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
내가 주인공인 삶인데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에 많이 신경 쓰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브런치에 자신이 꿈꾸는 삶을 멋지게 살면서, 그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작가님이 있습니다. 바로 자타칭 방황 전문가 김글리 작가님입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저 "우와! 저렇게 멋있게 살 수 있다니!"라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 과연 멋진 모습만 있는 것일까요? 멋있게만 보이는 삶 뒤에 숨겨진 고민과 방황. 이번 작가 인터뷰를 통하여,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김글리 작가님.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저는 김글리입니다. 20대는 남들처럼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돼 보기는커녕, '왜 사나' 이 질문 하나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기자도 하고, NGO 단체서 일도 하고 책도 썼죠. 놀고 쉬는 것에 천부적인 자질이 있어, 3년을 통째 여행에 바칩니다. 뭐든 귀찮아하는데 또 하면 생각보다 잘 해내고 또 꿍꿍이도 많아서 '가지가지 재미있는 실험과 모색의 이야기로 가득한 커다란 꿈자루'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참고로 꿈은 9살 이래로 변함없이 언제나 신선이 되는 것. 신선이 되기 전에 작가, 모델, 강연가, 번역가, 국제 사업가, 그리고 글로벌 리더로 사는 게 지구에서 꿈꾸는 아주 작은 목표입니다. 하나 더! 저는 삶을 철학 대신 경험으로 가득 채우고, 내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라이프 아티스트 연맹> 소속입니다.
27살 때까진 남들처럼 살았습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똥줄 빠지게 살았어요.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일했죠. 자기계발에도 참 열중했어요. 점심시간에도 책 보고, 출근 전에 어학 공부하고, 퇴근 후에 세미나 가고, 운동하고. 그런데 휴가를 간 길에 허리를 크게 다치게 돼요. 그 때문에 4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식물인간처럼 누워서만 지내야 했죠. 그때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지나온 삶을 돌아봤는데, 별로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사람들이 말했는데 그렇게 살아봐도, 나보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을 봐도 행복해질 거 같지 않더라고요. 한 인간이 지구에 태어날 확률은 무려 100조 분의 1이라는데, 남들과 똑같이 살다가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내 인생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을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그러다 결심했어요. 지금까진 남들 말대로 살았으니, 이제부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한 번 살아보자. 그리고 세계여행을 갔죠. 세계여행 잘 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어요. 한국에 오니 왠지 다시 남들처럼 살아야 할거 같은 압박이 있더라고요. 카페 매니저로도 일하고, 잘 나가는 홍보회사에서도 일했어요. 그런데 갈수록 우울이 심해졌어요. 결국 6개월 만에 다 그만두고 인도로 날아갔습니다. 인도에서 3개월 지내면서 나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지를. 내 방식대로 살면, 몸이 괴롭지 않아요.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 있죠. 그런데 남들이 살라는 대로, 이렇게 사는 게 기준이니까 해서 따라가면... 내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겨요. 그러면 저는 꼭 몸이 아프더라고요. 우울도 거기서 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앞으로는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한 길을 가야겠다. 그냥 나 생긴 대로 살자. 남들의 인정보다, 사회적인 보장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지키면서 살자.' 저에게는 이런 것들이 무엇보다 소중해요. 그게 제가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중요한 것을 내가 지키겠다는 마음.
열쇠를 찾기 위해 실은 수많은 책을 읽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를 여행한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수많은 길을 기웃거리면서 알게 된 건, 꿈을 찾기 위한 열쇠는 찾을 필요가 없다. 라는 것이에요. 왜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보석을 찾으려고 온 세상을 헤맸는데 알고 보니 내 집 앞마당에 있더라. 딱 그런 기분이었어요. 열쇠는 이미 내 안에 있었어요. 그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믿을 수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내 꿈에 대한 확신을 키우기 위해 그토록 많은 길을 돌아다닌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진짜 중요한 건 꿈을 찾거나 꾸는 일보다, 꿈꾸는 대로 ‘살아가는 일’ 같아요. 내 생각대로, 내 꿈대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그건 자기 말에 책임지고 자기 인생에 책임지고 살아간다는 말과 같거든요. 그리고 그게 삶인 거 같고요.
