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돈으로도 절대 살 수 없는 건 사람의 마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기댈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고 대답한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관계에 대하여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분들에게,
Myste Lee 작가님께서 쓰는 글은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상처를 받아왔기에, 관계에 대한 글을 쓸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사실 저는 글쟁이보다는 말쟁이에 가깝습니다. 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모든 순간을 에피소드로 만드는 남다른 재주가 있죠. 그리고 작은 것을 크게 보는 힘을 갖추려고 언제나 노력을 하고 있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솔직히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닙니다. 다만 말을 하려면 많은 생각들이 필요하고, 그 생각을 정리할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머리 속에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적어두었고, 그 순간의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조각조각 적어둔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단어들이 조합이 되어서 작은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무의식에서 그려졌던 작은 그림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는 행운이랄까? 그래서 저는 낙서하는 걸 매우 좋아합니다.
어릴 적 저는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늘 불안해했고, 그 불안을 감추기 위해서 발악을 하였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그렇게 상처받고 아물고 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져 갔습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여유로움이 생겼습니다. 조금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 거죠. 그렇게 관망자의 삶을 살다 보니, 저만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모두가 다르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있고, 그러다가 알게 되었죠. 상처받은 나의 이야기가, 나의 아픔을 나누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요. 만약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아마 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저 아파하는 사람들 곁에 아주 작은 위로를 살짝 놓아두고 오고 싶었을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글의 주제를 보고, 제가 관계에 능숙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계에 능숙해지는 일이 가능할까요? 그저 남들과 비교하여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아주 조금 넓은 정도겠죠. 저는 여전히 실수투성이입니다. 제가 관계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아팠기 때문에 쓸 수 있었던 것이지, 절대 능숙해서가 아니랍니다. 부족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겁니다.
누군가 저에게 '이상적인 인간관계'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건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이니까요. 그러나 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가장 이상적인 인간관계는 '입장의 동일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동일시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보는 눈이 깊어질 테니까요.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데 '입장의 동일함'보다 더 적절한 설명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항상 관계를 위해서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고 아파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혹은 내가 노력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아파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사실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가 생각하는 기대만큼 상대방이 움직여 주지 않거나, 관계를 소중히 여겨주지 않을 때 대부분 상처를 받습니다. 기대감이 없으면,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럴 일이 없죠. 그리고 그 사랑은 노력할수록 커지는 이상한 마법입니다.
저는 하는 일이 많습니다. 직장에서도 빨리 집에 오는 편이 아니고요. 주말에도 거의 쉴 새 없이 일합니다. 그러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는 저만의 공간인 서재가 있습니다. 아내가 제게 선물한 공간이지요. 제가 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제게는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집에 오면 그 공간에만 처박혔다는 거죠. 조용히 글을 쓰기 위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그 안에만 있었습니다. 출간을 준비하면서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고, 덕분에 사랑하는 아내는 외로워졌습니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할 남편이 집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많이 아팠을 거고 그래서 참 미안합니다.
제가 글을 쓰면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글을 읽는 것은 아내였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조언에 따라 글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적절한 단어를 쓸 수도 있었죠.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참 없습니다. 아내는 글을 쓰도록 나의 공간을 배려해 주었고, 시간을 배려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와중에 아내는 아팠고, 저는 또 그 아픔을 최소화시켜주려 노력했습니다. 이제는 글을 쓴다고 하면, 아내는 옆에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다음번에 책을 쓸 때는 조금 덜 외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책이 나오고 '누가 내 책을 읽어주면 좋을까?'라는 생각했을 때, 떠오른 사람은 딱 두 명이었습니다. 일단 첫 번째는 송중기 씨입니다. 그분이 읽어주신다면, 어마어마한 홍보가 되지 않을까요? 특히나 제 책은 감성적인 책이라 여성 독자가 많습니다. 중기 씨가 어느 프로에 나와서 제 책을 읽어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이란 사람들이 읽어줄 때, 진짜 생명력을 가지는 거니까요. (하하)
그리고 진짜 읽어주셨으면 하는 분은 아무래도 장모님입니다. 살아계셨다면 정말 좋아해주셨을 겁니다. 아마 제 책을 가지고 잠드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딸을 사랑하는 저를 아껴주셨으니까요. 어머님이 계신 곳에 책을 두고 왔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큰 사위 책을 꼭 읽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글을 쓰면서, 좋아진 말이 하나 있습니다. 요즘 습관적으로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씁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도 우리 주변에서 그냥 일어나는 일이 없고 이뤄지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가 없었다면, 제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지 못했을 겁니다. 출판사에 한 분이 제 글을 읽어주지 않았다면 책이 될 일이 없었습니다. 아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쓰일 수 없었죠. 하나부터 백만까지 단 한 가지도 혼자서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가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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