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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Mar 27. 2017

작가 인터뷰 18 - 여행이 고플 때,
금요일 흐림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남들은 다 놀러 가는데 왜 나만 도서관이지?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씩은 있을 것 같은데요, 흔히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고 하죠.

이번 봄에도 여러 일정 때문에 놀러 가기를 포기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하지만 언젠 떠날지 모를 여행을 위해 손 놓고 있을 순 없죠.


그래서 브런치가 준비했습니다.

매번 신선한 여행 사진으로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금요일 흐림 작가.


브런치 트래블 패스에서 막 돌아오셨는데요,

이번 여행은 어떠셨을까요?




#01

나를 소개합니다


김 씨 성을 가진 대한민국 30대 미혼 남성. 말 수가 적고 낯을 가립니다. 걷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고요. 지금 당장 고개를 반 바퀴만 돌려도 발견할 수 있는 평범한 ‘우리’ 중 한 명입니다. 


남들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여행은 늘 남의 이야기였지만, 삼년차 대리의 반복되는 일상을 끊어냈을 때 가장 먼저 여행을 떠올렸습니다. 준비 없이 떠난, 그래서 ‘미친 여행’이라 이름 붙인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에서 낯선 길을 걷는 것이 인생의 낙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후 지금까지 세계의 낯선 도시들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대리’에서 ‘작가’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종종 제 소개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요즘엔 주로 이렇게 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닥난 통장보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늦깎이 청춘.



#02

브런치 트래블 패스


브런치 트래블 패스 소식을 보며 소개글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문구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지난 몇 번의 여행에서 느꼈던 도시들의 감정과 표정, 소리, 향기 등이 순간 한꺼번에 떠올랐던 것 같아요. 글을 읽으며 제게는 아직 미지의 도시였던 싱가포르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았는데, 운 좋게도 브런치 작가님들을 대표해서 싱가포르 여행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의 나흘은 다른 여행과 조금 달랐습니다. 화려한 마리나 베이의 야경과 여유로운 센토사 섬의 오후를 바라보고, 골목마다 다른 나라가 펼쳐지는 다문화 거리를 걷는 동안 느리고 서툰 제 글과 사진을 읽고, 종종 ‘라이킷’까지 눌러 주시는 독자들을 떠올렸습니다. 멋진 장면을 보고 또 담을 때면 당장 펼쳐놓고 재잘대고 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했죠. 내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는 것, 주로 혼자 여행하는 제게는 무척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03

'미친 여행'의 시작


여행의 시작이었던 러시아 모스크바는 사진 한 장에 이끌려 떠난 곳이었습니다. 그 후에 떠난 여행들 역시 적지 않은 수가 우연한 기회로 이뤄졌고요. 돌이켜보면 우연히 만난 이와 길고 짧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도시와도 인연을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책과 블로그에 없는, 나만의 여행을 기대하며 알려지지 않은 도시들을 찾고 꿈꿨지만 그 흔한 여행지에도 저만의 몫이 분명히 있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낯선 도시라면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단 하나, ‘떨림’만 있다면 말이죠. 발음이 예쁜 이름, 맛있는 전통 음식 혹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장면, 어떤 것이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04

독자가 나를 알아본다면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일이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일입니다. 만약 먼저 알아봐 주시고 인사해 주시면 겉으로는 무척 쑥스러워하겠지만 아마 입꼬리가 찢어질 듯 기쁠 거예요. 만약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책이나 브런치 이야기까지 알고 계신다면 고장 난 자판기처럼 이야기를 와르르 쏟아낼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그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배경은 멋진 도시, 주제는 서로의 여행 이야기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네요. 그 날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05

자타공인 포토그래퍼


딱히 비결이랄 것은 없고, 여행을 떠나면 무척 많은 사진을 찍습니다. 많게는 하루에 천 장이 넘을 때도 있습니다. 보여드리는 사진들은 그들 중 추리고 또 추린 것들이고요. 브런치에 올리는 사진들은 고르는 데만 반나절이 지나갈 때도 있을 정도로 고민하는데, 그럼에도 스스로 멋진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지 못해서인지 가끔 ‘사진이 좋아요’ 같은 댓글을 보면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의 사진들을 찾아본 시간이 여행 사진을 찍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유명한 사진가의 사진전이 있으면 꼭 시간을 내서 방문하고, 맘에 드는 작품들은 몇 번씩 다시 보며 기억해 둡니다. 여행 중 마주치는 몇몇 결정적인 순간에 그 기억이 좋은 길잡이가 되죠. 아직은 그들의 시선을 제 나름대로 흉내 내는 수준이지만, 언젠가 저만의 시선을 찾을 것이라 믿습니다.


여행의 모든 장면들은 흔들리거나 수평이 맞지 않은 사진들 역시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가급적 모두 저장해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2년간 찍은 여행 사진들을 저장할 대용량 하드 디스크를 얼마 전에 구매했어요.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 매일 챙기는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하는데, 주로 도시 이름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한 번 더 ‘베스트 샷’을 추려 스마트폰/태블릿에 저장합니다. 화면 크기와 저장 공간에 따라 사진 분류 기준을 다르게 두는 것이 특별하지 않지만 제 사진 관리 방법입니다. 그리고 틈 날 때마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넘겨보며 여행을 추억하는 것이 여행과 여행 사이의 낙이랍니다.



#06

3박 4일 여행지 추천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다녀온 싱가포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비행기로 여섯 시간이 넘는 거리가 3박 4일 여행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아침 일찍 서두르면 마리나 베이(Marina bay)의 화려한 야경을 배경 삼아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어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도시에는 늦은 밤까지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해 체력만 된다면 나흘을 빈 틈 없이 채울 수도 있답니다.


익히 알려진 싱가포르의 화려함도 매력적이지만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시아와 아랍, 인도 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 거리 투어와 아시아 최남단 전망대가 있는 센토사(Sentosa) 섬에서의 휴양 등 작지만 다양한 테마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저는 이번 여행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메뉴’로 뽑힌 노점 식당 두 곳을 방문하는 것이 목표였는데요, 이런 즐거움 역시 싱가포르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07

앞으로 연재 계획


몇 번의 여행 중 저는 주로 그 도시만이 가진 것들을 발견하는 데 주목했습니다. 풍경, 건축물, 문화, 사람들의 생김새 등 서로 다른 것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죠. 물론 그것이 가장 흥미롭고 좋은 이야깃거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모든 여행에서 공통적으로 저를 감동시킨 것은 ‘행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도시에서 일상을 사는 시민들과 먼 길을 날아온 여행자들 그리고 저 역시 결국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지중해의 몇몇 도시를 배경으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08

나에게 브런치란?


싱가포르 행 비행기 안에서 식사 메뉴를 훑어보는데 ‘브런치’ 메뉴가 눈에 띄더라고요. 브런치 트래블 패스를 떠나던 터라 세 글자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브런치에 제가 가진 이야기들을 하나씩 연재한 것이 어느덧 일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동안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통해 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고, 라디오와 TV 방송에 출연하며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브런치 작가로 인터뷰하는 영광도 얻게 됐고요. 이 모든 기적은 브런치와 제 글에 공감해 주신 분들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하며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브런치의 함께 성장하며 많은 ‘숨은 이야기꾼’들에게 작은 희망이나마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금요일 흐림 작가의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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