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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Aug 09. 2016

작가 인터뷰 09 - One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초등학교 개학 전 날을 떠올려 보면, 매번 밀린 일기를 쓰느라 발을 동동 굴렀던 기억이 납니다. 

방학 내내 신나게 놀다가 개학 전 날이 되어서야, 일기를 하나도 쓰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일기를 써야 한다는 걸 새까맣게 잊고 한 달 내내 놀다가 책상에 앉아봤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날씨가 어땠는지 기억이 날 리가 있나요. 그저 일기장에 날짜와 요일만 달랑 써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어른이 된 지금도 일기를 쓰는 건 정말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쓴 일기를 읽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브런치에도 재미있는 일기를 쓰는 작가분들이 많이 계신 덕분에 항상 읽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습니다. 오늘 작가 인터뷰에서는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연필로 따뜻한 그림일기를 연재하고 있는 One 작가님을 만나보려고 합니다. 작가님의 소박하지만 유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공감하셨던 분이라면, 인터뷰를 놓치지 마세요!








#01

가장 행복한 일을 찾은 직장인

일주일 중 금요일 퇴근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회사원입니다. 몸이 더 커지면 안 될 것 같아 굶을까 하다가도 고생한 저에게 치킨과 맥주를 선물하는 친절한 남자입니다. 버스에서 음악 듣길 좋아하는데 신곡보단 듣던 음악을 꾸준히 듣는 편입니다.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잠드는 걸 좋아하고, 답답할 땐 혼자 노래방에 가서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기분 전환을 합니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는데 ‘흉내 내지 말고 얘기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재연까지 해 가며 말하곤 합니다. 제가 겪거나 생각한 걸 이야기할 때, 재미있게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게 참 기분 좋습니다. 지금은 그림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살면서 가장 행복한 일을 찾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02

망설이지 않고 시작한 일기 쓰기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먹고사는 일 이외에 저를 찾고 싶어서 뭘 하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 클라이언트나 소비자를 신경 쓰며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학생 땐 꿈꾸던 일이긴 했지만 막상 해보니 일이 끝날 때마다 마음이 채워지기보단 계속 소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졌는데 '더 치밀하게, 더 예쁘게,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제가 첫 배낭여행을 가면서 스스로에 대해 깨달은 게 있다면 '무작정 티켓을 사야 여행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라고 생각했고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일상을 적는 '일기'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데 소재를 선택하는데 거창한 기준은 없습니다. 평일엔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보니 떠오른 소재가 있으면 '이 내용보다 짧은 건 없나?'라는 고민은 하는 편입니다. 보는 사람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불평불만이나 너무 우울한 내용은 피하고 가급적이면 재미있고 기분 좋은 일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럼 제가 재미있고 기분 좋게 살아야겠네요. (하하) 


가끔 제 일기를 보고 위로가 된다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제 입장에선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경우랑 비슷합니다. '이건 감동적일 거야', '이건 위로가 될 거야'라고 예상하며 쓰진 않습니다. 아직 그런 걸 계획하며 쓸 만큼 내공이 있지도 않고요. 솔직한 제 이야기를 적을 뿐인데 위로나 감동을 받으시는 분이 계실 땐 교감이 되는 것 같아 제가 더 큰 위로를 받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03

연필로 그리는 따뜻한 일기


일기를 쓰기 시작하기 전에 어떤 스타일로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일기를 보는 사람을 생각했을 땐 색상이 들어간 게 더 보기 좋고, 전달하고 싶은 걸 더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일기만큼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을 때 그릴 수 있는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제일 편한 도구가 연필이었습니다. 연필로만 그리면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회사생활을 하면서 병행하기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제게 편한 걸 택했을 뿐인데 연필선을 편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입니다. 앞으로 간간이 색상 작업을 할 생각이지만 꾸준하게는 역시 연필로 그릴 생각입니다.




#04

신기하고 신나는 출간 준비


책을 내는 것이 꿈이기는 했지만, 사실 '그림일기'는 출판을 염두에 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책으로 나오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출판사와의 첫 미팅 때, '콘셉트를 잘 잡고, 편집을 잘해보자'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출간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저는 일기를 쓴 순서대로 종이에 인쇄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엔 그 말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 하였습니다. 


이해하고 난 뒤에도 마구잡이로 쓰인 일기를 하나의 큰 주제로 묶는 일이 가능할까 걱정도 되고 궁금했는데 이후 주제를 정하고 내용 별로 분류를 하며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참 신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브런치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원고를 많이 넣지 못한 것인데,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땐 새로운 내용을 많이 넣어 책을 일부러 사주시는 분들께 작은 기쁨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05 

사람들에게 쉼이 될 수 있는 책

이 책은 한동안 앞만 보고 달리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그저 지나간 오늘과 어린 시절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만, 이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나 한 번 들여다보시며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면 한 번 웃어주시고,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나시면 기억도 한 번 더듬어 보시는 시간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잠깐이나마 쉼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06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상상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땐 이렇게 따뜻하게 봐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기대를 받으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커지는 게 사실입니다. 커질수록 부족한 제 실력에 마음이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친구가 대수롭지 않게 해 준 말이 생각납니다. "어깨 힘 좀 빼. 너 하루 이틀 할 거 아니잖아?" 맞습니다. 일기를 쓰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면, 읽어주시는 분들과 함께 늙어가는 것입니다.




훌륭한 작가보다는 꾸준한 작가가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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