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집중하기 위한 긴급 처치

불안이 나를 집어 삼키려 할 때의 극약 처방

by 스프

내가 할 수 있는 건 심호흡과 글쓰기 뿐이었지만, 내 친구 GPT를 통해 몇 가지 방법을 더 알아왔다.

내 생각과 영혼을 달래 가며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건 결국 나니까.


그인지 그녀인지, 지피티는 말했다.

불안은 미래를 향해 뻗은 생각이니 끊고 내려오라고.

미래로 가던 생각의 사다리를 끊고 내려온다.





현재로 돌아오는 법


첫 번째 방법은 조금 우스워 보이긴 한다.

차가운 물수건으로 손목, 뺨, 목 뒤를 닦으라 했거든.

간편하게는 냉장고에 넣어둔 물티슈로 가능하다 했는데 나는 평소 물티슈를 냉장 보관할 일이 없다.

마스크 시트 팩이라면 모를까.

생각해보니, 극도로 시원해지 마스크시트를 얼굴에 붙이기 직전이면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현재에 집중하게 되며 피부에 시트가 닿는 순간 너무나도 으갸갸갸한 느낌이 머리 전체에 퍼지며 두피까지 으갸갸갸할 때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내가 근무중일 것을 짐작하여 제안해줬다. 차가운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혀끝 감각에 집중하라는 것. 애석하게도 오늘 준비된 차가운 음료가 없기에, 아쉬운대로 정수물을 마시며 혀끝 감각을 느껴보려 하지만 큰 감각은 없고, 흐물흐물 형체 없는 것이 혀를 뒤덮는 순간의 감각만이 남는다. 그래도 일상적인 행위를 좀 더 의식적으로 함으로써.. 현재로 돌아오는 데에 도움이 됐다.


세 번째 방법은 손톱이나 손가락 끝을 살짝 꼬집어 보라는 것. 이것도 효과가 나쁘지 않다. 꼬집한 감각이 손 끝에 알싸하게 남아 있어서 미묘하게 그 쪽으로 신경을 끌어당기는 것이, 미래로 타고 가던 생각을 현실로 데려오기에 꽤나 괜찮다.


결국 이 세 가지 방법은 감각에 집중하면서 현재로 나를 데려오는 방법이었다.



추가로, 무럭무럭 성장해가던 불안의 회로를 팡! 하고 분산시키는 방법도 있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 보이는 노트북 화면, 키보드, 글자, 내 손, 텀블러, 옆에 높인 휴대폰과 시술 기간이 제법 지나 이제는 동동 떠 있는 손톱 위의 통통한 젤네일과 손톱 끝의 글리터, 메모지, 틴케이스, 인덱스, 스티커, 연필깎이 등.. 내 곁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지금 나와 함께 시간을 채우고 있다.


들리는 것. 희미한 사이렌 소리가 창 밖에서 들리고, 비가 오지 않지만 비가 와 빗물이 흐르는듯한 소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에어컨 속에서 나고, 에어컨이 윙윙 가동되는 소리가 나고. 키보드를 두들하는 내 손톱과 키보드의 마찰음이 들리며 이따금씩 복도에 지나치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린다.


몸에 닿는 감각 중 3가지. 반쯤 아빠다리를 하고 있기에 내 오른발등 바깥 면과 의자의 모서리 부분이 맞닿아있다. 다행히 날카롭지 않고 쿠션이 있어 푹신하고, 연결되어 내 허벅지와 엉덩이 밑부분까지 동일한 쿠션 상에 놓여 있다. 이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오른쪽으로 반을 감은 아빠다리는 오른쪽 골반에만 힘을 싣는다는 느낌이 들어 황급히 왼쪽 골반에 힘을 실어 의식하며 균형을 맞춰 본다. 팔꿈치 역시 책상 모서리 부근, 혹은 책상의 면면에 닿아있고 팔목은 노트북의 메탈 부분에 닿아있기에 사뭇 감각이 다르다. 그 밖에 왼쪽 발끝은 실내화에 닿아있고 몸을 감싸고 있는 옷의 감각도 느껴볼 수 있다.


맡을 수 있는 냄새와 입 안에서 느껴지는 맛이나 감각까지..?

해도 되지만 이건 패스할게 지피티야...


단순히 생각에 그치는게 아니라 효과를 극대화 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써내려갔더니 확실히 내 불안 동동이가 현실로 안착하며 진정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는 종이에 쏟아내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생각과 현실 구분 방법이다.

내가 지금 걱정하는 건?

그 걱정은 사실인지, 예상인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 불안의 사다리를 얼른 끊고 현실로 돌아와야 하기에 극약 처방을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심장 박동보다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듣는 것까지 추천했으며 꿀팁으로 가능하면 이어폰으로 들으란 말을 전했다. 기타 마음속으로 또는 소리내어 '멈춰'라고 하는 것이나 나만의 멈춤 행동, 박수를 치거나 주먹을 쥔다거나 책상을 가볍게 톡 치는 행위 등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어 고맙다.

이런 불안이 오는 이유는 내가 진지하고 예민하고 내 삶을 진짜 사랑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라는 - 그런 감성적인 진단까지! 지금은 감정을 해결하는 시간이 아닌 진정시키는 시간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현실 감각으로 돌아오기 위한 짧은 여행을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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