예전에 어느 심리학자에게서 들은 말이에요. 마음은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즉, 지금 상황이 아무리 괴롭게 느껴져도 그대로 살아가는 건, 그 나름대로 얻는 게 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월급쟁이가 너무 싫다고 노래 불러도, 월급이 주는 안정감이 크기 때문에 그대로 사는 거거든요. 그 사람에겐 자유보다 어쩌면 안정감이 더 중요한 걸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살 수 있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는, 그게 안돼요. 남들처럼 사는 게 안되니까, 그냥 저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 거예요. 제가 ‘살기 위해서’ 요. 아니면 죽어버릴 것 같은 절실함이 있었어요.
어떤 삶을 택하든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외치고 갈망하지만,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건, 자유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무의식적으로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 뜻대로,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산다는 건, 정말 대가가 큽니다. 안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요, 남들의 인정을 못 받을 가능성도 크고요, 무엇보다 누구도 손뼉 쳐주거나 지지해주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는 건, 자기 인생을 거는 거거든요. 그만큼 목마르고, 절실하니까 그럴 수 있는 거예요.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좋겠지만, 저는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자칫 현실과 괴리된 꿈은 현실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어요. 전 오히려 이걸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과연 내가 감당할만한 삶이 어떤 걸까. 이 삶은 내가 감당할만한 삶인가' 이 물음에서부터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단독저자로는 첫 책인데, 실은 그전에 공저로 이미 2권의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생애 첫 번째 책이라도 해도 될 만큼 각별했고, 힘들었어요.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무려 10년 전이예요. 책을 내겠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내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거죠. 그동안 쓰고 엎어지고 한 것만 몇 차례나 되는지 몰라요. 모든 게 불투명했어요.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쓸 수 있을지, 이 책이 과연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과연 어느 출판사에서 내 책을 내줄지...
모든 과정이 너무 막막하기 때문에 저는 좀 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시도라고 저한테 못 박았어요. 그렇게 절실함을 만들어냈죠. 그리고 4개월의 시간을 자신에게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때부터 매일 글을 썼어요. 꾸준하게 하루 1편씩. 그렇게 2달이 흘러가니까 책이 한 권 나올 수 있을 만큼의 분량이 되었죠. 브런치에 글을 매일 올렸는데, 매일 쓰니까 사람들이 주목해주더군요. 구독자도 늘어나고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빈도도 늘어갔어요. 거기에 자신감을 얻어서 출판사에 컨택을 했어요. 40군데 넘는 곳에 기획서를 돌렸고 그중 몇 군데에서 긍정적인 회신을 얻었죠. 한 곳과 계약을 맺고 열심히 책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짜자잔!
제가 구상한 일정 그대로 책이 나왔어요. 절실함과 꾸준함,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책 작업을 했는데, 모든 게 제 생각대로 풀려서 정말 마법에라도 걸린 기분이었어요. 4개월 내내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사실 책을 출간한 기쁨보다 더 컸어요. 세상을 가진듯한 기분, 마치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거든요.
갈팡질팡 인생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든 분들께 제 책을 드리고 싶어요. 또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지만 뜻대로 안 되는 분들도! 제가 정말 힘들게 ‘방황의 터널’을 넘어왔거든요. 책에는 유쾌하게 그려졌지만, 실은 수없이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고민도 참 많았고, 너무도 불확실하고, 길은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늘 안개처럼 뒤덮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또 격려해주지 않으니까 더 힘들었죠.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하나예요. 제가 너무 힘들게 방황의 터널을 지나왔기 때문에, 저처럼 방황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제가 방황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그 답을 찾으려고 세상을 헤매며 얻은 힌트들을 나누고 싶었어요. 또 격려해드리고 싶었어요. 나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한 번뿐인 인생, 한 번 신나게 살아보자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죠.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시다고.
제가 꿈이 장대합니다. 지구적이고 우주적이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잠재력을 펼쳐 다양함으로 빛나는 세상을 꿈꿉니다. 다들 자기가 생긴 대로 잘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금 다음 프로젝트 <다른 길도 있다> (가제)를 준비 중입니다.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인터뷰 책’이에요. 그와 더불어 그동안 갈고닦아 온 것들을 활용해 살아보려고 하고있습니다. 김글리 이름 기억해주세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예기치 않게 만나게 되실지 모릅니다.
여러분께서 어떤 삶을 살든,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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