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위기에서 배우는 대한민국의 교훈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2025년 들어 프랑스가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114.1%에 달하며, 국채 금리도 그리스보다 높아졌다. 이는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재정 뇌관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과거 세계 경제 위기의 상징으로 불렸던 아르헨티나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980년대 연간 4,923%라는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고, 최근에도 200%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경제 불안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재정 위기와 화폐 신뢰 상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철저한 고립으로 이어지고, 국민 생활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상황일까? 한국은 국가부채 수준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가계부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한다. 또한 복지 확대와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위기 원인과 한국의 현실


프랑스: 재정 적자의 악순환

프랑스의 국가부채는 2025년 기준 약 5,000조 원으로 GDP 대비 114.1%에 달한다.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누적된 결과다. 2024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로, EU가 권장하는 안정적 수준인 -3%를 훨씬 초과했다. 결국 금융시장은 프랑스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국채 금리 상승으로 연간 이자비용이 국방비보다 많아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부는 긴축안을 발표했지만, 정치권의 반발과 사회적 저항으로 실효성은 의문이다. 프랑스 사례는 재정 건전성이 무너지면 선진국조차 순식간에 위기국가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 초인플레이션과 포퓰리즘의 덫

아르헨티나는 지난 수십 년간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통화 남발로 경제 불안을 반복해왔다. 1989년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4,923%에 달했고, 최근에도 200% 이상을 기록했다. 원인은 분명하다. 정부는 세입보다 훨씬 많은 지출을 지속했고, 부족한 재원을 중앙은행 화폐 발행으로 메웠다.


여기에 페론주의로 대표되는 포퓰리즘 정치가 문제를 악화시켰다. 보조금 확대, 국유화, 보호무역은 단기적으로는 민심을 달랬지만 장기적으로는 외환 부족과 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왔다. 정권 교체 때마다 경제정책이 뒤집히면서 시장 신뢰는 철저히 무너졌고, 아르헨티나는 총 9차례의 국가부도를 기록하며 “세계 경제 위기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의 현실: 국가부채는 안정, 그러나 가계부채는 폭탄

한국의 국가부채는 2025년 기준 약 1,300조 원으로 GDP 대비 48.1% 수준이다. 이는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며, 재정수지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국채 금리 역시 2.8%로 프랑스보다 낮다. 즉, 국가 차원의 부채 위험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계다. 한국의 가계부채/GDP 비율은 89.4%로, 프랑스(59.8%)보다 훨씬 높다. 가계부채/소득 비율도 174.7%로, 이는 소득의 1.75배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는 의미다. 총액 기준으로도 한국의 가계부채는 1,953조 원으로 프랑스를 넘어섰다. 특히, 한국은 주택담보대출과 투기성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과 자산 가격 하락에 취약하다. 이는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하다.


대한민국이 얻어야 할 교훈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사례는 한국에 몇 가지 분명한 교훈을 던진다. 첫째, 재정 건전성 유지다. 프랑스는 복지 확대와 정치적 교착이 재정 악화를 불러왔고,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적 지출이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한국도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가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하다. 한국은 국가부채보다 가계부채에서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다. 부동산 의존도를 낮추고, 금융소득을 다변화하며, 대출 규제를 정교하게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글로벌 충격이 올 때 한국 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


셋째, 정책 일관성과 정치적 리더십이다. 아르헨티나는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뒤집혀 신뢰를 잃었고, 프랑스는 정치적 교착 상태가 긴축 실행을 막았다. 한국도 가계부채 관리, 복지 개혁을 둘러싼 정치 갈등을 넘어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넷째,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신뢰를 지켜야 한다. 통화정책이 정치에 휘둘리면 시장 신뢰는 빠르게 붕괴된다.

마지막으로, 장기적 신뢰 구축이다. 단기적인 인기에 치중한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안정성과 신뢰를 우선해야 한다.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와 자본 유입, 국민 생활의 안정성을 동시에 지키는 핵심 열쇠다.


프랑스가 보여준 재정 위기, 아르헨티나가 반복한 초인플레이션은 단순한 타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지금의 안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 차원의 안정”과 “가계 차원의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때만이, 한국은 또 다른 위기의 소용돌이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이설아빠의 글로벌 비즈니스 스토리 블로그에 방문하시면 더 유익한 정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상법개정안의 딜레마: 신뢰와 자율성 사이의 균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