의존형 콘텐츠 전략은 자칫 콘텐츠 다양성과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의 힘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한국 콘텐츠 산업은 이를 통해 전 세계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얻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성공을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균형 잡힌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다. K-콘텐츠는 세계 문화의 주류이며, 그 중심엔 오징어 게임이라는 기념비적 작품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